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들은 누구나 그렇듯 군 시절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없다. 흔히 남자들이 술 마시다가 군대 이야기를 대화의 레퍼토리로 안주처럼 씹곤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들에게 군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3대 의무가 교육의 의무, 납세의 의무, 병역의 의무인 까닭이다. 이 의무를 져버리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의 국룰이다.
탈영병을 체포해서 “아무 일 없이 데려온다”는 군무이탈 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마라 DP의 시즌2가 7월 28일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감독이
실제 DP에 근무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2021년에 DP시즌1을 개봉했고, 2년만에
다시 시즌2를 선보였다.
DP2가 넷플릭스에서 개봉됐다.
시즌2를 한꺼번에 몰아서 정주행을 했다. 2년 전에 더 화제가 됐던 DP 시즌1은 보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보기 두려웠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군대를 제대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군대라는 곳은
아직도 가끔 꿈 속에 등장하는 질기디 질긴 존재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는 군대 끌려가는 꿈은
꾸지 않는다. 분명히 제대를 했는데 입영 영장이 날아와 어쩔 수 없이 다시 입대하는 악몽을 30대 후반까지 꾸었던 것 같다.
그래도 드라마 리뷰이니 DP2 스토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슴 답답함이다. 가슴 속에 큰 돌덩어리
하나가 들어와 앉아있는 느낌이다. 쌍팔년도의 군대도 아니고 2014년을
배경으로 했다는 ‘최신’ 군대임에도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많지 않아 보인다.
군대는 언제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특수한 공간 속에 남자들만이
득실거리는(일부 여군도 있겠지만 예외로 한다) 곳이다 보니
이해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을 터. 지금이야 18개월로
복무기간이 줄었지만 ‘라떼는’ 30개월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자원 입대하는 미군들도 탈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우리나라 군대에서 탈영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DP2에서도 수많은 사고사례가 등장한다. 휴전선 바로 앞의 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DP2 스토리의 주요 배경이다. 이 사건은 실제에서도 사회적 파장의
우려 등으로 숨기기에 급급했다. 개인의 실수이고 정신질환으로 치부하면서 조직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패기 넘치는 젊은 남자들을 모아놓고 나라를 지키라는 의무 하나로 모든 것들을 묵살해왔다. 이것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총기 난사 사건은 폐쇄적인 공간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답답한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내 과거 군 시절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90년 2월에 입대한 나는 군대 동기가 6명이었다. 당시에는 입대한 달을 기준으로 사람 수에 따라 짧게는
한달, 길게는 서너달을 잘라서 군대 동기를 맺어준다. 한달
차이밖에 나지 않아도 어떻게 동기 기수가 끊어지냐에 따라 선배가 되고 후배가 된다. 나이도 필요없다. 나이가 나보다 많아도 나보다 기수가 낮으면 존칭을 해야 한다. 그게
군대 문화다.
6명의 군대 동기는 나이도 제각각이었고, 학교도 두 명을 빼곤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지역도 달랐지만 친구가
됐다. 상병을 갓 달았을 무렵 부대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동기 중 한 명이 죽고 말았다. 이 사고로 우리 동기 몇 명은 군대 감옥에 해당하는 영창까지 다녀와야 했다.
이런 끈끈한 인연 덕이었는지 제대한 지 30여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일년에 한두번씩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됐다.
지금이야 군대에서 구타는 없겠지만 30년 전만해도 흔한 일상이었다. DP2 대사 중 이런 내용이 있다. “그때는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두드려 맞고도 치약 뚜껑에 원산 폭격을 하고 점심 먹다가 식판이 휠 정도로 얻어맞았다”는 대사다. 정말 그랬다. 40명 정도가 자는 내무반 침상 좌우로 한쪽 침상
끝에 머리를 박고 한쪽 침상 끝에는 다리를 대는, 흡사 아치교 같은 원산폭격이 매일 저녁마다 반복됐고
아침 점호 때는 양손을 깍지 끼고 엎드려 뻗게 하는 체벌이 흔했는데 꽁꽁 얼어있던 땅이 깍지 낀 손의 체온에 의해 녹아서 흥건해질 때까지 지속되곤
했다.
자식을 군대 보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DP2는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영화다.
지금 군대야 부대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도 가능해지고 부조리가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다.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날도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DP2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던 두 번째 이유다. 많은 것들이 과장되고 희화적으로 그려낸 드라마지만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낯선 사내들과 부대껴야 하는 수많은 나날들과 집에서 아무 사고 없이 제대할 수 있는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모들로서는 마냥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다. 우리 자식 세대에서는 남북의 대치가 사라져 군대에 보내지 않기를
바랬건만 DP2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다시금 일깨우게 해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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