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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대학생 신세한탄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0.12) 2024.06.16 09:24:49
조회 3153 추천 58 댓글 30

몇 번이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함께 일기장에 수없이 자주 적었던 내용이라 디씨에 한 번 더 적고 싶지는 않지만,

난 흙갤에서 자주 보이는 것과 같이 전형적인 흙수저에 불우한 가정 출신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심지어는 고등학생 때까지도 애비한테 줘 터지는 게 일상이었고, 집안 살림은 맨날 박살나고 내 개인방이라고는 없어서 거실에서 자고 애미 애비 맨날 싸우고 패고 울고 염병하고. 돈 없다는 소리 맨날 해대고.

그래도 씨발 난 고등학교 퇴학당한 애비, 지잡대 나온 애미랑 다르게 머리가 괜찮았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서 맨날 들려 오는 빡대가리 같은 근시안적인 이야기들과 교양 없는 고함과 욕설들을 들으면서 "난 제발 절대로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지적 욕망이 아주 커졌다. 그래서 진짜 목숨을 걸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다. 당연히 찐따였고 친구라고는 없었다. 옷도 좆같은 거 입고 다니고, 나도 좋아하는 게 있고 취향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냥 참았다. 내신은 고2 2학기 중간고사날 아침에 애비한테 줘 터지느라 시험 지각해서 좆되는 바람에 수시 못 챙겼다. 학교 공부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애비한테 반항하냐더라. 늘 듣던 멍청한 소리라 익숙하다.

솔직히 서울대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그 흔한 학원 한 번 다닐 돈이 없었던 나는 친구 인강 패스를 빌려 들으며 겨우 공부를 했고 "서성한 경영학과"에 왔다. (혹시 동기가 볼 수도 있겠다는 쪼다 같은 생각에 대학군으로 묶어 표기하는 점 양해 바람.) 여기도 충분히 좋은 학교긴 하지만 솔직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나한테 재수를 할 돈 같은 건 없었다. 학원은 커녕 독서실 비용조차도 부담이었으니까. 좆같은 건 애비가 돈이 아예 없는 인간도 아니라는 거다. 허구한 날 술 빨고 룸 가서 떡치고 유흥비로 탕진할 돈은 있으면서 자식새끼 교육비 대줄 돈은 절대로 없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주어진 대로 살아야지. 물론 부모는 내 대학엔 관심도 없고.

나는 대학에 오고서부터 진짜 지옥을 경험했다. 급식이라도 꼬박꼬박 나오고 교복이라도 다같이 맞춰 입던 중학교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의 가계소득이 너무나도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곳이더라. 나도 어떤 옷이 예쁜지 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심지어는 MT 비용 3만원 4만원이 부담스러워서 가지 않는다. 애들이 방학에 동기들끼리 일본을 가니 어디를 가니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나는 기분을 잡칠 뿐이고. 나도 정정당당하게 수능 보고 일반전형으로 입학했지만 그들과 내 세계는 다르다. 남 몰래 에어컨도 똑바로 안 나오는 학교 근처 고시원에 살고, 방학에 여행 못 다니고, 거지 같은 옷 입고 하는 것들 다 좋다. 나 스스로가 가장 비참했을 때는 동기들이 점심,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 외식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일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고시원에 들어와 라면을 쳐먹는 나 자신을 목도할 때다. 학기 초에는 눈물이 날 뻔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요즘은 쟨 원래 항상 바쁘다면서 부르지도 않으니까. 나는 그 스무살 스물한살들의 철없는 웃음마저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물론 내겐 없었고.

언제고 내 삶은 걱정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나는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고시원에서 샤워를 할 때조차 어렸을 때 애비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지는 않을까 무심코 걱정하게 된다. 학점보다 내게 우선되는 것은 역시나 생계비 마련이다. 학벌 간판으로 학원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간간히 쿠팡도 뛰고, 공강인 날 음식점 알바도 하고 하지만 등록금을 제외한 용돈 전부를 내가 마련해야 하는 내게 꽤 커 보이는 알바비는 순식간에 사라질 뿐이다. 오직 학점만을, 중간고사 기말고사만을 걱정하고 준비하면 되는 동기들이 미치도록 부럽다. 시험기간에도 나는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러다 보니까 꽤 열심히 했는데도 학점이 망가졌다. 그래서 지금은 2학기 휴학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돈을 좀 벌어 둬야 할 것 같아서. 학점 복구하려면 학기에는 알바를 줄여야 할 텐데, 대학 인간관계고 뭐고 좆창나더라도 일단 돈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 같은 흙이 성공하려면 학점 중요하니까.

복잡하다. 평범하게만 살았어도, 아니 가난할지언정 화목하기만 했더라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문제들을 걱정하느라 나는 밤새 잠을 한 숨도 자지 못 했다. 지난 삶 나는 정말로 치열했는데. 그런데도 매 순간 언제고 한 발자국씩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대입에서도 그랬고, 대학생활에서도 그렇다. 나는 가난한 내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 한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 자존감이 낮아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씨발 나도 이런 성격으로 자라고 싶지 않았는데. 왜 자꾸 시선을 내리 까는지.

여전히 한 번씩 개새끼들한테서 연락이 온다. 그럴 때마다 살인 충동이 들지만 꾹 참는다. 나는 참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나한테 온갖 폭언과 폭력을 하던 사람이 다음날에 아침밥 좀 차려 오라고 하면 뭐라도 대충 내오던 나다. 그렇게 학습된 패배감과 비굴함, 노예 근성이 내게 깊게 뿌리 박혀 있다. 그리고 나는 유전자 레벨에서 결국 그 병신들의 열등함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가장 혐오스럽다. 몸서리가 쳐진다. 씨발.

밤 새고 아침부터 홀린 듯이 이런 두서 없는 글을 커뮤니티에 써 봤자 아무도 내게 관심 없을 것임을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 난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나이를 쳐먹을수록 나는 이 패배감을 더 짙게 느껴야만 하는 것일까? 씨발. 모든 게 원망스럽다. 정말로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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