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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우구라가 나치를 빠는 이유

ㅇㅇ(45.133) 2022.10.01 16:36:26
조회 140 추천 6 댓글 3

우크라이나 파시즘 운동의 출발은 1920년 경 체코 프라하에서 할리치나 출신의 망명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가들이 조직한 우크라이나 독립운동 단체, “우크라이나 무장전투단(Ukrains’ka Viis’kova Orhanizatsiia: 이하 ‘UVO’로 약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직의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UVO는, 우크라이나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목적으로 러시아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 참전 군인들에 의해 조직된 일종의 비밀결사단체였다. UVO가 어떤 경로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가는 여전히 베일에 감추어져 있으며 심지어 정확히 어느 시기에 결성되었는지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는 이 조직이 당시 우크라이나 독립의 주적(主敵)으로 간주되던 폴란드와 (더 나중 시기에는) 소련 첩보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철저한 지하조직으로 출범하였으며 소속 구성원조차도 (UVO 의 활동을 책임지던 극소수의 지휘부를 제외하면) 이 단체의 전모를 알 수 없을 만큼 극비리에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 적어도 이 조직의 창설 주역인 동시에 지도자였던 (동시에 UVO의 파시즘적 후계조직인 OUN의 초대 “수령[Providnik 또는 Vozhd’]”이기도 하였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예브헨 코노발레츠(Yevhen Konovalets’)의 회고를 따르면 – 1920년 6월 체코 프라하에서 일군의 망명 우크라이나인 지도자들이 집결하였다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무장투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추진할 소수 정예로 구성된 비밀 테러조직의 필요성을 논의했다는 사실인데, UVO의 이름을 알리는 첫 테러 활동이 1921년 6월의 피우수츠키(Józef Piłsudski) 암살 미수 사건이었음을 고려하면 UVO의 정식 출범은 1920년 후반기 또는 1921년 전반기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중략)


폴란드 정부가 할리치나 지역에 대한 동화정책을 본격화하는 1920년대 후반부터 UVO의 저항운동은 더욱 빈번해지며 특히 UVO의 후계조직, OUN이 출범하는 1929년 이후 급속도로 과격화하게 되는데, 점증하는 과격성을 제외하고도 1930년대의 저항운동과 1920년대의 그것 간에는 그 성격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동화정책을 주도하는 폴란드인 고위관료를 주 타겟으로 수행된 1920년대의 “독립투쟁”과는 달리, 1930년대 이후 OUN의 활동은 폭력 의 대상이 심지어 동족인 우크라이나인 지식인들과 민간인들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이고 전면적인 테러로 급격히 극단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친폴란드 부역” 혐의로 “친폴파” 반역자로 낙인찍힌 채 살해당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 피해자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1934년 7월 리비우 소재 우크라이나인 김나지움의 교장이었던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진영의 온건파 지도자, 이반 바비(Ivan Babii)의 암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반 바비는 젊은 시절 우크라이나 혁명에 참가한 저명한 독립투사이자 혁명 후에는 우크라이나 문화교육운동과 민중계몽운동에 몸담아온 유력 지식인으로 당대 할리치나의 우크라이나인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교육자 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암살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과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바비의 암살은 또한 UVO와 그 후계조직인 OUN 간 노선의 근본적 차이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하였다. 그의 죽음은, 이제 OUN이 추구하는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의 “특정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 설사 해당 인물이 우크라이 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민족주의 진영의 일원이라 할지라도 – 그 누구든, “민족의 적”이나 “친폴파(또는 친러파)”로 선언되어 언제 어디서나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단죄될 수 있다는 OUN의 준엄한 경고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대에 OUN이 추구하던 “특정 노선”이란 대체 무엇이었던가? UVO와 OUN의 차이는 무엇이었으며 이 차이를 만든 OUN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지향은 어디에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 한 역사가의 표현을 빌면 – 1920년대 할리치나 지역 (또는 할리치나 출신으로 이뤄진 해외 의 망명 우크라이나 공동체)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진영에서 일어난 급속한 “우향우(Turn to the Right)”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의 이러한 우향우를 주도한 인물은 우크라이나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드미트로 돈초프(Dmitro Dontsov)였다. OUN 계열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파시즘의 아버지로 꼽히는 돈초프는, (비록 돈초프 자신은 한번도 OUN에 가입한 적이 없었지만) 처음에는 독립운 동을 위한 무장투쟁 조직으로 출범했던 UVO가 극단적으로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추구하며 무차별적인 테러를 서슴지 않는 본격 파시즘 조직체, OUN으로 퇴행하는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어떤 면에서는 그의 커리어 자체가 1920년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에서 일어난 급속한 방향전환과 그 결과물인 우크라이나 파시즘의 탄생을 생생히 보여주는 축도(縮圖)라 할 수 있다. 원래 돈초프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만 해도 “계급해방”의 틀 속에서 “민족해방”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보편적인 역사 진보의 가능성을 믿으며 우크라이나 국민국가 수립을 추구하던 전형적인 정통 맑스주의 그룹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유발된 “민족적 각성”을 통해 애국주의적 맑시스트로 변절한 당대의 수많은 사회민주주의자들처럼 돈초프의 사상적 지향 역시 1차 세계대전 기간 중 급격한 변화를 거쳤는데, 특히 이 인물을 사회혁명을 꿈꾸던 급진 좌파에서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혁명적 우파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는 1917년 우크라이나 혁명의 실패였다.


이러한 “우향우”의 결과 돈초프가 이후 추구하고 설파하게 될, 그리고 그의 동반자들과 추종자들이 실현에 옮기게 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이전 시기 특히 러시아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 혁명을 이끈 주역들, 특히 드네프로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Ukrains’ka Narodna Respublika)”을 이끌던 지도자들이 추구하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주지하듯 저명한 민족주의 역사가로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의 첫 국가수반을 역임한 미하일로 흐루쉡스키(Mikhailo Hrushevskii), 문화계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을 주도한 유명 극작가이자 정치가이던 볼로디미르 빈니첸코(Volodimir K. Vinnichenko), 1918년 이후 우크라이나 인민 공화국의 실질적 지도자였던 시몬 페틀류라 (Simon V. Petliura)와 같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혁명”의 주역들은 모두가 러시아 인민주의 또는 맑시즘의 영향을 짙게 받은 사회주의자였다. (...) 돈초프의 “우향우”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의 이러한 기존 노선에 대한 반성과 비판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를 포함한 1920년대의 많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1917년 혁명 당시 우크라이나 독립국가 수립 시도가 좌초한 근본 원인을, “우크라이나 혁명”이 내포한 사회혁명적 속성(또는 OUN 출신의 역사가 쿠찹스키[Vasyl’ Kuchabts’kii]의 표현을 직접 빌자면, 이에 수반 된 “아나키”)에서 찾으며, “독립 우크라이나 국가의 수립”이라는 민족주의적 지향보다 토지의 무상분배를 약속하는 볼셰비키(또는 마흐노[Nestor Makhno] 나 그리고리예프[Nikifor Grigoriev]와 같은 아나키스트)에 더 이끌린 우크라이나 농민의 선택이, 우크라이나의 독립 시도를 저해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기존 지도자들이 추구한 민중 기반의 사회혁명이 실패의 근본 원인이었다면 그 대안 역시 자명했다. 그것은 1917년의 우크라이나 혁명처럼 민중에 의해 엘리트들이 떠밀려 가는 사회혁명이 아니라, 민족주의로 무장한 소수의 “지도자 및 엘리트”가 민중(우크라이나의 경우는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을 각성ㆍ고무시키고 (물론 돈초프의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인도하는 “민족혁명”이, 우크라이나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1920년대 돈초프를 비롯한 당대의 많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일어난 변화, 즉 이들이 엘리트가 이끄는 민족혁명의 이데올로기, “파시즘”의 열렬한 신봉자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일어난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돈초프에게는 이미 따라가고 모방할 수 있는 민족혁명의 이상적 모델이 현실 속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는 1920년대에는 이탈리아에서 1930 년대에는 독일까지 장악하기에 이른 파시즘 민족혁명의 확산에 열광하며, 일련의 번역과 저술활동을 통해 유럽 파시즘 운동의 이념과 이상을 당시 폴란드 치하에 있던 서우크라이나, 특히 할리치나 지역에 보급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돈초프가 일차적으로 주력한 것은 파시즘의 핵심 고전 들을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하여 할리치나의 대중, 특히 학생층에게 소개하는 활동이었다. 모국어인 러시아어나 우크라이나어는 물론이고 서유럽 제(諸) 언어까지 능통한 당대의 일급 지식인이던 돈초프 자신이 직접 번역작업에 뛰어들었는데, 그의 손길을 거쳐 나온 – 그의 충실한 해설 각주와 더불어 소개된 – 우크라이나어 번역물은 나치즘의 성경,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파시즘의 지도자 무솔리니의 저작선, 알프레드 로젠베르 그 및 괴벨스와 같은 유수 파시즘 이론가들의 저작 모두를 포괄했다. UVO의 전면적인 재정지원 하에 돈초프가 발간했던 리비우의 월간지 <문학ㆍ학술 통보(Literaturno-naukovii vistnik)>는 서유럽과 중부유럽의 파시즘이 우크라 이나로 전파되는 통로 역할을 담당하였으니, 돈초프 본인의 표현을 빌면 “통보를 통해 [자신이 할리치나 지역에] 보급하고자 했던 것은 정확히 히틀러주의 였다.”


물론 돈초프의 활동은 번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파시즘의 고전을 소개하는 활동과 더불어 돈초프는 <문학ㆍ학술 통보>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정에 맞게 현지화시킨 파시즘 사상을 일련의 평론과 저작을 통해 쉴 새 없이 쏟아내 었고, 이 결과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돈초프는 당대의 서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저작을 남긴 (동시에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으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의 파시즘 번역서들과 저작물들은 1920년대 서부 우크라이나의 청년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침으로써 이 지역 민족주의 운동의 급진적 우향우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그가 남긴 많은 저작물 중에서도 파시즘 운동의 우크라이나 정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돈초프의 저서가 <민족주의 (Natsionalizm)>라는 것에는 역사가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 자체가 직관적으로 보여주듯 이 책은 파시즘 이데올로기의 주 동원기제 중 하나인 극단적 “민족지상주의”와 더불어 세계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 쟁”으로 보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인종주의적 역사관”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파시즘 저작물로서, 1926년에 초(初) 출간된 이 책을 통해 돈초프는 다음과 같이 과감히 선언했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이들은 누구든 … 모두가 우리의 적이다.”


돈초프가 말한 “우리”는 누구였던가? 돈초프의 “우리”는 물론 우크라이나 인 전체를 의미하지 않았다. 돈초프의 “우리” 속에는 합리적 이성과 지성, 진보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류애 및 도덕이라는 보편가치를 완전히 도외시한 채, 우크라이나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민족적 이상과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며 민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광신자”만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자신 의 저작에서 돈초프는 운동으로서의 민족주의를 시종일관 “민족적 광신주의 (Natsional’nii fanatizm)”의 동의어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돈초프가 이른 바 “민족적 광신”을 우크라이나 독립의 성취를 가능하게 만들 유일무이하며 필수불가결한 투쟁의 현실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으로, 돈초프의 표현을 직접 빌면 “민족적 광신주의란 [역사적으로] 강한 민족들의 무기로 각 민족들이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것을 조력하는 수단”을 의미했다. 돈초프에게 세계사의 전개과정은 “강한 민족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정글”에 다름 아니었으니, (그가 보기에) 한 민족집단이 이러한 정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민족집단에 대한 정복자가 되어야만 했는데, 이를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자질”이 바로 “민족적 광신” 또는 – 계속된 돈초프의 부연설명에 의하면 – “(타 민족에 대한) 분노와 갈망 및 증오”였던 것이다.


(중략)


...돈초프의 영향이 짙게 배어나는 OUN의 이러한 민족주의 담론 속에서 확인되는 “배제”의 기준은 물론 우크라이나인의 민족정체성을 “핏줄”과 “인종”에서 찾는 인종주의였다. 역사를 민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항구적 투쟁의 무대로 바라 본 “우크라이나 파시즘의 아버지” 돈초프의 강력한 영향을 반영하듯, OUN의 소장 활동가이자 이론가였던 야로슬라브 오르샨(Iaroslav Orshan)은 “인종주의(Rasoznavstvo)를 세계 역사 [발전]의 열쇠”로 규정하였다. 독일 나치즘과 지극히 흡사한 이러한 인종주의적 세계관은 OUN이 스스로를 세계 파시즘 운동의 위풍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랑스럽게 자임할 수 있는 훌륭한 근거가 되었으니, 오르샨은 OUN이 추구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파시즘 적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던 바 있다. “[이탈리아] 파시즘과 [독일] 나치즘, 그리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 같은 [인종주의 기반의 민족주의] 정신이 민족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표현이다.” 역시 OUN의 소장 활동가이자 1941년 6월 30일 나치 점령 하 리비우시에서 선포된 이른바 “우크라이나 독립 선언”의 주역 야로슬라브 스테치코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다. “파시즘과 나치즘 그리고 다가올 우크라이나인의 [민족] 봉기는 하나의 [파시 즘] 세계혁명의 [연쇄적] 연결고리들이다.” 나치가 설정한 독일인의 범주가 그러하였듯이 OUN이 설정한 우크라이나인의 범주 속에 당대 우크라이나 지역에 살던 수많은 타자들은 결코 포함될 수 없었다.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영내에 함께 거주해 왔으며 OUN이 “정복자”로 인식하던 폴란드인과 러시아인과 같은 강력한 이웃들이 독립 우크라이나에서 배제되어야 했음은 물론이었으니, “우크라이나 땅에서 모든 정복자들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제거해버릴 때에만 우크라이나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의 광범위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OUN의 공식 견해였던 것이다.


(중략)


OUN의 혁명론은 두 개의 단계로 구성된 OUN의 “혁명 프로그램”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OUN에게 있어 우크라이나식 파시즘 체제 건설의 첫 단초는 독립 쟁취를 위한 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민중을 봉기시키는 “영구 혁명(Permanentna revoliutsiia)”의 단계였다. 이 단계는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고 있는 외세(즉 러시아와 폴란드)에 대한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무장투쟁을 의미했는데, 압도적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절망적 상황을 고려하여 OUN은 우크라이나 전역이 연속적인 폭력의 순환과 대규모의 반란으로 전화(戰火)로 휩싸이게 될 때에만 비로소 우크라이나 독립의 기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OUN의 전략이 바로, “광범위한 대중을 … 혁명적 방식으로 준비시키는 민중 봉기(Narodne povstannia)”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항구적인 폭력과 피바람의 소용돌 이 속으로 몰아넣는 “영구혁명”이었던 것이다.


이른바 “영구혁명”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외부적이고 정황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단계를 의미했다면, 두 번째 단계인 이른바 “민족 혁명(Natsional’na revoliutsiia)”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쟁취함과 동시에 오로지 인종적으로 순수한 우크라이나인으로만 구성된 우크라이나 국민국가를 수립하고 OUN이 이끄는 파시즘 일당독재를 실현하기 위한 혁명적 실천의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전체를 대표하는 범우크라이나 조직체로 자임하던 OUN은 자신 이외 다른 정당의 존재를 일체 용인할 의사가 없었고, 따라서 OUN 사상가들이 “민족혁명”을 통해 수립하고 자 했던 독립 우크라이나의 정체(政體)는 대의제와 다당제 기반의 정당정치, 그리고 선거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될 국가는 결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OUN이 꿈꾸던 우크라이나의 미래 정체(政體)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체제였던 것인가? OUN의 해답, 특히 OUN의 이론가 미콜라 스치보르스키가 제시한 해답은, OUN의 지도자이자 “민족의 수령(Vozhd’ natsii)”의 영도 아래 “민족의 이름으로” “민족을 위해” “민족에 의해”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수립될 “민족의 독재,” “나찌오크라티야(Natsiokratiia: 민족정[民族政])”였다.58) 나 찌오크라티야는 비록 OUN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고 구두선언을 통해서만 실현에 옮겨졌으며 실제로는 결코 수립된 적이 없기에 “민족정”의 실체가 어떠하였을 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만, OUN식 “민족독재”의 진면목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 유사한 민족혁명을 통해 유사한 “민족의 독재” 혹은 수령의 영도 아래 일사불란한 “민중의 독재”가 실현된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930년대 OUN 지도부가 꿈꾸던 “민족정” 우크라이나의 실체는 사실상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재현으로, OUN의 일당독재 아래 OUN을 이끄는 수령에 의해 민족의 이름으로 민중의 지지 속에서 일사분란하게 통치되는 파시즘 민중독재였던 것이다. 돈초프가 꿈꾸던 “민족적 대의를 고취하고 유포하는 … 적극적인 소수 그룹”으로 서 OUN은 스스로를 민족혁명을 위한 “혁명의 전위”로 자처하였고 그들이 추구한 이단계 혁명의 미래는 “나찌오크라티아”의 형태로 실현될 파시즘 유토피아가 되어야 했다.


(중략)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점증하는 동서 냉전의 위기 속에서 “철의 장막”의 내부에서 대담하게 그리고 일견 무모하게 “악의 제국,” 소련에 도전하는 OUN 과 OUN의 무장조직 UPA의 존재는 소련 내부의 “반공투사”를 찾던 미국과 영국의 큰 관심을 끌었다. 독일을 대신하는 새로운 반소동맹의 후견인을 찾던 OUN과 UPA 역시 자신들의 파시즘적 과거를 부인 및 청산하고 반공과 다원주의, 의회민주주의를 기치로 한 새로운 친서방 프로그램을 채택함으로써 스스로를 소련이라는 공산주의의 거대악과 저항하는 자유의 투사로 재포장하기 시작했고, 서방 진영은 이제 소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전선에서 “철 의 장막” 배후에서 투쟁하게 된 이들 전직 파시스트 전범들에게 무기와 식량을 낙하산으로 투하하고 이들의 대소비에트 게릴라 작전을 지도하는 적극적인 군사원조로 이들의 변신에 화답했다.


- 구자정, 《악마와의 계약? 우크라이나의 파시즘 운동 (1929~1945) 中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rusiaukra&no=261602 여기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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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294 정보 [ria]러시아,9개월동안 중국도시에 천만개 일자리 창출 [14] ㅇㅇ(138.199) 22.10.29 1171 51
298293 일반 독일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멸망시키는게 답임 케말파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0.29 37 1
298292 일반 여기 찢갤 맞네ㅋㅋㅋ [1] ㅇㅇ(211.215) 22.10.29 73 0
298291 일반 우리나라 전쟁나면 처참할거 같긴함 ㅇㅇ(182.221) 22.10.29 52 0
298290 일반 스페인이 유명한나라임 프랑스가 유명한나라임? ㅇㅇ(58.228) 22.10.29 22 0
298288 일반 펠로시의장은 뭔데 난리임? [1] ㅇㅇ(1.11) 22.10.29 122 0
298286 일반 전쟁 1년 가까이 되도록 아직도 독뽕 하는 유일한 민족이 씹센징임 케말파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0.29 40 0
298284 일반 시리아용병 투입된거 맞냐? ㅇㅇ(117.111) 22.10.29 49 0
298283 일반 폴란드 총리, EU는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용인한다 [6] 바보0(1.224) 22.10.29 176 2
298282 일반 우뽕들은 혹시 민족자결주의가 뭔지 모르는 거임? [10] ㅇㅇ(122.36) 22.10.29 104 3
298279 일반 이때당시엔 저성적으로 정시 가능했음? ㅇㅇ(74.208) 22.10.29 48 0
298278 일반 독일은 세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케말파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0.29 50 1
298277 일반 나무위키 뭐 양측 다 허위사실이 많다고 기재해놓고는 [5] ㅇㅇ(118.235) 22.10.29 148 10
298276 일반 바이든도 외교 앵간히 못하는듯 [2] ㅇㅇ(223.39) 22.10.29 105 0
298275 일반 지금 유럽 가스 가격 60% 폭락은 대체 판로 개척 ㅇㅇ(125.183) 22.10.29 96 0
298274 일반 그냥 우뽕들은 하나 같이 다 병신밖에 없음ㅋ ㅇㅇ(122.36) 22.10.29 38 3
298273 일반 폴란드는 좌파가 정권 잡았으면 [2] ㅇㅇ(223.39) 22.10.29 80 0
298272 일반 군빨망이 될까 러빨망이 될까? [2] ㅇㅇ(1.227) 22.10.29 68 1
298270 일반 진심으로 시간의 흐름이 존재해서 다행이다 [2] ㅇㅇ(110.70) 22.10.29 63 0
298269 일반 보병은 파워슈트 개발전까지는 사려야된다 [7] ㅇㅇ(182.221) 22.10.29 81 0
298266 일반 폴란드 원전 탈락했네 [3] ㅇㅇ(223.39) 22.10.29 156 4
298265 일반 러우갤인데 폴란드 이야기만 하노 ㅋㅋ 개러뽕들 ㅋㅋㅋ [3] ㅇㅇ(125.190) 22.10.29 87 0
298263 일반 가스값 60% 하락…유럽 한숨돌렸다 [2] ㅇㅇ(125.190) 22.10.29 148 3
298262 일반 정점 찍었나…유럽 가스값 한달새 45% 폭락 [3] ㅇㅇ(125.190) 22.10.29 14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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