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2002년에 했던 오페라의 유령을  꽤 많이 봤어
사회생활 초창기였던지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었는데 그때 공연 보는게 유일한 낙이었거든
그러다 6월 초쯤에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있는데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짓던 분들이시라
생일은 물론 기념일 챙기는건 남의나라 이야기 ..
그래서 기념일도 있고하니까 엄마 아빠 보여드려야지 했었어
결혼하시고 영화도 한편 못보신분들이 10만원이 넘는 공연을 보여 드린다 하니 엄마는 공연당일날 아침까지
티겟 바꿔와라 뭐하는짓이냐 안간다 하셨었어..이제 환불 안된다고 안가면 그냥 버리는 거라고 해서 가긴 가셨었어
들어가기 전에 공연이란건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 혹시 실수를 해서 다른 관객분들께 불편을 끼치진 않을까 정말정말 열심히 설명해줬던 기억이나
공연 끝날 시간 맞춰 부모님 픽업하러 갔었는데..엄마는 거의 녹초가 되었있고 무뚝뚝하셨던 아빠까지 눈이 퉁퉁 부어계셨었어
집으로 가는 내내 ..공연보러 안간다 버티시던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두분이서.. 머리위에서 떨어지는데 놀랐다..당신은 그거 봤냐
노래 잘하더라..신기하더라 등등..cd를 듣고 또 듣고..
다음날 시골로 내려가실때까지 공연 이야기만 하셨어...
그래 이런거 보여드리는거 아무것도 아닌데 아이처럼 너무 좋아하시니까 죄송할정도로..자주는 못보여드려도
딸래미 보러 서울 올라 오실때 만이라도 좋은 공연 보여드려야지 다짐했어어
근데 뭐 사람일이 생각대로 되나 그 다음해 1월말에 아빠는 사고로 엄마는 11월에 암으로
오유가 부모님이 본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되어 버렸어
이제 10년쯤 지나서 어느정도 담담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유공연은 못보겠더라 한20년쯤 더 지나서 오유공연 한다면 그때나 볼수 있으려나
(그때 사실 아빠한테 미리 말씀드리고 양복 가슴쪽 포켓에 녹음기를 넣었거든..부모님의 웃는소리 박수치는 소리
엄마가 우는소리..인터미션때 두분의 생생한 대화까지..배우들의 노래보다 그 소리들이 더크게 들어가서 그때 아빠한테
아빠는 절대 박수치면 안된다고 했잖아!!라고 철딱서니 없게 화냈던 기억이나..근데 지금은 그게 내 가장큰 보물이야
부모님 음성을 들을수 있는 유일한거거든)

그래서 그때 오유출연 배우들 보면 지금도 막 더 애정이가고 더 애듯하고 고맙고 그래(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세상 참 좋은것도 많고 신기한것도 많고 볼것도 많은데 뭐가 그리 바쁘셔서 일찍 가셨는지..

뻘글이 너무 두서 없고 길다...결론은 나중에 말고 지금 효도하자....


아침이되면 이런 글을 왜썼지 머리 쥐어뜯으며 후회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