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류막심 첫공 보고 왔음. 사실 애초 자체첫공은 22일이었는데, 영상 풀린 거 보고 류막심은 홀랑 빠져있었음에도 낚여서-_- 결국 오늘 공연 예매. 그니까 애초부터 잡으면 좋았을 걸 어차피 호갱인거 괜히 늦게 잡아서 표값만 비싸게 물고-_-;

일단 난 오늘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세트랑 영상. 영상은 이앰개의 몬테 초연 영상부터 봐온 입장에서 참으로 일취월장해서 우등상에다 진보상까지 주고 싶은 심정이고, 세트도 엄청 공들였고 웅장한데 참 매끄럽게 전환되더라. 사실 세트에 공들인 걸 보자면 레베카랑 루돌프를 같은 돈 주고 보는게 심하게 억울할 정도. 그런 의미에서 초연은 거의 프리뷰 풀던 이앰개가 이번엔 안 푼건 나름 완벽한 준비가 되어서-였던가 하고 호의적으로 생각해주기로 했음. 난 다들 불만이라는 그 불도 걍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난 그럭저럭 충분히 위기로 보였고, 뭐 더 박진감 있어도 좋겠지만 애초에 엄대표가 불지른다고 할때부터 아니 거긴 블퀘가 아니라 엘지인데...ㅜ.ㅜ 했던 입장이라, 엘지는 소중하니까요-_-;;

배우들은, 일단 난 이제껏 옥 공연을 그렇게 봤는데도 유일하게 제대로 화해한 공연이 아가씨와 건달들 하나 뿐이었을 정도였을 정도로 잘 안 맞는 배우인데, 레베카가 아가씨와 건달들 뒤를 따르는 공연이 될 듯. 애초 캐스팅 발표 났을 때부터 옥이 '나'가 아니라 댄버스를 하는 건 참으로 현명한 결정이다 했는데, 예상대로 참 잘 하더라. 그니까 이렇게 센 캐릭터라든가 아님 반대로 아건에서처럼 칠렐레 팔렐레 푼수 언니는 참 잘 어울리는데, 갸륵하고 청순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나랑 참 안 맞는 듯. 비쥬얼 훌륭하고 넘버 소화력 갑이고, 광기어린 집착녀 역할에 정말 잘 어울리더라. 레알 레베카 덕후-_-로 살아온 삶이라, '나'한테 레베카의 방 안내할 땐 정말 딱 덕 컬렉션 자랑하는 모드;;; 그래서 마지막 선택도 이해가 가고(덕후의 가장 처절한 최후-_-). 신댄버스는 아직 못보긴 했지만, 내 입장에서 이번 레베카에서 제일 안 가리고 볼 배역은 댄버스 부인이 될 듯한 예감.  

임나는, 난 애초에 얼빠인데다 딱히 찾아서 보진 않지만 막상 무대서 보면 임혜영이 크게 거슬린 적이 없어서 임에 치우쳐 잡았는데 오늘 보면서 잘 한 선택이었다고 생각. 일단 참 예쁘고 가늘가늘 청순해서 막심이 왜 보고 한눈에 맘에 들었는지도 알겠고, 그렇게 여려보이는 언니가 2막에서 강하게 마음먹고 굳세지는 것도 괜찮고. 비쥬얼상으로 워낙 동안이라 류막심이랑 서니 나이차이나는 부부로 비쥬얼이 딱 잡히고, 옥댄버스랑 섰을때도 체격상으로 밀리는 느낌이 잘 살고. 노래도 댄버스랑의 레베카 듀엣에서 좀 묻히는 거 말고는 대체로 만족스럽더라. 특히 류막심이랑 듀엣은 기대 밖으로 괜찮아서 놀랬고. 왜 임이 대극장 여주로 자꾸 올라가냐는 말도 있지만, 막상 보면 외모로 저 정도 설득력을 주는 여배우도 별로 없다 싶긴 함. 그리고 대부분 본인한테 어울리는 역을 쭉 맡고 있고. 두도시 루시도 괜찮다 싶었는데 '나'는 더 어울리고, 노래 부분도 큰 기대 안하고 가면 나쁘지 않은 듯.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늘 표를 잡게 만든 류막심은, 일단 참 어울리는 역임. 본인 나이보다 더 어린 역 보다는 나이랑 비슷하게 가는 역을 맡을때 제일 매력이 산다고 생각하는데(몬테가 그랬고 두도시가 그랬고), 이 역도 멋진 중년남 역이라, 슈트빨 버버리빨이 한몫 해주고. 게다가 결혼전 나를 꼬여낼 때의 느끼함과 결혼후의 까칠함까지 참 잘 어울리.....(라고 하니 칭찬이 아닌가; 싶지만), 암튼 이 양반도 건실하고 멀쩡한 남자보다는 살짝 불안정하고 왔다갔다 하는 역이 참 어울리긴 함. 고함지르고 고뇌하고 하는 건 워낙 트레이드 마크로 잘 하는 배우라-_-;; 1막에선 목상태가 좀 아쉽다 싶었는데, 2막에 넘버 많아지니 오히려 안정적이 되더라. 나도 사실 레베카가 아픈 건 아픈 거고, 막심이 책임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게 슬그머니 넘어가나 싶었지만 마지막에 지팡이 짚고 나오는 류막심이 멋져서 그냥 넘어가기로.....(근데 본진님 그새 살이 붙으셨는지, 그런데 가봉은 살붙기 전에 했는지 조끼랑 외투의 단추들이 참 힘겨워 보였;;;)  

최나래 반호퍼 부인은 제대로 감초 역할이고, 줄리앙 대령은 정말 비중없으니-_- 역시나 별로 안 가리고 가도 될 듯. 민욱벤 역시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다 싶고. 정화베아트리체랑 동욱가일스도 무난무난. 민철잭은(그리고 보니 잭더리퍼에 이어 여기서도 이름이 잭...), 최민철이라는 배우한테 있는 야비함만 다 모아서 끌어낸 거 같아서 상대적으로 선량해보이는 에녹이 이 역을 어떻게 소화해낼지가 궁금할 정도.  

루돌프 앙상블이 별로라 그럼 레베카 앙상블에 좋은 배우들이 다 갔나, 하고 기대했는데 로딩이 모자랐는지 앙상블 포스가 약했다는게 오늘의 가장 아쉬운 점이었던 듯. 그 와중에 권용국이나 이우승, 김효정 같은 두도시 앙상블들은 반갑고.

그리하여 사실 난 앙상블에 기립할 마음이 없었는데 앞자리 관객들이 나보다 관대한지 앙상블부터 다들 기립이라 결국 나도 강제기립;;; 글구 커튼콜 순서가 궁금했는데 막심을 제일 앞세운 한국 프로덕션 답게 커튼콜 순서도 댄버스-나-막심...이더라는. 류막심이 마이크를 잡고 VBW 관계자, 르베이와 쿤체, 요한슨 연출까지 외국 관계자들 소개와 인사가 간단하게 있었고, 커튼콜 갑인 이앰개 답게 주역들이 마지막에 노래도 한 소절씩 하게 만들었더라.

이래저래 어떻게 봐도 내 입장에서는 회전문 예약 작품이었던 터라, 첫공 기대치가 상당히 채워져서 난 만족, 그리하여 올해 첫 호갱 노릇은 레베카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