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재미있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17일에 오픈한
더 에이트 쇼(The Eight Show)라는 드라마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입소해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원조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돈이 필요한, 인생의
끝자락에 매달린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상금이 걸린 게임을 하는 어쩌면 뻔해 보이는 줄거리다. 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고 흡입력 있게 8화를 몰아보게 된다.
저 계단을 통해 신분상승이 가능할까?
더 에이트 쇼는 네이버 웹툰작가인 배진수의 원작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모태로 하고 있다. 류준열, 천우희, 문정희
등의 배우가 열연을 펼치는데 연기 못지 않게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게임 룰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게임 룰을 잠깐 살펴보면 이렇다. 상금은 시간 경과에 따라 자동으로
적립된다. 메인 스튜디오에 있는 인터폰을 통해 식음료를 제외한 어떤 물건이든 구매할 수 있다. 또 식음료는 매일 무상으로 지급된다.
게임 룰에 기반한 패널티 룰이 게임의 긴장감을 이끌어 간다. 우선
참가자들은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자신의 룸 안에 상주해야 한다. CCTV를
장기간 의도적으로 가리면 안 된다. 개인 룸에서 받거나 생성한 어떤 것이라도 방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안된다. 이 패널티 룰을 어길 시 잔여 시간의 절반이 차감된다. 잔여
시간이 0이 되거나 참가자가 사망하면 게임은 자동 종료된다.
참가자들은 이 룰을 먼저 확인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참가를 결정한다. 1부터 8까지 숫자가 적힌 카드를 선택하는데 카드에 적힌 숫자가 자신의 방이 된다. 들어갈
때는 이 사실을 모른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부와 계급이 정해진다. 또, 자신의 이름이 아닌 X층 사람으로 호칭하면서 계급을 더욱 각인시킨다.
각 층 인물들의 캐릭터가 명료하다.
입소 다음날 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물품 구입이 시간 소모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준다던 식사를 받은 사람이 없어 서로 어리둥절해하던 순간에 8층
여성이 자기는 도시락과 물을 11개씩이나 받았다고 밝히면서 결국 아랫층이 식사를 하려면 무조건 윗층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서열 구조가 이 게임의 함정이었음을 모두 깨닫게 된다. 조금 마찰은 있었지만 원래 많이
먹지 않는 8층이 10개를 내려주기로 하고, 나머지 인원들도 돌아가면서 하나씩만 먹는 날을 정한다. 이것이 비극의
시초가 될 줄은 아무도 모른다.
인원은 8명인데 도시락은 왜 11개였을까? 여기서부터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된다. 남은 3개의 도시락을 누가 먹을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가장 윗층인 8층에서 도시락을 내려주지 않으면 아랫층 사람들은 영락없이 굶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이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계급처럼.
사회적 약자는 영원히 약자일 뿐이다.
그 계급은 1층부터 8층까지의
사람들로 표현된다. 우선 1층은 다리를 절뚝이는 장애가 있는
남성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7층의
제안대로 땀을 내며 시간을 늘리려 노력하지만, 선천적인 장애로 힘들어하고, 다른 층의 불만이 생기자 자신의 방을 화장실 쓰자고 제안해 환경 미화를 담당한다. 등장인물 중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2층은 사회적 반항기를 가진 무술인 캐릭터이다. 어떤 무술인지는 안 나왔지만, 6층 남성처럼 자신보다 체격이 큰
남성도 이길 수 있는 실력자이다. 불의를 못 참는 정의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싸움을 잘
하지만 남성에게는 결코 이기지 못 하는 걸로 그려진다. 지금의 이 사회도 그렇다. 여자가 아무리 잘 나도 유리천장일 뿐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류준열은 3층을 맡았다. 3층이라는 인물은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수동적이고, 소심하면서도
평범한 시민을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매우 수다스러우며 정치에 활발한 성격이라서 여기 저기 박쥐처럼 붙어있는
기회주의자적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가장 흔한 유형이다.
4층 여성은 8명 중 가장
눈에 덜 띄는 희미한 사람이다. 뇌전증로 추정되는 경련 장애를 갖고 있는데, 발생 빈도는 낮다. 중요한 사건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캐릭터다.
5층의 캐릭터는 게임에 참여하기 전의 직업은 간호사로 이타적이지만
가장 선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환각, 망상 등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 엉뚱한 전개로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6층은 해결사이자 앞잡이의 역할을 한다. 매우 폭력적이고, 아랫층을 무력으로 억압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7과 8층에게는 우호적이고 순종적이다.
윗층을 힘으로 누를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건 부와 계급에 충성하는 인물로 그려진 탓이다. 군대, 경찰, 기동대 등을 비롯한 공적인 무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7층은 지적인 인상의 남성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인물이다. 앞장서서 분석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맡으며 본 게임의 흐름을 주도하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산을 토대로 다른 층수의 사람들이 따라 진행하는 등 이 게임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보인다. 후반부에는 주인공 일행을 배신하고 8층의 부에 기생하면서 코인제도를
만들어 철저하게 상하관계를 관철시키는 인물로 그려진다. 현재 사회의 초엘리트인 법조계와 정계를 상징하는
인물인 듯하다.
최상위 부유층은 빌런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8층 여성은 사이코패스이자 메인빌런으로 나온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성적인 희열을 느끼며, 자신의
부와 행복을 지속하기 위해 시간을 계속 늘려 게임이 끝나지 않도록 막고 인체 실험이나 고문 등 다양한 악행을 저지른다. 사회의 최상류층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더 에이트 쇼는 너무도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비밀스러운
게임 쇼로 포장된 이 드라마는 계급(혹은 계층)이 나누어져
있고 최고층인 8층을 제외하고는 아랫 사람들이 온갖 노력을 하더라도 결코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현실처럼 각 계급마다 시간당 벌 수 있는 돈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 하나만으로도 서로
갑과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가혹하면서도 불공평한 사회를 담고 있다. 서로 물고 뜯어봤자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창의 크기와 갯수 그리고 보여지는 풍경은 부이며 곧 권력이다.
부와 권력의 크기만큼 멀리 볼 수 있고 넓게 볼 수 있다. 또 그 정도의 부와 권력이면
그만 할 법도 한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부와 권력도 운에 의해 결정되며 그 운은
자기 스스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불편하다.
혹하게 봤지만 정말 가혹한 드라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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