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봉준호 감독의 작품. 영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감독의 견해가 그려져 있다. 감독이 바라보는 자본주의 세상에 대한 견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수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공감을 넘어 가슴을 후벼 파는 수많은 기생충들의 현실을 스크린 속에 정말 지독하게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자꾸 나의 삶이 겹쳐 보였다. 대표적인 장면은 이렇다. 지하실(박명훈 배우) 남자가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건물 방재실에 쳐박혀 하루하루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묘사해 놓은 듯했다.

지하실 남자와 기생충 가족들의 싸움 장면은 아주 적은 월급을 지키기 위해 타 팀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우리 팀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타인을 음해하고, 정치질로 공작하며, 온갖 권모술수를 휘두르는 윗사람들의 모습 또한 상당 부분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남을 짓밟고 올라선 것에 대한 결과물은 200만 원 언저리 되는 월급뿐이다.

최하층민들이 모여 생존을 위해 탁상공론만이 답이라 생각하는 무지한 관리자들을 교란시키며 그저 200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시설 관리에 오래 몸담으면 어느새 젖어든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자연스레 몸에 베면 의지력, 끈기, 책임감 있던 사회 초년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저 200만 원 언저리의 보수를 위해 숨 쉬며 살아간다.

어느새 6년 차다. 공사업체 3년 경력을 토대로 들어왔다. 이제 나는 공사장에서 5분이면 끝날 일을 50분에 걸쳐 처리하는 사수를 봐도 화가 나지 않는다. 2015년 기사 필기책을 보며 공부답지 않은 공부를 하는 동료를 봐도 한심해 보이지 않는다. 나에겐 그저 200만 원 언저리의 월급에 큰 타격만 안 생기면 좋겠다.

정신 차려보니 6년이다. 월급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고 나의 사정 또한 6년 전과 별다름이 없음을 느낀다. 수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시설 관리라는 달콤함에 빠져 발을 들여놓는 것을 당장에 말리고 싶다. 똑똑한 사람도 발을 들여놓는 순간 편안함에 젖어든다. 자격증은 고사하고 무기력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데 6년이 걸렸다.

물론 시설 관리에 발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분명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직업 정신 투철하신 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수이다. 시설 관리에 발을 들이면 안 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이 나라는 걸 깨달았고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 글을 쓴다.

배우지 못해 글이 매끄럽지 못한 점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다음 주 퇴직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사람답게 살 예정이다.당신들의 삶을 존중한다. 그리고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