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이 전쟁을 관찰하는 기준은 군사교리다. 우크라이나전쟁을 어떻게 평가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현행작전과 장차작전의 관점이다. 전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때는 장차계획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정규전에서 장차작전은 공군의 타격을 위한 준비시간을 고려하여 4일후의 작전전개과정을 예측하지만 돈바스 지역과 같은 지역에서 장차작전은 시간적 관점보다 상황적 고려를 우선해야 한다.


현행작전 평가는 현재 진행중인 돈바스 지역의 전투 상황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현행작전 평가의 관점에서 어떻게 돈바스 전쟁을 볼 수 있을 것인지 간략하게 정리한다. 현행작전 평가의 수준은 군단급 및 작전사급 이상 부대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정보가 제한되기 때문에 아주 개략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보다는 육군대학 수준의 군사교육을 이수한 직업군인들에게 전장관찰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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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황 : 1월 중순이후 러시아군의 작전양상 변화

23년 1월 중순이후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작전형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동계기간에 러시아군의 반격작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군이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하는 등 새로운 단계의 작전을 준비하는 정황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의 작전양상은 별로 차이가없었다. 동계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춥지 않아 지반이 동결되지 않아 반격을 위한 대규모 기갑부대의 운용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그런 이유보다는 러시아가 지금처럼 계속하여 우크라이나 군의 소모를 강요함으로써 미국과 나토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던 러시아군의 작전수행 양상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흐무트와 자포로지예를 연하는 전선 전반에 걸쳐 일련의 공세행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의 관찰자들은 러시아군이 자포로지에 방면에서 드디어 반격작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조금 성급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반격작전이라고 하기에는 공격작전의 템포가 지나치게 느리고 공격방향이 분명하지 않다.  

2 러시아군 작전양상 : 전면공격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작전의도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향후 작전 전반을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러시아군이 서부 돈바스 전선 전체에 결쳐 ‘전면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격작전에는 ‘전면공격’, ‘돌파’, ‘포위’, ‘우회기동’의 형태가 있다. 전선이 매우 길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다양한 형태의 공격작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중에서 러시아군의 가장 두드러진 공격작전 형태는 ‘전면공격’이다.

통상적으로 공격작전에서 전면공격은 별로 권장되지 않으며 일종의 금기이기도 하다. 전면공격은 적의 저항이 미약하거나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일 경우에나 사용되는 예외적인 형태의 공격작전이다. 적에 비해 아군의 전력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전투력의 집중과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미약한 적을 밀어내서 패배시킬 수 있을 경우에나 사용된다. 그러나 통상적인 전쟁의 경우 전면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전쟁사에서 공격작전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로 드는 것이 전면공격이다. 아무리 강력한 군대라 하더라도 전면공격으로 적을 패배시킬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우위를 달성하기 어렵다. 소련군은 한국전쟁 초기에 북한군이 남한을 공격할때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전면공격이라고 평가했다. 초기 북한군은 모든 군단급 부대의 작전을 조정 통제할 수 있는 지휘기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각군단급 부대가 독립적으로 공격작전을 수행했다. 이에 북한군이 전구단위의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작전수행 능력을 결여하고 있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이후 1주일만에 북한군이 군단급 부대를 조정 통제할 수 있는 전선군사령부를 창설한 것도 그런 이유다.  

러시아 군은 1월 후반부부터 자포로지예 - 바흐무트 지역에서 분명하게 전면공격 형태의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바흐무트에서는 포위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몇몇 군대에서는 강력한 타격을 수행하고 있지만 전선전반의 양상을 보면 ‘전면공격’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작전술에 있어서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러시아군이 이렇게 일종의 금기로 알려진 전면공격 형태의 작전을 수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압도적인 전투력 우위 때문은 아니라고 하겠다. 유력한 이유는 돈바스 전전선에 걸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군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전전선에서 접촉을 유지함으로써 우크라이나군이 전투력을 효과적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 이유는 첫번째 돈바스 지역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여 소위 잘루즈니 라인의 방어망 편성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것이고, 두번째는 현재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군이 예비대를 투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겠다. 즉 우크라이나 군의 행동의 자유를 박탈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자포로지예 - 바흐무트 전선에서 전면공격을 하고 있는 것은 전선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통상의 돌파와 포위 혹은 우회기동같은 공격작전을 수행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러시아군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 러시아군은 공격작전간 우크라이나 군이 강력하게 저항하면 더 이상 무리하게 진출하지 않고 다시 포병사격으로 우크라이군의 피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 군이 헤르손과 하리코프 지역에서 철수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군의 공격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러시아군은 자신들의 병력수준보다 지나치게 광정면에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보완하고자한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전투력 수준에 비해 광정면 유지하게 되면 작전을 주도하기 어렵다. 부대와 부대간의 간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대와 부대간의 간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이 진입하게 되면 피아부대가 혼재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러시아군은 이렇게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선을 축소시켜간격을 축소시킨 것이다. 지휘관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도 푸틴의 승인을 받았을 것인데, 러시아의 군사적 전통을 감안해 보건데, 아직 존재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금 크레믈린에는 푸틴을 군사적으로 보좌하는 매우 강력한 군사참모단이 편성되어 있을 것이다.

3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작전 : 강요된 요새방어와 방어간 공세행동을 수행하고 있으나 전투의 주도권 상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은 공세작전을 하는 것 같지만 방어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방어에는 ‘기동방어’와 ‘지역방어’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은 바흐무트 지역에서 지역방어를 수행하고 있다. 지역방어라고 하지만 일종의 요새방어나 마찬가지다. 현대의 도시지역은 거대한 요새지다. 방어에는 유리하고 공격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크라이나 군은 도시의 각종시설을 장애물로 이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상당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군은 돈바스 지역에서 방어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러시아가 매우 느리게 공격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우크라이나 군이 마치 공격을 하는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이 수행하는 것은 일종의 방어시 공세행동에 불과하다. 대부분 중대급 부대의 규모의 공세행동을 수행했다. 간혹 대대급 부대가 동원되기도 했으나 그런 경우는 예외적이다. 그러다 보니 공세작전은 길어도 반나절에서 몇시간 만에 러시아군에게 격퇴되고 말았다. 방어작전간 전장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방어시 공세행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크라이나 군은 공세행동간 너무 많은 병력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군이 자포로지예 지역에서 전면공격으로 전환한 것은 우크라이나 군의 공세행동이 주춤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크라이나 군을 최대한 전선에 고착시켜야 하는 러시아 군으로서는 전면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의 행동의 자유를 억제해야 해야하기 때문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역방어를 중심으로 방어시 공세행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어렵다. 요새지 방어와 같은 지역방어의 목적은 공자의 전투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목적인데,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를 하면서 공자인 러시아군보다 더 많이 전투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이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다. 지금과 같은 양상의 전투가 지속되면 될수록 우크라이나 군의 상대적인 피해규모는 더 커진다.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우크라이나 군이 공격작전을 수행하는 러시아군 보다 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작전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공격작전에도 불구하고 피아 피해정도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이다. 러시아는 전사상 공격작전간 가장 적은 피해로 적에게 패배를 강요하고 있다.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다. 당연히 지금과 같은 전투양상을 바꿀 이유가 없다. 조만간에 러시아군이 총반격을 수행할 것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예측을 부정적을 보는 이유다. 러시아군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런 좋은 조건을 버리고 일부러 불확실성에 뛰어들 이유는 없다. 우크라이나 군이 완전하게 붕괴되었을때 총반격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4 우크라이나 군 : 전술적 융통성의 한계 및 전투병의 강인함

우크라이나 군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요새지 방어보다는 기동방어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동방어가 지역방어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예하부대의 조정통제가 매우 중요한데 지금 우크라이나 군은 돈바스 지역 전체의 작전을 조정통제할 수 있는 지휘기구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 같다.  기동방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휘관과 부대가 매우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군은 군단급 부대의 기동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것 같지도 않고 군단급 부대를 능수능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과 참모단이 제대로 없는 것 같다. 군단이상의 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이 할 수 있는 것은 바흐무트 같은 요새지역에 전투력을 투입해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 뿐인 것이다. 현재대로라면 바흐무트 지역이 점령되고 나서 다시 후방의 잘루즈니 라인으로 일련의 요새지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러시아군을 움직이게 해서 타격을 가한 방식의 기동방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전의 양상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러시아군은 잘루즈니 라인의 작전에서도 지금가 같은 작전수행 방법을 그래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군에서 인상적인 것은 전투병의 강인한 태도다. 병사들은 전황이 불리하게 되면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전장군기가 문란해진다. 마치 배추를 소금에 절인 것 처럼 전투의지를 상실하고 전선을 무질서하게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는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의 병사들은 어렵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매우 질서있게 행동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군 후방에는 전선이탈자들을 즉결처형하는 독전대가 운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리 독전대가 있다고 해도 이정도까지의 전장군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의 포위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바흐무트 포위와 즈음하여 우크라이나 군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그리고 러시아군은 어떤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바흐무트 점령이 돈바스 전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국면이 될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이 전전선에서 어떻게 질서있게 철수하여 잘루즈니 라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이 철수하면 추격을 감행하여 대량피해를 강요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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