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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박정희는 왜 이순신을 영웅으로 만들었는가 ?

ㅇㅇ(14.5) 2022.09.24 22:24:30
조회 115 추천 1 댓글 2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 추종자들은 그를 세종대왕이나 충무공 이순신 (李舜臣.1545~98) 장군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뚜렷한 공과 (功過) 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를 영웅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역사적 평가는 후대의 몫이다.

박정희는 재임중 충무공을 유별나게 떠받들었다.

아산 현충사 관리소장의 직급은 충무공에 대한 박정희의 성심 (誠心) 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의 재임중 현충사 관리소장 12명중 6명이 1급 상당이었다.

충남지역에서는 차관급인 도지사 다음인 서열 2위의 공직자였다.

조선시대 왕릉을 관리한 능참봉이 품계중 가장 낮은 종9품이었던데 비하면 실로 파격적인 대우였다.

68년 1월8일 朴대통령은 이례적인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 '난중일기 (亂中日記)' 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나 훔친 사람은 오는 17일까지 청와대 특별민정반에 연락 또는 자수해 줄 것이며…자수하는 자에게는 그 죄를 일체 불문에 부치고…. " 임진왜란때 충무공이 기록한 '난중일기' 원본이 보관중이던 현충사에서 사라진지 1주일 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자 대통령이 직접 도둑에게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틀 뒤인 1월10일 오전 신범식 (申範植)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朴대통령의 얼굴이 오늘같이 밝은 것은 요 며칠새 처음" 이라고 전했다.

범인들은 특별담화 하루만에 부산에서 시민 제보로 붙잡혔다.

이날 저녁 청와대 만찬석상. 집권 공화당 길전식 (吉典植) 사무총장.김진만 (金振晩) 원내총무.김재순 (金在淳) 대변인등 주요 당직자들은 朴대통령의 질책성 주문부터 들어야 했다.

"마이크로필름에 찍어 분산보존시켜 원자탄이 떨어지더라도 건재할 수 있도록 하시오. 보존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난중일기' 를 청와대에 보관할 것이오. " 관련부처가 부랴부랴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물론이다.

박정희 사후 이순신 장군 후손들이 서울신당동 박정희 사저를 찾아가 유족들에게 "땅속에 묻혀 있던 충무공을 끄집어내 밝혀주신 분이 朴대통령" 이라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박정희의 맏딸 朴槿惠 정수장학회 이사장) .충무공이 4백년 시차를 뛰어넘어 '성웅 (聖雄)' 으로 추앙받게 된 것은 박정희 시대였다.

이맹기 (李孟基.72.대한해운그룹 회장) 전 해군참모총장은 박정희를 아예 "4백년만에 되살아난 이순신 장군" 이라고 말할 정도다.

박정희의 충무공 섬기기는 5.16 직후부터였다.

그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 취임, 명실상부한 최고 실권자로 등장한지 며칠 안된 61년 7월 어느날. 5.16때 민간인으로 거사자금을 조달한 김용태 (金龍泰)가 장충동 의장공관을 노크했다.

그는 노산 (鷺山) 이은상 (李殷相) 선생이 주도하던 충무공기념사업회에서 사무국장을 지내는등 열렬한 충무공 추종자였다.

김용태 (71.전 공화당 원내총무.현 동서문화교류협회 회장) 씨의 회고. "막상 거사는 성공했는데 국민정서를 하나로 묶을 방안이 없어 고심하던 시기였지요. 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난중일기 국역본 '충무공전서' 를 갖다 드리며 '이순신 장군의 애국애족정신을 국민정신의 귀감으로 삼자' 고 아이디어를 냈지요. " 박정희는 시름에서 확 깨어나는 표정이었다.

"맞아, 그거야. 李충무공 정신이야말로 천추에 빛나는 우리의 국민정신일세. 국민들의 정신무장을 반공 일변도로만 할 것이 아니야. " 박정희는 즉석에서 "현충사를 성역화하자" 는 김용태의 제안에다 "충무공탄신일 기념행사도 내년부터 아산군청에서 모시도록 하라" 고 자신의 아이디어까지 보탰다.

그러나 기념행사를 아산군청이 맡은 것은 62년 한해뿐. 박정희의 지시로 63년엔 충남도청, 64년엔 국방부, 65년 이후엔 아예 정부가 주관하는등 행사의 격이 거듭 높아졌다.

朴대통령이 꼬박꼬박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육영수여사 서거이후 외부행사 참석을 자제하느라 75년 딱 한번 행사를 거르긴 했으나 며칠뒤 둘째딸 (書永.43.육영재단 이사장).아들 (志晩.39.삼양산업 대표) 과 함께 참배하고는 현충사 직원들에게 "지난번에 오지 못해 미안하다" 고 사과한 일도 있었다.

69년 9월 마무리된 현충사 성역화사업은 약 30억원이 투입된, 당시로선 대역사였다.

이순신 장군의 15대 후손으로 현충사 운봉분소장인 이재왕 (李載旺.53) 씨는 "중수식때 朴대통령께서 '이제야 충무공을 떳떳이 모실 수 있게 됐다' 며 직원.수행원들에게 '오늘같은 날 한잔씩 안주느냐' 고 하시며 앉은 자리에서 제주 (祭酒) 를 23잔이나 받아 드셨다" 고 기억했다.

77년 대종상을 받은 영화 '난중일기' 에 얽힌 일화 한토막. 박정희의 지시로 만든 이 영화는 개봉전 청와대에서 시사회를 했다가 朴대통령의 지적사항을 고치느라 대종상 시상식 날짜마저 연기해야 했다.

제작및 주연을 맡은 원로배우 김진규 (金振奎.74.제주 베버리힐즈호텔 회장) 씨의 회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가며 보시던 그분이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이순신 장군이 감옥갔다 나오실 때 아산 어귀에서 막내아들과 껴안는 장면, 그거 틀렸어요. 아들이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해야지, 그건 요새 미국식 아니오. 마지막 장면도 그래요. 장군께서 돌아가셨다고 북을 치고 있는데 다른 배들이 장선 (將船) 으로 모여들어야지 멀뚱멀뚱 산재해 있으면 안돼요. 다시 만드시오' 그러십디다.

우리도 전문가들을 모셔놓고 일곱번이나 예비 시사회를 갖고 이만하면 됐다 싶어 보여드린 것인데 대번에 꼬집어내시더라고요. " 박정희가 집권 후반기 몇년동안 쓴 대학노트 5권 분량의 일기는 마치 '난중일기' 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크메르.라오스에 이어 베트남마저 적화돼 "다음은 한반도 차례" 라는 안팎의 불길한 목소리들이 높아가던 75년 4월30일 밤, 박정희가 조국 사수의 결의를 다지며 써내려간 일기. "충무공의 말씀대로 필사즉생 필생즉사다.

이 강산은 조상들이 과거 수천년동안 영고성쇠를 다 겪으면서 지켜오며 이룩한 나라다…저 무지막지한 붉은 오랑캐들에게 더럽혀서는 결코 안된다.

죽음을 각오한다면 못 지킬리 없으리라. " 박정희와 충무공의 만남은 박정희의 대구사범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청년 박정희는 셋째형 상희 (相熙.대구폭동사건때 사망) 씨로부터 춘원 (春園) 이광수 (李光洙) 의 소설 '이순신' 을 구해 읽으며 민족의식에 눈을 떴다고 한다.

박정희를 다룬 전기류에는 그가 문경보통학교 교사시절 제자들에게 몰래 충무공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며 민족의식을 고취시켰다는 대목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정순옥 (鄭順玉.71.여) 씨등 박정희의 문경학교 제자들은 "그런 기억이 없다" 고 말했다. 박정희가 충무공에게 심취한 것은 군인의 길로 들어선 뒤였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의 '군신 (軍神)' 도고 헤이하치로 (東鄕平八郎) 원수조차 러시아 함대와의 일전을 앞두고 충무공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등 충무공이 일본에서 더욱 추앙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정희는 집권후에도 "일본×들까지 적장인 이순신 장군을 그토록 존경하는데 우리가 넬슨 (영국의 유명한 해군제독) 이 어떻네 하는 것은 사대주의" 라고 비판하곤 했다.

박정희는 나아가 충무공으로 상징되는 호국정신을 북한의 주체사상을 압도하는 지렛대라고 생각했다.

70년부터 79년까지 청와대 사회담당특보와 대변인을 지낸 임방현 (林芳鉉.67) 씨의 증언. "朴대통령은 '현충사 같은 호국문화재를 복원, 성역화해 후세들이 보게 하면 뜬구름 잡는 식으로 주체사상이네 뭐네 안해도 자발적으로 애국심이 우러나는 거야' 라고 일소에 부치곤 했지요. 그런 점에서 朴대통령은 철저한 실용주의자였습니다.

" 77년 5월 영릉 (세종대왕릉.경기도여주) 중수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박정희가 동승한 김성진 (金聖鎭.66.대우경제연구소 회장) 문공장관에게 털어놓은 내심. "참 잘됐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 그럼, 임금이라고 다 같은 임금인가' 라고 뿌듯해 하시더니 '사람들이 내가 무인 출신이라 충무공만 치켜세운다고 그러는 모양인데 李장군이 안계셨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있었겠어' 라고 말꼬리를 돌리시더라고요. " 그의 가슴을 송두리째 점령한 우상은 어디까지나 충무공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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