횽들한테 하도 영업 당해서 주말에 갔다옴
바로 글 쓰고 싶었는데, 공연 보고 맘이 먹먹해서 글 쓸 생각도 못함

요새 일에 치이고 사람들한테도 치여서 이런 감수성을 잊고 살았는데
공연 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됐음
사회생활에 찌들기 전에, 성인 되기 전에 해맑고 순수했던 그런 때 있지 않음?
그러면서도 계속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티 없이 맑으면서도 한 때가 되어버릴 성장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런 때 있잖아
나도 고등학교 때 막연한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 했었고,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적이 있었는데
어째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 같아.

정물화에서 나오는 대사들이 되게 문학적이기도 한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련하고 몽글몽글 해.
사실, 일상 생활에서 저런 문장을 내뱉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 하면서도, 청소년의 감수성으로는(요즘 애들은 내가 잘 모르겠고...)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잊고 있던 감수성을 다시금 떠올렸던 순간들이었어.

그래서 마음이 너무 먹먹해져서 집에 쉽게 발걸음이 안떨어지더라.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리고, 배우들이 일단 연기를 다 잘 해.
오버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있긴 한데, 공연이 흘러갈수록 이입하게 되고, 다들 화술이나 이런거 너무 좋고, 분위기도 좋음.
무대도 엄청 예뻐, 조명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게 이목을 확 잡아 끌기도 하고.
연출이 남자라는 걸 나중에 알아서 더 깜짝 놀랬어.
구보씨랑 과학하는 마음 연출이더라? 구어체에 강한 연출이라는건 알았는데, 여고생의 감수성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음ㅋㅋㅋ
트윗에서 찾아보니까, 다들 여자관객들이 그런걸로 놀라하더라? 나도 엄청 놀랐음

희곡 자체도 너무 좋은 희곡이긴 한데,
연출이 일단 여자 못지 않게 섬세하고, 배우들 연기가 갑. 진짜 간만에 제대로 된 연극 한 편 본 느낌임.

갤러형이 '이거 물건' 이라 그래서 영업 당했던건데,
진짜 물건임.


이번주에 끝난다니까 형들 빨리 보러가는게 좋을걸
난 주중에 한번 더 볼까 함. 난 현장에서 샀는데, 관객은 많은 편은 아니더라.

아무튼, 이상 영업글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