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라크 모술의 경우 인구 약 250만, 면적 약 180km²의 대도시였고 10만여명의 이라크 정부군이 미군의 항공지원 아래 2만여명의 IS를 소탕하는데 포위에 약 3개월, 방어세력 소탕에 7개월이 걸렸는데 대규모 인구와 면적을 가진 메가시티 특성상 IS를 완전히 고립시키는데는 결국 실패했음. 하수구나 건물 사이사이의 인공적인 지형지물은 대도시를 완전히 포위시키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 은폐된 기동로를 따라 포위를 뚫은 IS가 모술-라카 병참선을 되찾기 위해 역습을 감행할 정도였음.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을 보면 키이우 285만, 하르키우 145만, 오데사 100만이며 우크라이나는 육군 병력 계약병 6만, 징집병 19만의 병력을 동원하고 있음. 그 중 겨우 1~2만 정도라도 군에 우호적인 민간인들의 지원을 받으며 도심부에서 저항한다면 이번 러시아군의 침공 병력 최대치로 여겨지는 17만 5천명을 도시 하나에 다 꼴아박아도 키이우나 하루키우 같은 대도시를 결코 단기간에 점령하고 소탕하기는건 불가능에 가까움. 이라크처럼 최소 10만의 대병력을 동원하여 포위하더라도 완전히 고립시키는건 불가능하고 포위망을 압축시켜나갈수록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됨.
이를 단시에 타개한 경우는 03년 이라크 전역 밖에 없었음. 연합군 총 병력 30만이라는 대규모였지만 실제 침투 및 기동하는 병력은 겨우 3만 남짓이었고 나머지는 비전투 및 전투근무지원세력이었음. 그 한줌의 병력이 바그다드 160km 남동쪽의 알 쿠트를 칠 것 처럼 양동 걸고 바그다드로 미친듯이 내달려서 바그다드 따는데 겨우 2주 걸림.
미 지상군 침공과 함께 항공 폭격이 개시되었고 TLAM, LGB, HARM 정밀타격으로 방공망과 레이더를 싹 작살내서 인식 능력을 마비시키고 제공권을 케이크처럼 쉽게 먹더니 바그다드의 적 수뇌부 동심원 지역에 집중적인 정밀폭격이 가해지며 판단과 사고 능력을 마비시키고 각 하위 제대의 지휘부와 통신체계를 싹다 박살내서 신경도 다 잘라놓음. 게다가 이라크 전역에서는 사단급 제대의 대규모 제병협동부대가 투입된 적이 없음. 경무장한 1~2천 규모의 대대급, 적게는 수십명 규모의 특수작전부대가 단일 교전에 축차투입되었고 각 축선의 고속도로를 타고 내달리며 각각 독자적인 전투를 벌였음. 이따금 가해지는 측방위협과 역습은 강력한 정찰자산으로 미리 탐지하여 공군과 육항의 근접항공지원으로 싹다 갈아버렸고 존버하는 방어군도 미리 탐지하고 우회하거나 저항이 약하다면 그냥 돌파해버렸음.
미군 사례집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2주만에 바그다드 입성했을때 포로로 잡힌 이라크 고위 장성은 왜 벌써 미군이 바그다드에 들어와있는지 자기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를 못해서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고 함.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는 페다인 민병대의 자살공격과 바그다드와 그 축선 사이에 있는 시가지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장기 항전을 펼치겠다는 '상식'적인 군사작전을 입안했지만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기동에 충격받은 이라크 수뇌와 지휘부는 그대로 박살났고 후세인은 티그리트로 빤쓰런쳤다가 거기서 붙잡힘. 개전 2주간 이라크 군 1만이 갈려나가고 나머진 다 빤쓰런 쳤을때 연합군 사상자는 겨우 170여명에 불과했음.
우크라의 완전한 진압과 파괴가 아닌 레짐 체인지를 원했다는 것, 개전 직후 대규모 공습과 공정부대 투입으로 우크라이나 수뇌 참수를 시도했다는 것, 속전속결을 목표로 각 주 도로 축선을 그냥 내달리며 촉수질하다 돈좌되는 경장갑 부대를 보면 이게 러시아가 해석한 러시아식 EBO였고 그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는게 아닐까 함. 러시아가 03년 미군의 이라크전역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선보이겠다는 희망, 러시아판 충격과 공포작전이 되길 원했다면 지금의 러시아군 행보도 이해가 됨. 존나게 터지는 하르키우도, 상륙 협박하는 오데사도, 그쪽에 배치된 러시아군 병력이 각각의 도시에 한 10~ 20만씩 되어 포위 시도 중인게 아니면 결국엔 키이우로 돌입하기 위한 러시아의 양동이 아니었을까 싶음.
저 대도시들을 포위해서 밀어버릴거였으면 특별군사작전같은 좆게이 작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운터멘쉬 절멸전 한 3년 하겠다고 선포하고 미리 100만 정도 예비군 동원해서 우크라 전역을 싹 장악해나가야 했음. 이미 1차 침공 일주일이 지난 현재 친러시아 관영매체에서도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며 우크라이나와 더 어려운 싸움이 될거라는 논설을 보면 지금쯤 러시아 수뇌들도 자기들이 꿈꾼 이상이 현실에 부딪혔다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함. 하지만 이미 실행 중인 작전계획을 단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고 전통적으로 러시아군은 미군이나 독일군처럼 상하부 제대의 임무형 지휘에 능숙한 군대가 아님. 따라서 지금 당장 러시아 하위제대의 이해 못할 움직임은 기계획된 작전을 관성처럼 수행 하는 중이라 보여주는 결과(군사전문가들이 생각하길 포기한 단계)가 아닐까 생각 됨.
만약 러시아가 기존 계획을 폐기하고 병력들을 추스린다면 전통적인 러시아 스타일의 소모전으로 되돌아 갈 것임. 그로즈니, 알레포 등 러시아가 주로 수행하며 경험 쌓던 분야도 그 쪽이고 최근 예비군 소집한다는 소식을 보니 진짜 감안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이 단계까지 온다면 우크라이나 전역은 시리아 내전의 재림이 되지 않을까 우려 됨. 민간인 피해 전혀 신경 안쓰고 건물 하나하나 화력으로 떄려부수며 소모전을 펼치면서 로드롤러처럼 밟아나간다면 분명히 러시아는 승리할 것임. 그런데 그렇게 승리해서 챙겨나갈 수 있는 국익이라는게 푸틴의 개인적인 자존심 말고 뭐가 있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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