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기반을 갖지 못했다는 것임. 국가가 통제하는 관제단체는 있었지만 국가로부터 자율적으로 유신이념을 갖고 운동하는 운동단체가 없었음. 만일 그런것을 진작에 키워놨더라면 긴급조치를 발령하지 않더라도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친박정희 성향의 우익 노조나 우익 단체가 1:1로 노동운동이나 좌익운동과 대결할 수 있었을 것임. 박정희가 죽어도 아래로부터 나름대로 대안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을 것이고.

유정회나 공화당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그냥 거수기로 전락시켜 버리고 자신과 소수 측근만 밀실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박정희가 죽고서 유정회나 공화당은 어리버리까다 사분오열되고 신군부에 흡수되거나 재야로 가게된 것. 더군다나 박정희는 후계자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박정희 사후 유신체제가 무너지는건 시간문제였음.


더군다나 박정희식 리더십 자체가 내향적이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측근들이 자기 의중을 파악해주길 기다리는 성격이라 박정희의 비전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자들도 얼마 없었을 것임. 모든걸 자기에게 집중시켜 놓고 측근들을 경쟁시켰기 때문에 자기 한사람이 죽으면 모든게 파탄나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든 것.


물론 미국측의 계산이 작용했겠지만, 지도자 한명 죽는다고 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 자체가 취약한 것임. 이걸 반면교사로 본다면 누가 지금 당장 정권잡고 뒤흔드냐가 문제가 아니고 사회 내부에서 풀뿌리 민간운동으로 확고하게 기반을 세워놓는게 매우 중요한 것임. 한국인들은 지도자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위대한 지도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도자를 뒤에서 떠받쳐주고 지도자를 키워줄 수 있는 무명의 조직, 개인들이 더 중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