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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글ㅁㅇ) 죽은 왕비를 꽃으로 기억하느냐, 돌로 기억하느냐

ㅒㅒ(124.55) 2013.01.15 01:43:08
조회 2353 추천 43 댓글 39



갤이 글 먹어서 다시 썼어ㅠㅠ 원래 어떻게 썼었는 지 기억도 안난다ㅜㅜㅜㅜㅜ

근데 철저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거라 나도 써놓고 뭔 소린 지..

횽들도 나도 자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무슨 뜻인 지 이해가 될 지도 몰라^_ㅠ







 


 

  모든 기억은 개인의 주관적 수용을 통해서 왜곡돼.

 

  “내가 처음 빠진 어금니를 묻은 곳도 여기고."

 

  19세 용바위에서 자신이 타임캡슐에 어금니를 묻었다고 말하는 앨런의 대사는 훗날 세 친구들이 고든을 자신 안의 악마들과 싸운 천재 시인으로, 어릴 적 요절한 우리 친구로,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불행한 삶을 산 중증 우울증 환자로 기억하게 될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라고 할 수 있어. 원작에서 nimston은 폴이 9살 때 만든 단어이지만 앨런은 극이 끝날 때까지도 nimston을 자신이 만든 단어라고 착각하는 점에서 기억의 왜곡되는 특성은 더욱 단적으로 드러나.

  

  우리는 죽은 자를 꽃으로 기억해야 하는가, 돌로 기억해야 하는가. 혹은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야 하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 그 사람의 죽음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자기합리화를 한다고 해도 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그 문제의 정답을 가르쳐줄 수 없어. 진정 죽은 자를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자석이라는 연극은 네 아이들이 죽음과 친숙하지 못했던 까닭에 생겨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비극은 고든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돼. 고든은 엄마를 기억할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비운의 아이야. 엄마를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남아있는 아버지가 엄마에 대한 추억을 고든에게 이야기해줬을 것 같지는 않고. 엄마가 떠나버린 고든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엄마를 상상하는 일 뿐이야. 결과적으로 고든에게 있어서 죽음은 곧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는 의미를 지니게 됐겠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환상 속에서 고든의 엄마는 노래를 부르며 더욱 아름다워졌을 것이고 말이야고든이 기억하는 행위라고 착각하는 것은 죽은 사람을 꽃으로 포장하는 행위에 불과해. 죽음의 끝에는 그저 환상뿐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든이 기억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해.

    

  9살 때 세 아이들과 용바위언덕에서 만나는 그 순간조차 고든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처음 사귄 친구에게 착한 귀신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 봐도 그렇지. 문자라는 기록수단을 통해서 이야기를 쓴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의 일종일 수 있어. 그만큼 고든은 죽음과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하지만 친구들은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음울한 고든을 피하기만 하지. 어쩐지 무섭고 싫으니까. 그만큼 누구보다도 열등한 존재인 고든의 곁을 지켜줘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지만 말이야.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겪은 고든에게 있어서 고든 또한 언젠가는 죽게 될 존재라고 인정해주는 것은 곧 고든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행위일 수도 있어. 하지만 19살 폐교에서 프레이저는 자신을 기억해주겠냐는 고든의 질문에 고든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답하지. 이전에 고든이 손목을 그었을 때 친구들이 어떻게 반응했을 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어. 당연히 고든이 죽으려고 했다는 사실에 펄쩍 뛰며 분노했겠지. 마치 고든이 죽으면 더 이상 자신들의 곁에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듯이 말이야. 그래서 고든은 자살해버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차라리 프레이저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릴 적 폐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고든이 죽은 후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말해줬더라면 고든은 자살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나는 개인적으로 자살이라는 행동은 결국 이 세상에 남아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절벽에 몸을 던지는 고든의 마음 속 깊은 곳엔 이런저런 생각이 혼재해있었을 거야. 고든의 내면에는 고든이 엄마를 기억했듯이 누군가가 지금 고든의 보잘 것 없는 모습을 꽃으로 포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누군가 고든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을 두려워했던 고든의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거야. 살아있을 때 고든의 마음속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시작한 자기혐오가 팽배했던 것 같아. 고든은 시간이 흐를수록 왜곡되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통해 깨닫지. 자신이 지금처럼 고든이라는 존재로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왜곡된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한 인간이 온전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을 수 있는 탈출구는 죽음뿐이라고. 남은 친구들이 고든에 대한 왜곡된 기억 속에서 헤엄치며 혼란에 빠져버릴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렇게 죽어버려.

    

  남은 세 친구들은 고든의 죽음을 통해 고든의 삶을 연장해서 살아가기 시작해. 고든의 어머니가 고든에게 물려주었던,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냄새를 나머지 세 아이들도 맡기 시작하지. 휴고와 엄마, 아빠가 고든에게 깨우쳐 주었던, 잊힌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프레이저와 폴, 앨런도 고든을 통해서 알게 되지. 이 세 아이들은 살아있을 때 고든이 죽은 자에 대해 느꼈을 죄책감도 느끼게 돼. 고든의 내면을 이해하기도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는 죄책감, 고든에게 더 잘해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많이 있었다는 죄책감. 고든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생각을 했다는 데에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소망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하는 인간심리의 특성으로 인해서 말이야. 이러한 죄책감은 세 사람이 살아서 누리는 행복에 합당하지 않다는 듯이 행동하는 자기 파괴적 양상을 통해 드러나.

    

  고든이 죽음으로써 끝낼 수 있을 줄만 알았던 슬픈 자석들의 이야기는, 고든이 죽은 후에도 죽은 고든과 함께 계속 돼. 남아있는 세 사람은 타임캡슐의 뚜껑을 끝없이 닫아두려고 하는 등 고든을 떠올릴 수 있는 온갖 매개체를 피하려고 하는 행동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 죽은 자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지. 그렇게 함으로써 고든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떠오르고. 그나마 떠오르는 기억을 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전환시켜보려고 하지만 도리어 꽃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떠올라서 당황해. 고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고든을 돌로 기억하려는 심리, 꽃으로 기억하려는 심리 사이에서 악순환을 반복하는 거야. 고든이 남의 이야기를 베꼈느냐 아니냐의 논쟁은 이런 악순환의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어. 꽃과 돌의 악순환 속에서 고든은 친구들의 마음속에서 친구들 각자와 밀착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미지로만 기억되고 말아.

    

  죽음과의 단절은 곧 과거와의 단절이며 미래와의 단절이기도 해. 죽음은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종착지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주제이기도 해. 나쁜자석은 어떻게 보면 죽음과 개인을 분리시키는 사회의 비극일 수도 있어. 이렇게 극에서 나오는 아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비극을 겪어야만 했던 거야. 그래도 이 아이들이 고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고든을 추억하는 행위를 통해 각자의 기억을 짜 맞추다 보면 고든의 본모습을 늦게나마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고든을 왜곡된 모습으로 기억하더라도 고든은 남아있는 세 사람의 마음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잠깐 동안이라도 고든과 친구였더라면 고든의 참모습을 자신의 일부로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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