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다들 2차 준비 잘 하고 있지?
나도 드디어 4대 보험이 있는 직장이란걸 가져 보네.
오늘 면접, 시강 봤다.
8만원짜리 양복에 3만원짜리 코트, 만원짜리 목폴라티, 다 찢어진 3만원짜리 지하상가 갈색 구두. 몇 년만에 이것들을 입어 봤다.
10분짜리 시강을 위해 8시간을 준비해 갔다. 간절했다. 이곳저곳 서류를 15군데 썼는데,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질 않아서.
내가 지원한게 아니라 학원에서 내 이력서를 보고 면접 보자고 했던 곳이 딱 두 곳이었는데, 멀어도 너무 멀어서 안 되겠더라.
어쨌든 면접과 시강을 봤다.
다행이 원장님이 계약하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오늘, 드디어 취직했다. 아주 작은 학원이지만 생각보다 대우가 좋아서 규모는 고민하지 않았다.
연봉 2800+셤기간 내신준비 6일 때는 초과수당 지급.
초과수당은 대략 200~300.
초등 한 학급 더 하면 3000 주신다는데, 초등은 내가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그냥 고민해 본다고 했다.
서른 다섯에, 처음 연봉이란걸 받아 보고, 4대 보험이란 걸 들어 보게 된다.
계약서 쓰겠다고 원장님한테 방금 전화 드렸는데, 원장님이 "저도 고맙죠"라고 하시더라. 수업 잘 하셔서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너무 고맙더라. 임용은 1차 합격도 해 본 적이 없는 무능한 장수생한테 수업 잘 한다고 칭찬해 줘서.
임용 준비하면서, 단 돈 천 오백원이 없어서 커피도 못 사먹던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임용을 시작하고 수 년 간, 부모님이나 누나들, 조카들 선물 한 번 사 주지도 못했었다. 다음달에 월급 타면 꼭 사 드릴려고 한다. 나도 사람답게 살아 보고 싶다.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이 아닌, 월급을 받아 그 돈으로 선물을 사 드리고 싶었는데, 비록 교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원은 풀게 됐다.
적은 월급 받고, 불안한 직장 입사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자랑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더라.
그래도, 자존감이 조금은 다시 생기는 것 같다. 예전엔 자존감도 참 높았는데.
친구들도 자기들이 취업한 것마냥 비행기 태우더라.
요새 진짜 취업 답도 없고, 솔직히 너 결국 쿠팡이나 공장밖에 길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현 시국에, 네 나이에, 중소기업도 안 받아 준다고.
생각보다 조건 좋으니까 무조건 가라고. 간다니까, 무슨 자기도 이제 선생친구 생겼다고 헛소리질들 하더라.
싫지만은 않더라.
나보다 다들 더 사회에 빨리 진출해서 결혼도 하고 자리도 잡은 친구들이 내 취업을 너무 자랑스러워 했다. 덩달아 웃음이 지어졌다.
임용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다. 평생 볼 수 있는 자격은 있으니까.
물론 일시적으론 포기할 거다. 일단은 학원일지라도 내 수업을 들어주는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 해야 하니까.
내일 계약서 쓰러 가는데, 너무 설렌다.
얘들아, 죽으란 법은 없더라. 지금 공부하고 있는 애들, 임용 다시 준비하는 애들, 2차 준비하는 애들 모두 힘내라.
너희들도 나처럼 설렜으면 한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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