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데이 보고 왔어.

우선 넘버 좋더라.

여기서 누가 마약빨고 만든거 같다는거 본거 같은데

음, 진짜 어줍지 않은 창작뮤지컬보다 오히려 넘버는 몇배 좋더라.

그런데 스토리 개연성이나 뭐랄까, 풀어나가는 그런거에서는 좀 ? 였어.

뭔가 굉장히 길고 많은 이야기를 압축해서 빠르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그런 거에 좀 시달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토리가 나쁘단건 결코 아냐.

뭔가 조금더 느긋하게 풀어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

뭐랄까 이건 대극장에서 해야할 뮤지컬을, 소극장에서, 공연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느낌..?

러닝타임이 아마 인터 없이 110분이었던거 같은데 130분 정도 하면 어떨까 싶더라.

왜냐?

여운을 즐길 감정선도 너무 짧고, 그렇게 좋은 넘버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극은 헐레벌떡 달려가니까.

거기다가,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는데 배우분들 대사 주고 받는 호흡이 뭔가 좀 엉성하단 느낌도 받았어.

조금 시간을 두고 긴장감을 준다음 빵! 하고 던져야 하는 대사들이

너무 빠르게 받아쳐버리니까, 관객에게 긴장감을 좀더 줄 수 있는 장면들이 그냥 지나가서 안타깝더라.

거기다 분명히 웃음이 나올만한 웃음포인트가 있는데도, 극의 전개가 빠르니까

적절하게 웃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세트에 비해 무대가 너무 좁아.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무대가 좁아서 배우들이 깨금발로 춤을 추더라.

이게 만약 러닝타임이 길고, 대극장이었다면 뭔가 조금더 화려하게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만남과 설레임과 긴장감을, 춤추는 씬을 통해서 더 확실히 전달 받았을거라 생각해.

시나리오 자체는 굉장히 좋은데,

시간을 좀더 들였어야 할 장면들이 너무나 빠르게 가버리는게 참 아쉽더라.

그리고 뭐랄까, 중간중간 빠져있는 퍼즐조각 같은게 느껴지는 느낌이야.

 좀 더 에피소드가 있는거 같은데

시간에 쫓기다보니 삭제를 해서 스토리 전개에는 문제가 없지만

뭔가 감칠맛이 덜한 느낌?

그리고...

공연장이 넘버를 죽이고, 조명을 죽이고, 배우를 죽이고, 세트를 죽이는 적절한 무대를 본거 같아.

그래도 나쁘단 이야기는 아냐.

좋았어.

근데 간단히 말하자면 제대로 된 대극장에서 앙상블과, 좀더 긴 러닝 타임과, 세트와, 음향과, 조명과 함께 봤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느낀 작품이야.

보면서 난 그렇게 생각했어.

루팡같은 작품 대극장에서 하지말고 이런걸 대극장에서 하란 말야.ㅡㅡ

이런 느낌..?

매력적이고, 흡입력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소극장에서의 공연은 두번은 안보려고..

좋은데, 다 좋은데

그냥 너무 아쉬워서..

어쩌면 한두번은 더 볼지도 모르지.

그런데 공연 환경이 작품에 비해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

아 그리고, 음향 탓인지 가끔 가사가 뭉개져서 잘 안들리더라.

참 안타까워..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