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 “러, 한국인이 결정하는 통일 지지”
-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남북한에 중요한 국가입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아젠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지도를 보면 러시아가 한반도를 왜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익이 바로 한반도 지역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지역에서 러시아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 지역의 평화와 협력과 안보입니다. 6자회담이 활발히 진행될 때는 실무그룹 협상도 활발했고 당시 그 실무그룹 협상을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 러시아는 매우 중요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하겠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복합적인 한반도 문제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싱가포르회담을 했는데 그 문안을 보면 2017년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로드맵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 이후 미국 입장의 전환점이 생겼는데 바로 비핵화만을 주제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후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 푸틴 대통령이 어려웠던 시기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준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 이후의 러시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실 지도자는 시간이 지나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바로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중간 평가를 하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푸틴 대통령 지도하에 소련 해체와 사회주의 전환 시대에 엄격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이끄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개발되고 실현되었습니다.
경제, 정치 등을 포함하여 러시아 개발 정책이 러시아 국익에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러시아 국민 대부분이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정책은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본지 김범수, 한정석 편집위원이 좌담하고 있다.
푸틴에 대한 평가는
- 과거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들의 종주국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큰형, 가디언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아닙니다만 북한은 여전히 폐쇄적인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심각한 인권 침해 등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에 러시아가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인지요?
냉전은 1946년 처칠 영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했던 ‘철의 장막’ 연설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승리를 거뒀던 러시아 혁명 때 이미 냉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가장 큰 대결은 바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결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 생각은 1950년대 있었지만 사실은 어느 체제가 우월하고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매우 치열하게 경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그 결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이념 대결도 종식된 것입니다. 진정한 사회주의 길을 계속 걸으려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소련식 고전주의적인 사회주의 개념에서 보면 북한은 엄밀하게 고전적인 사회주의 나라가 아닙니다. 사회주의라는 개념보다는 더 왼쪽으로 기울어진 사회 체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시절이 종식될 때 각 나라마다 사회 체제에 있어 각각 자기만의 색채가 있기도 합니다. 냉전 후에 우리가 배운 교훈 가운데 하나는 국가 발전 방향은 전적으로 주권국가 내부 문제라는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역동적으로 관계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주권국가 내부에 대해 철저히 불간섭주의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주권국가에 러시아가 조언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발전하는 데 어떤 나라가 모범 사례가 되는지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요.
북한에 대해서는 중국, 베트남, 한국 사례는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 발전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행되는 것인데 어느 나라 사례가 정답이라고 하면서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 경제발전 정책을 수립하면서 발전했는데 다른 나라 사례를 본받기는 했지만 결코 똑같이 따라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화, 현지화를 한 것이죠.
중국도 경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역시 현지화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것입니다. 등소평이 “중국이 가진 특징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식 사회주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소련 시절에는 ‘소련식 사회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습니다(웃음). 당시 소련은 민족주의 색채가 가미된 사회주의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자기들 방식의 개혁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개혁은 경제적 봉쇄 속에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북한은 대북 경제 제재 속에서 사실 개혁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이 1960년대 경제 개혁을 했고 중국은 그로부터 20년 후 개혁을 했는데 그 당시 세계적 상황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도 경제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 지금 러시아 대사관 터가 과거 구한말 고종이 아관파천한 곳인데 그에 대한 대사님의 소감은 어떠신지요. 우리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부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물지 못한 역사적 상처도 없습니다. 얼마 전 한국전쟁 참전 노병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소련은 공군 조종사들만 참전했습니다. 당시 소련의 정책은 북한만 보호하고 절대로 38선은 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국군을 폭격하지도 않았습니다. 노병도 말하기를 소련군의 폭격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하더군요.
이웃 국가라면 원래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부정적인 사건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할 만합니다. 오히려 양국 간에는 긍정적인 일들이 많았다고 하겠습니다. 일제시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러시아에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러시아 쪽으로 이동한 것은 1864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한국인들은 러시아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조선과 러시아제국 간의 관계는 매우 짧았지만 그래도 좋은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영사관도 있었고 군사적인 협력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군이 한반도에서 쫓겨난 것 역시 소련의 붉은 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간 관계에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한국 친구들에게 하는 말인데 한국과 러시아 사람들이 차이점도 많지만 서로간의 유대를 위한 공통분모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이해하는 것도 쉽습니다. 정치 외교적으로 보면 한국과 러시아 간에 국익이 서로 부딪히는 대치점도 없습니다.
한국인들로부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요, 평화로운 통일이라면 늘 지지합니다. 통일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는 한국인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데, 평화롭게 하면 됩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30여년 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왔는데 앞으로도 양국간 우호가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합니다.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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