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번 해 첫 헤드윅을 봤어. 짱드윅.

헤드윅은 올라올 때마다 한번이나 두번씩 보기는 하는데
딱히 엄청 내 취향이야!!가 아니어서
그냥 헤드윅의 삶을 지켜보는 느낌으로 관극해왔어.
헤드윅은 좋은 극이야. 배우들도 좋아. 그런 정도..

요즘 내가 심적으로 좀 많이 힘들거든.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지크슈 보면서 위로 받고 있었는데 그것도 끝나고..
모르겠어. 내 마음이 많이 약해져있을 때 딱 봐서 주파수가 맞았나?
어제 헤드윅은 폭풍을 만난 기분이었어.
이리저리 흔들리고 굴곡 많은 길바닥 삶을 살아온 짱드윅
나도 정말 정신없이 그걸 따라 흔들리는데 미치겠더라. 속이 울렁거렸어.

머리가 벙한 상태로 마지막 미드나잇을 보는데
헤드윅과 이츠학. 그들의 그 완전한 하나되는 순간.
은빛 드레스에 금발 생머리 가발 쓰고 당당하게 올라오는 조츠학을 맞이하는 짱드윅의 표정
둘이 손을 부여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 얼굴
터진 울음 감당 못해 노래를 잇지 못하던 조츠학
떠나가는 짱드윅을 뒤에서 바라보는 조츠학의 표정

그 모든 게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 심장이 터지는 느낌이었어.
손 높이 들고 그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그냥 내 안의 모든 감정이 다 뒤죽박죽 섞이는 감각.

집에 와서 계속계속계속 짱드윅과 조츠학만 떠오르는 거야.
울고 싶어져서 괜히 눈물 몇방울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잠 못 자고 뒤척뒤척.

겨우 세시간 잤나 싶은데, 꿈에 개다리춤 추는 짱드윅이 등장...ㅋㅋㅋ
깨고서 헐 이게 뭐야 하는데 그제서야 미드나잇 아닌 다른 짱드윅 장면들도 떠오르더라.
맞아 진지하고 길게 개다리춤 췄었지, 주먹 휘두르는 춤도, 통로 나와서 트위스트 스텝도 밟았었어.
언제나 벅차오르는 오리진오브러브, 깃털 무지하게 휘날리던 윅인어박스, 농염하게 허리 돌리던 슈가대디 등등 등등..

그냥 헛웃음이 비식비식 나왔어. 지금도 그래.
싱숭생숭 어이없는 웃음도 나고 또 다시 울컥도 하게 되고 하 내 인생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관극이 내 삶에 실제적으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겠지만
뭔가 차오른 이 느낌. 끊임없이 떠오르는 뭔가 때문에 뮤지컬을 계속 보는 거 아닌가 싶어.

그래서 뭐.. 좋았다고 짱드윅. 그리고 조츠학.

주절주절이 너무 심하다. 오그리토그리. 완벽한 포도알 같기도 하고.
미안해 횽들.. 일은 하고 있는데 머리는 온통 헤드윅이라 쏟아내고 싶어서 그랬어ㅠㅠ
맛난 점심 먹고 좋은 하루들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