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부서 SM-6·토마호크 미사일 철수 예정
설치 당시 中 "역내 안정 해치는 도발행위" 항의

필리핀이 미국에서 제공받은 중거리 미사일을 자국에서 철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완화하기로 한 중국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루이 데마알라 필리핀 육군 대변인은 "계획대로라면 9월 또는 그보다 더 일찍 (미사일이) 해외로 운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마알라 대변인이 언급한 미사일은 미군이 필리핀과의 연례 합동훈련인 '발리카탄'을 위해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한 SM-6 요격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다.


SM-6의 사거리는 최대 450㎞, 토마호크는 2500㎞로 남중국해 일대는 물론 대만해협과 중국 동남부 지역까지 모두 타격할 수 있다.

이때문에 중국은 필리핀이 미사일을 배치할 당시 역내 평화를 해치는 도발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배치는 역내 안보와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라며 "이런 식의 행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불에 태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이 미군 미사일을 철수하는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러한 중국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필리핀은 지난 2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합의했는데, 당시 미사일 배치 문제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필리핀과 중국은 최대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마스 암초에서 거듭 충돌해 왔다. 이곳은 국제해양법상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해 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중국 해경이 보급 임무를 수행하던 필리핀해군 선박을 공격하고 도끼와 마체테 등 흉기를 휘둘러 필리핀 군인 1명의 손가락이 절단되고 부상자가 여럿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