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활동가들 제안으로 국제 공동성명 발표
“윤석열, 자신의 정치적 위기 해결하려 군대 동원...
국가 폭력·군사에 대한 저항이 페미니스트 정치”

전 세계 20개국과 여러 국제 단체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 파괴 폭거"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자들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제15회 AWID(The Association for Women's Rights in Development,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한 연합) 포럼 한국 참가 단체들은 5일 이같은 내용의 국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 세계 20개국과 여러 국제 단체에서 146명의 개인이 연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권력 남용, 폭력적인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대량 학살과 폭력의 흐름" 속에서 여성과 소수자들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과 이에 동조한 이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아야 하고, 한국의 참가자들과 연대하여 우리가 요구하는 정의가 실현되도록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AWID는 40여 년간 전 세계의 젠더 정의와 여성 권리 운동을 지원하고 연대를 구축해 온 국제 단체다. 지난 2일~5일 전 세계 활동가 3천여 명이 태국 방콕에 모여 제15회 AWID 포럼을 개최했다. 탈식민, 페미니스트 경제, 평화, 기후정의, 장애정의, 재생산정의 등에 관한 논의와 다양한 워크숍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모두의 결혼,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연분홍치마, 다큐멘터리 '에디앨리스' 제작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단체들이 참가했다. 

행사 도중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에 한국 참가자들의 제안으로 5일 오전 계엄령 선포에 대한 긴급 국제 연대와 행동을 촉구하는 세션이 열렸고, 공동 성명이 나왔다. 

이하 국·영문 성명 전문.

우리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민주주의 파괴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3일 저녁,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계엄은 전쟁이나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시에 선포할 수 있으며, 즉시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심각한 국가적 위기 상황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헌법을 무시하면서까지 민주주의 절차를 파괴하였고,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민중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즉각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 장악을 시도하였다. 군 병력은 곧장 국회로 이동하였고,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국회에 진입한 뒤, 국회 창문을 부수고 본회의장 진입 역시 시도하였다.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하여 재적 의원 과반 넘는 찬성으로 가결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에서였다. 군대는 심지어 국회 앞에 모인 민간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다행히 계엄은 해제되었으나, 용감한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을 것이다. 

우리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민주주의 파괴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집권 기간 지속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폭력과 부정을 더욱 악화시켜왔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불평등, 폭력, 그리고 부정의가 악화하는 경향은 한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사회에서 유사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하였으며, 지금도 폭력과 보수주의의 위세를 겪고 있다. 손상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며, 착취당하고 범죄화되어 온 취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더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한다.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고자 군대를 동원한 윤석열 대통령의 폭거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대량 학살과 폭력의 흐름 속에서 인식하며, 가능한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

계엄은 해제되었으나,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과 이에 동조한 공모자들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 폭력과 군사에 대한 저항이 페미니스트 정치라고 믿는다. 우리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은 한국의 사태를 깊이 우려하며 한국의 민중과 연대한다. 향후 계속 상황을 주시하며 우리가 요구하는 정의가 실현되도록 함께 행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