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에서 하도 망국이 아닌 망작이다 이러길래 관심없었는데

소셜에 떴길래 진짜 별 생각없이 S석 예매.

그리고 2013년 첫눈물을 삼천과 함께 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지?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인데ㅠㅠㅠㅠㅠ?

망국의 꽃. 망국의 한.
카피가 바뀌었다곤 하는데 내가 받은 티켓이나 리플렛은 망국의 한이길래 나도 그냥 옛날 카피 사용.
로맨스 노선이 강해졌다는 갤 후기 보긴 했는데 그냥, 예상 가능한 정도의 로맨스.

사실 나라가 멸망한다는 그 일련의 감정들을 21세기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이해할 수 없겠지 평생.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
일단 배우들이 연기 다 잘했어. 그래서 그들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가
나를 나로써 사는 게 아니라 한 나라의 왕이자 대장군이자 신녀로 사는 삶의 무게로 느껴졌어.
그리고 그 우리나라 고유의 악기소리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구슬픔이 그 무게를 더 가중시켰어.

사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스토리였는데 (그래서 숨겨진 역사의 비밀 이런 카피는 와닿지 않았지만)
그 스토리를 절절하게 만들어 준 게 음악이었던 거 같아.

근데 나 갔을 땐 플북 없다고.. 완판이라고... 그래서 못 샀는데 여기 작곡 누구지?
작/연출이랑 음악감독은 나왔는데 작곡이 없네. 이것도 서작인가?

무대같은 경우는 보면서 궁리가 생각나더라.
궁리 특유의, 조명으로 무대를 만들고 공간을 만드는 그 의식의 나열과 흐름이.
무대에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현실입갤 하겠더라구.
은은한 색보다는 원색적인 조명빛이 많았는데 궁리 이후로 만난 신선한 조명 활용이었어.

다만 아쉬운 건 무대세트에 조금 더 투자를 해서 배경의 전환이 있었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등장인물 모두의 감정 - 진짜 백제를 사랑해서 왕을 치려는 자와 왕을 진정으로 위한 자, 백제를 멸망시키려는 자 모두
가슴 절절히 이해됐는데 진장군역의 전성우가 20대 후반 즈음 됐을 때 다시 진장군을 표현한다면 어떨까 싶더라.
연기력의 여부를 떠나서 신라의 화랑 이야기도 아니고 다들 인생을 한소끔 산 인물들 틈에서 너무 어려보였어.

백제 마지막 왕조 그들은 모두 백제를 사랑했어. 다만 그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지.
정말 별 생각없이 갔다가 하트어택 제대로 먹고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한마리 하이에나가 되어 오늘 회사 칼퇴하고 삼천 다시 보러갈 궁리 하고 있지.

아무튼 삼천..... 기대 이상, 완전 500%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