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평론가
24시간 보도전문채널 YTN이 민영화의 깃발을 단 채 새 출발을 한다. 이미 알려진대로 YTN은 지금 새 오너 유진그룹을 만나서 기존 공영미디어에서 민영 방송사로 변신을 모색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기존 YTN의 최대주주였던 한전KDN 등 공기업들이 갖고 있던 지분을 지난해 말 민간 유진그룹에 넘긴 데 따른 후속 절차다.
거의 30년 전인 1995년 개국 이래 최대 변화인데, YTN은 왜 이런 민영화 개혁을 단행하는가? 이유는 자명하다. YTN은 KBS, MBC, SBS, EBS 등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인증 재난 방송사 중 하나다. 그만큼 공영성이 있다. 문제는 말로만 공영미디어이고, 실제론 '주인 없는 회사'로 그동안 거의 방치돼왔다.
내부에선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책임 있는 새 주인이 방송사를 틀어쥐고 앉아서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한다면 언론노조 해방구 방송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사회적 요구도 그 때문이었다. YTN의 실험은 곧 더 지독한 해방구 방송인 MBC 등에도 해당될 수 있는 방송 실험이다. 유진그룹의 새 YTN호(號)에 거는 세상의 기대는 그 때문이다.
오는 3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가 첫 분수령이다. 그날 새 이사진을 구성하게 되며, 동시에 새 이사 중에서 새로운 사장을 뽑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고 나면 YTN은 명실상부한 민간방송사로 새 출발을 하는데, 현재 새 사장으론 김백(67) 전 YTN 상무가 내정된 상태다. 김백 내정자는 KBS 기자 출신으로 1995년 YTN 개국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누구보다 언론노조가 설쳐대며 KBS-MBC 못지않게 좌파 노영 방송으로 전락했던 문재인 시절 전후 YTN의 흑역사를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를 새 사장으로 영입하려는 건 유진그룹의 합리적 선택이다. 새 오너의 경영 비전에도 공감하고, 동시에 언론노조가 설쳐대온 YTN의 과거도 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심은 YTN을 품은 유진그룹의 경영 비전이다. 일각에선 유경선(68) 그룹 회장의 고향이 호남이라는 점을 들어 걱정도 하지만, 모두 근거 없다. 그야말로 찐보수 성향을 가졌으며,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대한 인식이 확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없지 않다. 의지 하나로 방송사 경영이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언론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SBS의 경우 모기업 태영건설이 휘청거리고 있으며, 막가파 해방구 방송인 MBC는 최대 위기에 처했다. 방심위가 며칠 전 '바이든-날리면' 자막 논란과 관련해 최고 중징계인 과징금을 결정했다. 그와 별도로 최악의 벌점 누적 때문에 올 연말 어쩌면 재허가가 취소되면서 방송국 문을 닫을 수 있다.
국가기간방송인 KBS의 경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한숨을 돌렸지만, 구조조정 등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내보내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는 또 다른 큰 문제로 지목된다. EBS 역시 이사장 유시춘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그래서 내심 궁금하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왜 유진그룹은 320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YTN을 인수한 것일까? 그 회사는 주력이 레미콘 사업이다. 그걸 넘어 건자재 유통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같은 하이퀄리티 이미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YTN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경우 그룹의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계산을 못할 게 없다.
차제에 그룹을 한 차원 높이려는 큰 결심이라면 이번 YTN 인수는 해볼만한 프로젝트가 맞다. 당연히 앞으로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뚝심의 미래 경영을 하면서 YTN의 정상화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흥미롭게도 유경선 회장은 트라이애슬론 애호가란다. 오래 전 아시아 철인3종경기연맹 회장도 역임한 바도 있다.
대단하다. 수영(1.5㎞) 사이클(40㎞) 달리기(10㎞) 등으로 구성된 3종 경기를 아무나 할까? 그런 체력과 뚝심으로 앞으로 YTN을 키워서 유진그룹이 언론정상화에 이바지하고, 대한민국의 앞날에 기여했다는 말을 듣기를 우린 원한다. 그게 유진그룹이 해야 할 사회적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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