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영 핵무기 연구소인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에도 2020년부터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를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 시각) “여러 건의 조달 문서를 검토한 결과 중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핵무기 연구 기관인 중국 공학물리학회(CAEP)가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의 컴퓨터 칩을 10차례 이상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중국 CAEP는 1997년 중국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랐지만 규제에 구멍이 있던 것이다.

추가로 지난 10년 동안 CAEP가 발표한 34건의 논문에서도 미국 반도체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주로 연구의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 생성에 사용됐다. 핵물리학자인 프랭크 본 히펠 프린스턴대 과학및글로벌보안프로그램 교수를 포함한 핵 전문가들은 “적어도 6개의 논문이 핵 비축량을 유지하기 위해 코드를 개선하는 데 반도체 칩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CAEP의 조달 입찰은 2020년 11월에 대량 데이터 분석 속도를 높이는 엔비디아의 고급 V100 그래픽 처리 장치 4개를 포함해 인텔 제논 골드 프로세서 60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칩 49개가 포함된 컴퓨팅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건이 포함된다.

CAEP에 들어간 칩은 중국의 리셀러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 시스템용 구성 요소로 사용하거나 핵폭발 모델링을 포함한 유체 역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도 구매했다. 구매한 칩 대부분은 7나노에서 14나노(nm, 전기 회로의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중국이 만들기 어려운 고사양 종류였다.

미국은 2020년 6월 CAEP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10개 법인과 17개의 법인 별칭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의 핵무기 활동을 제한해왔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에 동력을 공급하는 미국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도구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수출 규제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따라 구매를 제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파악했다. 前 미 상무부 고위 관리이자 국제 무역 변호사인 케빈 울푸는 “해외 거래와 관련해 미국의 제한을 집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전 미 국방부 관리이자 전략및국제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인 그레고리 앨런은 “중국군과 공급 업체는 페이퍼 컴퍼니와 수출 통제 회피 전략을 사용해 최종 사용자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비확산을 연구하는 이안 스튜어트 제임스 마틴 센터 이사는 미국의 수출 정책이 효과적이려면 “최종 사용자를 알 수 없을 때 유통업체가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술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대량 시장 제품이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최종 사용자에게 가기까지를 분석하는 것은 큰 사업”이라면서도 “수출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라 덧붙였다.

中 핵무기 연구소, 규제 피해 美 반도체 구입해 썼다...블랙리스트 ‘무용지물’

中 핵무기 연구소, 규제 피해 美 반도체 구입해 썼다...블랙리스트 무용지물 29일 월스트리트저널 단독 보도 국영 연구소 1997년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포함 인텔·엔비디아 칩 2년간 10차례 구매 확인

biz.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