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친구 하나랑 쓰릴미 보기로 했단 말이야.
나는 2010년에 잠깐 서울 살았어서 뮤지컬 몇개 봤어.
시골있을 땐 못보니까 서울 왔을 때 많이 봤지.
쓰릴미도 몇번 봤었어. 재밌더라구.
그러다 지방내려오면서 공연 몇편 못보다가
서울 출장이 생기고 돈쓸일도 생기고 마침 좋은 기억 가지고 있던 쓰릴미를 한다기에 
친구하나 꼬셔서 예매를 했어.

그 친구는 이 뮤지컬이 뭔지 몰라서 내가 간단히 설명했지 동성애 내용이라고.
그렇게 예매하고나서 후기나 뭐 공연에대해서 친구가 알아봤나봐.
그리고 오늘 나랑 얘길하다가 쓰릴미가 동인녀 뮤지컬이 되어서 뭐 어떻다더라
그런 얘길 하더라구.

가만가만 생각해보는데
남자들의 파워게임이면 바람직한거고 그게 사랑얘기에 치우치면 그건 비하될 일인가....뭐 그런 생각도 들고 이상하더라구
왜냐면 나는 브로드웨이 원작도 모르고 오직 시골사람 하나가 2010년에 몇편 본 게 다거든.
근데 내 눈엔 사랑이 주였고 그걸로 충분히 좋은 극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친구가 여러의견을 봤나봐,
사실 우리 시골사람들이 서울에 뮤지컬 보러 가는 건 표값의 개념이 아닌ㅋㅋ 차비며 시간이며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거라;;

결론은 파워게임, 헤게모니 쟁탈로 표현해야 할것을 동인녀들 때문에 동인극으로 변질되었다.
이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인 것 같애. 나도 집에 와서 좀 찾아봤거든.
그 생각에 나는 좀 별로더라구.
쓰릴미가 헤게모니 쟁탈전인가? 주도권 쟁탈전이 더 재미있고 바람직한 방향의 쓰릴미였나...원작이 헤게모니 쟁탈이었나?
그걸 잘 모르겠는데 실제 두 사람이 연인이었고...
극에서는 사랑때문에 나가 자신과 그의 인생을 한데 묶어서 감옥으로 던져버린 걸로 이해하다보니.
사랑때문에 몰래 조정한 거잖아. 근데 그게 두남자의 파워게임으로 보여야하는 게 옳은 정석인건지...것도 의문이들어.

헤게모니 쟁탈전으로서의 면모에 초점을 맞춰서
\' 두 천재소년 간에 주도권 싸움이 있었고 그가 주도권을 가진 것 같지만 실은 나였구나. 진짜 조정한 것은 나였어.\'  
쓰릴미를 보고 느끼는 주도적 감상이 이렇게 되는게 좋은 방향의 쓰릴미이고
\'아 어리석게 지독한 비극적 사랑을 했구나. 슬프고 충격적인 사랑이야...\' 가 주도적 감상이 되는 것은 동인녀식의 유치한 사고의 쓰릴미인가? 
물론 쓰릴미는 두개의 감상이 다 일어나잖아. 둘다 충격적이지.
근데 나는 가슴에 맴도는 메인 메세지는 후자더라구. 
파워게임으로 가야지...왜 동인으로 가느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애.
이성간의 사랑이든 동성간의 사랑이든 마찬가지고.  
거기에 키스신이 찐하고 안찐하고, 스킨십이 많고... 그런 게 하나도 불쾌하지 않던데 
왜 불쾌하고 거슬려하는지 모르겠어. 동인녀용 뮤지컬이 되었다고 말하기도하고..
동인녀들이 그런 장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거야?
동인녀들이 좋아하는 그런 요소도 쓰릴미 요소 중 하나인데. 동인녀들이 좋아한다고 그런 부분을 축소해야하는 건 아닌데.

길게썼네.

세줄요약하면
1. 쓰릴미는 헤게모니 쟁탈전이 정석인가?
2. 쓰릴미에 동인녀들 좋아하는 요소 많은 건 비난받아야하나?
3. 난 그럴 필요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