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2층이라도 잡아서 보고 온 나를 셀프 쓰담쓰담.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샤롯데 2층은 시야도 상당히 좋고, 음향도 1층보다 낫더라.
오늘 밤공 본 사람들은 2층 음향 구리다던데, 낮공 2층 음향은 꽤 괜찮았음.
이후 두서없는 의식의 흐름 후기.

1층에서만 보다가 2층 올라오니까 확실히 조명이 볼만하더라.
뭐 무소유 연출에 이정도 장기는 살려줘야 ㅠㅠ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명은 십자가 씬이었는데, 이건 1층 앞쪽에선 절대 안보이겠네 싶더라.
십자가를 향해서 핀조명 떨어지면서 바닥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가 떠오르는데
이게 상당히 아름답다고 할지. 하여간 난 이거 본 것만으로도 2층 온 보람이 있다 싶었음.

한유다는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도 죽음의 스케줄이라 목상태가 걱정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는데
아주 티나게는 아니더라도 피치 떨어지는거, 후음 쭉 늘이던게 짧아진 거라던가,
고음 올릴 때 힘겨워하는게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근데, 한유다가 원래도 쫌 많이 안된 캐릭터인데, 본인 목상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안스럽고
그래서 그랬는가 오늘 은저스가 단호박을 반만 드셨네?
최후의 만찬에서 유다가 발 아래 꿇어엎드려 절규하다 예수가 끝내 자기 외면하는 것만 보고
등돌려 돌아서면 그 때부터 예수가 시선으로 유다를 쫓는데, 오늘은 그 장면에서 유난히
은저스 표정이 아련아련.
그리고 나서 '아무도 곁에 없구나~' 하는데 다른 제자는 다 들러린가요,
유다가 등돌리고 떠났다고 곁에 아무도 없다하시면...이란 생각이 들정도였;;;

이어지는 겟세마네는 또 나의 자체 레전을 갱신했다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찢고 쳐서! 할 때, 저 쳐서!가 다른때보다 거칠다고 할지 좀더 샤우팅이 됐다고 할지
당신 뜻을 따르기는 따르겠지만, 나 죽는 꼴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라는 것 같았음.
(내 아들 죽는 거 아니고, 당신 아들 죽는 거임...뭐이런;;;)

그리고 유다 죽을 때.
아놔~ 전엔 안그러셨잖아요~ 오늘 유다 실려나갈 때 왜 아련하게 한쪽 손을 들고 그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여기서 은저스 표정 디테일 좋아하는데, 거기에 더해서 그렇게 손을 뻗으면
유다의 배신까지 자책하며, 그 죄를 자신이 짊어지고 가려는 거 같다고 내가 상상을 해요, 안해요. 엉어어엉유ㅠㅠㅠㅠㅠㅠㅠ

며칠전 지빌라 첫공하고 멘붕을 겪은 후로 태한 빌라는 무한 사랑입니다. 엄지척!

동현 헤롯도 내가 본 중엔 오늘이 제일 좋았어.

난 첫공부터 삼인방을 지크슈의 귀요미라고 혼자 생각해왔으므로 오늘도 좋았다함.
커튼콜에서도 이젠 자연스럽게 환호가 나올 정도까지는 됐음.
그러나 잔망스런 안나스는 '험' 발음 연습을 합니다.

시몬은 오늘도 별로였고.
베드로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난 ~ 몰라요' 할때 난~이 항상 쓰릴했는데, 오늘은 들은 중 가장 무난했음.

정마리아는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좋은데, 난 장마리아가 더 취향이라고 깨달았다.

은저스도 공연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감정이 풍부해지고 있어.
기본적인 연기 노선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디테일이 생기고 감정이 더 깊어지고
오늘도 십자가씬에서 처절하게 고통스러워 하다가
'다 이루었다'는 진짜 완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은저스 '다 이루었다'에 무슨짓을 한 건가.
나 그냥 눈물만 주르르 흘리다가 이 대사 들으면 진짜 오열이 터져서 입 틀어막고 어깨 들썩들썩 ㅠㅠ
이러고 막 내려올때까지 암것도 못하고 늘어져있는 바람에 박수칠 기운도 없었다.

짧게 하는게 아쉽기도 하지만, 배우들 생각하면 짧게 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인 것도 같고.
하여간 기회될 때 가열차게 회전문 돌아도 끝나고 나면 후회만 남을 것 같은 마성의 지크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