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3.
11. 3 한국 12부작
연출 :
이재규, 감남수
원작 : 이라하 (웹툰)
출연 :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줄거리 :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정신병동 사람들은 바로 이 순간의 우리들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왜 이러한 제목을 붙였을까 생각해 봤다.
불안과 우울, 집착과 슬픔 등이 마음에 스며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정신병동
사람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아침 햇살 같은 희망은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태양’처럼 함께한다는 것을 시사함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침이 온다”라고 강력하게 말하지 못하는 ‘속깊은 아픔’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듯해서 더욱 마음이 아리다.
그렇다. 드라마 속 10개의 에피소드는 각각
정신병동에 들어온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정다은 간호사의 우울증과 해리성
기억 상실까지. 그녀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는 더욱 우리네 깊숙이 들어앉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이해가 되고 너무나 공감이 가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포스터
출연진의 연기력이 그 흐름에 거슬리지 않고 몰입도를 높여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큼한
박보영, 푸근한 이정은의 케미가 연애 케미보다 더 힐링이 되고, 안정이
되었다.
강박, 양극성장애(조울증), 정신분열, 공황장애, 망상장애, 가성치매, 불안장애, 우울증, 가스라이팅, 해리성기억상실 등. 듣기에는 어쩌면 멈칫 몸이 오그라드는 병명일 수 있지만, 이 모든 정신 질환 병명들이 사실은
모든 사람이 순간 순간 겪는 고민과 문제들의 집합이기도 하다.
특히나 마음의 병은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정신질환 병명을 진단받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의 그 사람에게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아주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노란색 신호로 위험을 알리지만 그걸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해서 발병하는 것이겠지.
같은 상황이어도 어떤 사람은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행히 그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고 제대로 멈춰서는 것이겠지. 성격 탓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훈련이 성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상큼한 박보영, 푸근한 이정은의 케미가 연애 케미보다 더 힐링이 된다
정다은 간호사의 남사친 송유찬의 공황장애는 최근 현대인에게 더 퍼지기 때문에 주목되기도 한다. 그의 말을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내 정신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나약한 놈으로 보이잖아요.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정신이 아픈 거니까 말하기 쪽팔린다.”
이 말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인정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의 과정을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마음의 병이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단과 함께 ‘공감’이라는 ‘절대약’으로 위로하고 치료해 나간다.
신기한 게 사람들 눈에는 자기 흉보다 남의 흉이 더 잘 보여. 그러니까 자기 흉은 못 봐.
결국,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정다은 간호사의 일상을 보아왔기에 그녀의 고통과 아픔을 보며 함께 눈물 흘리는 나를 발견한다. 그 눈물에 많은 것을 녹여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다. 그게 공감이고, 나를 향한 위로였던 것 같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며 마음에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 벽돌이 언젠가 무너져 내리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위태롭게 높아지는 것을 본인 마음만 몰랐을 뿐이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드라마는 정신병동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정상 활동이 가능한만큼 호전되었음에도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 이해하지도 포용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신기한 게 사람들 눈에는 자기 흉보다 남의 흉이 더 잘 보여. 그러니까 자기 흉은 못 봐. 자기 흉 못 보니까 의사가 있고, 간호사가 있는 거예요.”
인간은 조금씩은 부족하고 또 나약한 부분을 가지고 사는 게 맞다. 그래서 서로를 보듬고 어루만지고 따뜻한 시선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아침 햇살 같은 희망은 ‘언제나 자리를 지키는 태양’처럼 함께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물론 질환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드라마다. 차마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는 내내 나 자신을 점검하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였다. 나를 바라보고 내 이야기를 듣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영화였다.
"여기는 커튼도 없어. 그래서 다른 병동보다 아침이 제일 빨리 와."
그런 의미에서 정신병동을 찾는 사람들이 맞이할 수 있는 아침은 더 빠를 수도, 더 밝을
수도 있음이다.
“정신질환은 정신력과 무관한데도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는 비난이 계속되면 자꾸 자기를 탓하게 돼 상태가 악화된다. 그런 인식이 달라지려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감독의 설명이
당연하면서도 묵직하게 뒤따라온다.
<ba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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