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에 푸르른 날에를 봤어.
티켓 오픈 부터 이 날 봐야겠다 싶어서 잡았는데 가는 길에 비까지 오니 맘이 더 무거워지더라.

일단 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좀 불편했던게 잔인한 역사잖아 그걸 영상으로 보는게 너무 힘들었거든. 연기든 뭐였든간에.
그래서 보기 전에 살짝 걱정된 것도 사실. 그리고 주변에 5.18을 겪거나 직접 연관된 분들이 없어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뺄 수 없이 중요하지만 나랑은 좀 떨어진 과거란 생각이였어.

극이 과거랑 현대가 오가면서 펼쳐지는데
분명 과거의 잔인한 사실들이 보여지지만 (도청 장면이라던가, 고문장면이라던가)
난 왜 그렇게 현재 민호랑 정혜가 대화하던 장면이 아릿했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그 과거를 보내온 두 사람이 담담하게 또는 아프게 얘기하는게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과거의 장면보다 더 직접적으로 가슴에 와닿았던거 같아.
난 80년도에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그때 일은 공부로만 배운게 다고 앞서 얘기했듯이 주변에 관련된 분들이 없어.
그래서 내가 그 뒷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일이 드문데
푸르른 날에의 여산과 현재 정혜 장면을 보면서 그 간접경험을 대신 한 거 같아.
그래서 2013년의 나에게도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묵직함을 남겨줬어.
과거의 장면들로만 극이 구성됐다면 너무 슬펐을거 같고 보기 힘들었을텐데
그게 아니라 과거의 일이 어떻게 현재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나온 역사로만 두기엔 남겨진 상처가 너무 크다는걸 깨닫게 되더라. 
엄청 운다길래 맘 먹고 갔는데 난 생각보다 많이 울진 않았는데 이게 참 말로 설명하기 힘든게 눈물이 나오는데
머리속에서 슬프다 라고 생각해서 우는게 아니라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ㅠㅠ

장면 장면 기억 남는건
도청에서 김남주 시인의 시를 읊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시 내용도 그렇고 배우들이 단체로 발 굴러가며 또박 또박 읽는게 소름이 돋더라.
물 고문 씬은 저게 연기인걸 아는데도 보기 괴로웠어.
그리고 정말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장면ㅠㅠ
현재의 여산과 정혜, 과거의 민호와 정혜가 마주보는 씬.
다들 달려나와서 웃고 떠들고 하는 와중에 운화의 면사포를 과거 정혜가 받아서 쓰는데
완전 가슴속에서 요동이 막 ㅁㄴ;ㅣ하ㅓㅁ니ㅏ어리나어리ㅏ넝ㄹ 치더라니깐.
컷콜때 배우들 한번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명행배우가 소리칠때
나도 모르게 환호하게 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지모를 답답함을 그때 소리치며 풀어냈던거 같아ㅋㅋㅋㅋ

그리고 살짜기 당황했던건ㅋㅋㅋㅋㅋ 초반에 대사 치는게 좀 읭스러웠어.
난 숙연한 마음으로 보고있는데 옆에서 빵빵 터져서 더 그랬었는데
플북 설명보니 이해가 가더라. 무거운 내용을 다 똑같이 표현하지 않고 좀 더 유머있게 덜 무겁게 보이려 했다고.
그래서 중간 중간 재밌는 장면들 덕분에 마냥 무겁지 않게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거 같다고 나중에 깨달음ㅎㅎ

여타 다른 작품들과 다른 표현 방식이 난 너무 좋았고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5월 눈부신 날씨가 되면 푸르른 날에가 그리워질거 가틈
매년 올라온다면 5월 18일엔 빠짐없이 보러갈거 같으니 내년에도 볼 수 있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