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뚫는 남자 보고왔어. 이종혁-고창석.

우선 이종혁은 내게 상당히 날티나는 이미지였는데,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갔거든. 근데 생각보다 순진무구한 듀티엘이더라. 소심한 모습을 구부정한 모습으로 연출하는데, 그냥 좀 귀엽더라...... 그래 나 얼빠 (((())))나
노래도 걱정했는데 송스루이긴 해도 노래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괜찮았고 걍 잘 어울렸어. 임창정 듀티율도 궁금하네.

스토리는 마치 내가 요즘 돌고 있는 브루클린이 생각났어 브루클린은 동화라고 실드라도 칠 수 있었지만 ㅋㅋ 여튼 벽뚫남도 뭔가 한두군데 큰 구멍이 있는거 같아. 귀엽다 이쁘다 아기자기하다~~하고 보고 있다가 무뜬금으로 읭?? 하게 하는 장면들이 조금 있었어. 근데 조명, 무대, 이야기 등등 다 동화같아서 그냥 다~이해했어. 이건 동화니까요. (핏. 매직맨) 듀티율이 사랑에 빠져서 그녀에게 막 다가서려고 할 때 가로등이 번갈아 깜빡이는 게 너무 이뻤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같아서 나도 두근거리고... 듀티율이 그녀와 키스 후에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가슴팍 잡고 쓰러지잖아. 그때 난 듀티율이 그녀와 사랑을 이룬게 너무 행복해서 혼자 낄낄 거리는 줄 알고 나도 행복하게 바라보다가 쓰러지길래 순간 당황했다. 웃고 있던 나 뻘쭘해짐.

고창석 듀블은...ㅋㅋㅋㅋ 진짜 빵 터짐.
진짜 아무것도 안해도 다들 빵 터짐. 정말.... 짧으시더라 ㅋㅋㅋ 웃음 포인트 잘 살리고 능청능청스러웠어. 난 개인적으로 경찰씬이 제일 좋았는데 (천사 날개 펄럭펄럭할 때) 같이 간 지인은 변호사 씬이 젤 좋았대. 그 조명 따라서 뒤뚱뒤뚱 걷던 모습 ㅋㅋㅋ 그 말도 안되는 의사 처방이 사실이었다니... 레베카보다 더 큰 반전이었어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역시 대종시더라. 같이간 지인이 대종시한테 푹 빠졌어. 검사씬에서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개그스럽게 잘 했대-는 내 지인의 평. 손 떨어서 손 잡고 발 떨어서 발 잡는 장면이 그렇게 웃겼다나? ㅋㅋ

주연들보다 조연들이 노래도 연기도 더 잘하는 이상한 벽뚫남이지만 소심한 모습의 이종혁 듀티율도 괜찮더라ㅡ

공연 전체가 아기자기하고 귀엽지만 나름 생각할 거리도 있었어. 평범한 한 남자가 힘을 가지게 되면서, 그 힘을 스스로 두려워하고.. 그러다가 힘에 도취되고. 처음에 자신에게 벽이 없어졌단 걸 깨닫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벽이 사라졋음을 슬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보통 벽이라고 하면 나를 가로막는 벽을 생각하는데... 내겐 새로운 발상이었고, 이게 소심한 듀티율의 모습을 단적으로 그려주더라구.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하던 듀티율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데 여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벽에 갇혀 사는 사람이었지. 사방이 벽이라 자유를 꿈꾸던 여자에게 듀티율은 벽을 뚫는 능력을 이용해 다가갈 수 있게 되잖아. 난 사실 첨엔 듀티율이 자기가 뚜네뚜네인 걸 밝히는 과정을 이해 못했는데, 자신의 능력을 만천하에 공개했기 때문에 벽 속의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뒤죽박죽 생각중이야.
결말은..허무한듯 하면서도 "벽"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 좀 생각해보고 있어.
딱히 기억에 남는 넘버는 없지만...
그래도 이쁘고 아기자기하다.
관객 호응도 좋더라 오늘~~


폰갤질이라 오타 및 엔터 양해 바람!


ㅎㅈㅇㅇ 한번은 볼만한 공연같음 동화같고 이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