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선으로 그은 게 실점했거나 어려운 경기를 한 경우인데

실점한 경기 이전 키움-삼성-킅 전에서 슬라이더에 의존해서 던져 성과를 낸 후 다시 만난 경기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로 승부하다가 고전함

150이 넘는 공, 140초반 슬라, 120커브, 130첸졉

이 혼또니 오이시이한 식재료를 두고 5-6이닝을 던지던 투수가 1이닝을 책임지게 됐으니 이게 약간 애매해져 버림

그런데 그 경기들 이후 직구 위주의 레퍼토리로 수정했는데 근 4경기 모두 3타자 클린 이닝으로 마무리

19시즌까지 좌/우 스플릿이 전혀 없던 문가가 20시즌부터 좌/우스플릿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음

올 시즌은 좌타에게 매우 약한 모습. 특히 마무리로 나올 시에는 당연히 상대 대타로 좌타 3명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지거나 우타자가 섞이더라도 최정같이 중심타선이 그대로 있는 상황일 거

다양한 문제야 있겠다만 직-슬 조합은 타자 입장에서 한 타이밍으로 묶이는 피칭 디자인

달리 말해 직구 타이밍에 나가도 몰린 슬라이더는 홈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 하지만 슬라이더가 낮게 제구만 된다면 높은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짐

우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는 바깥쪽 흘러나가는 볼이라 사구 부담이 없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몸에 바짝 붙여서 던져야하기 때문에 슬라이더 제구에 애를 먹게 됨

반면 직구 타이밍에 나가도 복판 체인지업, 커브는 정타가 될 수 없음.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어깨로 한 타이밍 멈춰놓고 돌리는 테크닉을 발휘할 뿐

때문에 첸졉이 제구가 안 되서 몰리더라도 양반후반의 확률로 장타나 헛스윙의 확률 싸움을 할 기회를 얻게 됨

그래서 좌타자 상대로 안타를 더 맞았지만 장타가 적어 총루타에서는 우타자와 비슷한 모습

이게 여러 번 상대하는 선발에서야 다음 타석이나 다음 이닝을 하나의 시퀀스로 두고 승부할 수 있겠다만, 마무리나 셋업은 실점하면 그 경기가 넘어가므로 매 타석 최선의 레퍼토리로 승부를 해야하는 차이가 있음

여기서 문승원이 가진 많은 구종들이 오히려 그의 고민을 증가시키는 모순이 되버렸음

이러한 부분에서 초반에는 선발 이름값에 이점을 누렸다가 한 번 털리고 나서 피칭 디자인을 재정립

좌-우 가리지 않고 던졌던 커브인데 그 비중이 경기당 2-3구밖에 되지 않음. 너무 직구만 노린다고 생각이 들 때 타이밍 뺏으려고 던지는데, 제구가 안되어 볼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커브와 직-슬의 투구법은 완전 다르기 때문에 다음에 던질 공 제구에 영향을 끼치게 됨

그래서 자신이 가진 다구종의 이점 대신 커브를 버리고 직구에 올인. 그리고 이러한 시점에 마무리를 맡게 됨

직구의 비중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체인지업은 피니쉬 피치로써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됨

근데 올 시즌 첸졉의 제구가 커브처럼 시원찮음

그래서 위기일 때 슬라이더에 비중을 대폭 늘린 이유

그러한 점이 잘 드러나는 피안타율인데, 커브를 버리고 난 4경기 전체 피안타율은 시즌 0.282보다 낮은 0.167

우타자는 직-슬-커 3지선다

좌타자는 직-슬-커-첸 4지선다임에도 피안타율이 나락간 것은 대부분 제구의 문제가 있는 경우

2스트 이후 = 결정구

스트>볼 = 결정구 혹은 셋업피치인데

결정구로써의 첸졉은 타자 입장에서 치지 힘든 반면, 셋업 피치로써 첸졉은 위험함

아니 글로만 봐서는 뭔 말인지 이해가 될 듯 말 듯한데 좀 자세히 설명 좀 해달라고 할 거라 생각함

오늘 마지막 타석이 중대장이 실망할 수 없는 ㄹㅇ 액기스임

복기를 해보자면 문보경은 직구 타이밍을 갖고 들어섦

초구 가운데에서 떨어지는 첸졉 - 한 팔 놓고 헛스윙

2구 가운데에서 멀어지는 첸졉 - 타이밍 못 맞추고 버림 볼

3구 바깥쪽 요구했다만 몸 쪽 슬라이더 실투 -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걸려서 1루 측 파울

4구 복판 직구 - 정작 직구가 좋게 왔는데 앞선 변화구들로 인해 타이밍이 밀리면서 3루 측 파울

5구 복판 높은 첸졉 - 슬라-직구로 타이밍 당겨 놓고 첸졉으로 오프 스피드 줘서 한 팔 놓고 스윙 1루 땅볼

1구 제외 모두 실투인데 첸졉을 초구-2구에 던짐으로써 3-4구 슬라 직구의 실투에 타이밍이 안 맞게 되었는데, 5구 첸졉은 문보경이 흐트러진 타이밍에 한 팔 놓고 억지로 끼워맞추다가 1루 땅볼이 되어버림

이렇게 제구가 되지 않지만, 강력한 구위와 타이밍 싸움을 통해 가운데에다가만 던져도 타자가 치기 힘든 문승원의 공들

그렇지만 이러한 패턴은 언젠가 큰 거 하나 맞기 딱 좋은 레퍼토리기도 함

저 타석에 오지환 김현수라고 생각해본다면, 혹은 문보경의 타격감이 발딱 서있었다면 적어도 파울홈런은 나왔을 거

대표적인 예가 김택형. 직-슬 조합에 타이밍 뻇는 우타자용 포크볼까지 가졌음

근데 연거푸 볼 던지다가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변화구가 홈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러 생김

당연히 3-4경기 무실점 10이닝 무실점하다가 갑자기 뜬금포 맞고 또 1-2경기 무실점 뜬금포 2아웃 다 잡아놓고 뜬금포 이러한 패턴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근데 이건 어쩔 수가 없음. 이러한 구위 좋은 선수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며 타자 입장에서도 한 발 앞에서 때린다는 식으로 치지 않으면 구위 좋은 투수의 공을 칠 수 없음. 일본에서 죽 쓰던 피렐라가 크보와서 미쳐날뛰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서 강속구와 플러스 피치를 던지는 투수가 삼진율이 어마무시하게 높은 반면 피홈런도 적지 않은 것. 그렇기에 김택형이 쳐맞아도 마무리로 얘만한 선수 없다고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함

아무튼 문가나 김택형이나 마무리에 가기에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고 좋은 공을 가졌지만, 결국 이러한 뜬금포는 숙명이며 어느 경기에 어느 상황에 나올 것인지가 관건

아무래도 제구보단 구위에 의존하는 유형들이니 볼넷 이후나 몰리는 카운트에는 피홈런 확률이 많이 상승하겠지

직구로만 밀어붙이다가 몰리면 150이라도 대타한테 쳐맞은 기억이 있으니 본인이 한 타이밍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 것

때문에 구위 구종 구속 다 갖춘 선수에게 제구는 중요하며, 우타 상대로 절대신인 문가가 좌타 상대로의 약점을 없애는 방법이기도 함. 이게 이루어지면 류현진되는거고 진짜 다저스 가는 거지ㅋㅋ

정리하자면

커브를 대폭 낮추는 대신 직구의 비중을 대폭 늘린 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중이 적은 체인지업의 제구

이미 우타 상대로 극강모드이지만, 좌타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제구 안 된 체인지업은 몇 경기 넘어갈 수 있어도 중요한 시점에서 장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분명 생길 것

오늘 초구처럼 가운데 낮게 떨어지거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처럼 제구가 되지 않는다면, 코시까지 9회는 우리에게 아킬레스 건이 될 가능성이 높음

선도부도 가고 웨레드도 가고 이제 남은 건 메이쟈 문쇼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