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신모씨(39·서울 구로구)는 아이 가방을 고르기 위해 2주 가까이 인터넷을 뒤졌다. 초등학교 예비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선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 입고가 안된 해외 브랜드 제품을 해외 사이트에서 직구(직접 구매)했다’ ‘아이 첫 가방이니까 큰맘 먹고 30만원짜리를 샀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신씨는 “남자아이이기도 하고, 가방이 금방 닳을 것 같아 처음엔 그냥 저렴하고 튼튼한 가방을 사려고 했으나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며 “결국 근처 백화점에 가서 10만원이 넘는 백팩을 샀다. 남편이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개당 수십만원씩 하는 초등학생용 고가 학용품이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가방은 가격이 70만원에 이른다. 유명 상표가 붙은 패딩점퍼에 이어 고가 학용품이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

31일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컨슈머리서치가 외국계 초등학생용 학용품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일본산 초등학생용 란도셀 가방의 최고가는 69만8000원이었다. 이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책가방도 가격이 34만원이다.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 가방도 비싼 것은 31만8000원에 달했다. 제일 저렴한 가방도 1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산 빈폴 초등학생용 가방 가격은 13만5000~23만5000원 선이다. 해지스 키즈에서 나온 신발주머니 겸 보조주머니 가격은 40만원을 호가한다.

필 기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유명 회사의 가죽 파우치 필통은 28만원이다. 아동 전용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새학기를 앞둔 초·중·고등학교 신입생용 선물로 인기가 좋다. 일본제 고급 초등학생용 가죽 필통은 8만6000원에 팔린다. 움직이는 연필홀더를 부착했고, 필통 안쪽을 장미꽃 무늬로 수놓았다. 국산 스마트 전동 연필깎이는 7만원이 넘는다. 한 독일 만년필 전문 회사에서 나온 ‘abc 어린이용 샤프펜슬’은 한 자루에 2만~3만원 선이지만 신학기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김금주 상담실장은 “유아 때 고가의 유모차, 아동복을 사주며 아이를 키우던 트렌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 되면서 고가 학용품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작 아이는 학용품이 얼마짜리인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애정이 물질을 통한 과시로 왜곡돼 나타나 생긴 폐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