초연 때 류토드, 송토드, 여왕엘리, 옥엘리, 삼케니 다 돌았고,

재연은 오늘 드디어 자체첫공.

다른 부분은 다들 벌써 디테일하게 잘 써주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오늘 공연 보는 내내 가장 크게 느낀 게..

이 엘리자벳이라는 극에는 정삼각형이 하나가 있다고 생각해.

그 삼각형 가운데에 엘리자벳이 중심을 잡고 서 있고, 각 꼭지점마다 죽음, 루케니 그리고 요제프가 팽팽하게 버티고 서 있는 거지. 엘리자벳을 둘러싸고.

근데 이 삼각형이 어릴 때 뛰어 놀던 고무줄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각 꼭지점을 지키고 있는 캐릭터들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엘리자벳이라는 삼각형은 무너지고 마는 거야.

오늘 동토드를 보면서 분명 비쥬얼도 되고, 노래 실력도 좋은데 초연 배우들의 무시무시한 존재감 탓인지 아직 무대 장악력은 약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아직 젊은 배우고 시작한 지 얼마 안됐으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는 내내 이전 토드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음.

오늘 주인공은 은케니였다고 봄.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연기하는 내내 눈빛 손짓 하나하나 어찌나 디테일하던지, 초연 때 은케니 단 한 번 보고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나 했는데, 올해는 미치다 미치다 여유까지 넘치는 그런 미친 놈?? 어떻게 해야 관객이 자신을 쳐다보고, 어떻게 해야 극이 사는지 아는 배우같았음.

민제프, 믿고 보는 배우. 초연 때도 워낙 잘해줬고, 늘 기본 이상을 하면서 재연배우 특유의 여유감까지 느껴짐.

-->요는 이 세 캐릭터가 균형이 잘 맞아야 서로의 역할도 존재감도 살고, 극도 살텐데..

     위에 언급한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은케니는 혼자 힘겹게 극을 이끌어가는 느낌이었고, 어찌 보면 엘리자벳을 가운데 두고 죽음과 라이벌 관계인

     민제프는 그 존재감이 좀 밋밋해졌다는 느낌.

     이건 개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셋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 사는 케미라고 해야 하나..

     주인공인 엘리자벳과 토드/요제프와의 케미도 중요하지만, 토드-요제프-루케니간의 케미도 중요한 거구나..라고 느껴져서.

     엘리자벳이나 앙상블 등 다른 감상은 올리지 않겠음.

     그냥 오늘 내가 관람 내내 든 생각이 저거 뿐이라 ㅋㅋ

    처음 써본 후긴데, 너무 길어졌다. 읽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