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오픈을 예매한 사람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화나는 마음은 알겠지만, 테니스 대회는 원래 그런 것이다. 투어 대회 신청은 대회 4주전, 그랜드슬램 신청은 대회 6주전에 마감한다. 따라서 선수들은 일단 그 때 신청을 하고 대회가 가까워져서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에게 작은 부상은 수시로 생기고, 또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한 주 쉬는게 좋다고 판단할 때도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들도 대회 신청시 올터네이트 높은 순위를 받으면 당연히 그 대회에 나간다고 생각한다. 몇 명은 철회할 것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드 1-4 번을 받기로 예정된 선수가 모두 철회한 것은 꽤 드문일이지만, 어쩌다 보면 그런 일도 생긴다. 본선 하루 이틀전, 예선이 시작한 다음에 철회하는 선수도 많아서 럭키 루저로 본선가는 선수도 상당히 많다. 이번 코리아 오픈에서는 프레흐가 그 전 대회에 우승하면서 피로를 줄이기 위해 막판 철회했다. 권순우가 2023년 아들레이드에서 우승했을 때도, 막판 철회가 두 명이나 되어서 럭키루저로 올라가서 우승한 것이다.

예매에는 그 외의 변수도 있다. 보기 원한 선수가 광탈할 수도 있고, 주최측이 스케줄을 예상과 다르게 짜서 예매한 날 원하던 시합이 안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테니스 대회 표를 예매하려면 복불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원하는 시합을 못 보면 꿩 대신 닭으로 다른 시합이라도 보겠다는 생각으로 예매해야한다. 아니면, 시합 전날까지 기다려서 스케쥴이 발표된 뒤, 예매해야 한다. 단, 이럴 경우 표가 매진 되거나 최소한 좋은 자리는 다 팔렸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나의 복불복 예매 경험들을 소개한다. (참고로 나는 호주 아들레이드에 산다.)

2019년 호주 오픈. 호주 오픈을 보러 가는 김에 로드 레이버 낮 시간 표를 샀다. 로드 레이버에서는 당연히 탑 시드 네 명 중 한 명의 시합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는데 (그해에는 빅3와 즈베), 2라에 라오니치와 바브링카가 붙음으로 이 시합의 2라 최고의 명승부과 될 것이라고 생각한 주최측이 이 시합을 로드 레이버에 배치했다. 그날, 정현 시합도 보고 조코 연습 시합 후 사인도 받았으니,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이러 것들은 다 그라운드패스로도 볼 수 있었던 것들, 괜히 비싼 표 주고 싼 시합을 본게 되었다. 그래도 위로를 한다면 로드 레이버에 가 봤다고 할 수 있다는 것.

2020년 아들레이드 인터네셔널. 시드니 인터네셔널이 아들레이드로 옮겨간 첫 해. 조코와 디미노가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8강전 예매. 그런데 둘 다 철회. 그래도 바티-본두로스바 시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23년 아들레이드 인터네셔널 1. 세르비아가 유나이티드 컵에 안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럼 조코가 아들레이드 1에 올 것이라고 예상. (아들레이드 1이 유나이티드 컵과 같은 주에 있었음) 또, 러시아가 유나이티드 컵에 못 나오니, 메뎁과 루블이 나올꺼라 예상. 따라서 출전 선수 명단이 나오지도 않았을 때 바로 준결승표 예매. 그 중 한 명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결과는 조코와 메뎁이 준결승에서 붙음. 그랜드슬램 결승전 수준의 경기를 한국 돈으로 약 50,000원 티켓으로 거의 맨 앞자리에서 직관.

2023년 아들레이드 인터네셔널 2. 그 다음 주 대회에는 유나이티드 컵에 출전한 스비옹텍과 키리오스가 출전자 명단에 들어가서 이 선수들 보려고 8강전 예매. 그런데 둘 다 철회. 다른 선수들 보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이미 조코와 메뎁을 봤는데, 또 한 시합 보러 가기 싫어서 표 포기. 호주의 테니스 표는 환불도 안 되므로 리세일 사이트에 들어가서 반값에 팜.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표를 판 뒤, 권순우가 결승 올라가서 다시 결승 표 구입. 그래도 이것은 결승전이라서 조코-메뎁 경기보다 더 비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