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여자친구 사망에 이르게 한 A씨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유죄 인정, 살인 혐의는 무죄

제주에서 오픈카를 빌려 음주 운전을 하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여자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살인'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뒤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8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했다.이날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 만으로는 살인에 관한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로 위험운전함으로써 생명을 앗아가는 참혹한 교통사고를 냈다"며 "피고인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앞서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경 제주시 한림읍에서 렌터카(오픈카)를 몰다가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 0.11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B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지난해 8월 사망했다. 경찰은 A씨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B씨가 A씨의 이별 요구를 거절해 온 점, 사고 19초 전 A씨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묻고 B씨가 '응'이라고 답하자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114km까지 올린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그러나 A씨는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연인과 300일 기념 제주여행을 한 점, 라면을 먹고 싶다는 B씨의 말에 운전을 하게 된 점 등을 들어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