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수시로 리뷰어]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소설을 정말 열심히 읽었던 때가 언제였나? 아마도 대학 1, 2학년 때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최인훈의 <광장>을 필두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소설 읽기에 바람을 불어 넣었고, 마르게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이어지면서 당시 거의 소설만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든 이후 사실 소설은 드라마와 영화에 밀렸다. 유일하게 취미로 읽은 것이 아직도 1년에 한 편 정도는 보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 아주 쉽게 읽히는 추리소설이기에 책에 대한 그리움을 덜어주는 느낌 때문에 읽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한강이라는 소설가의 <소년이 온다>를 보면서 다시 스멀스멀 소설에 대한 욕구가 올라왔지만 이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올가을 다시 한번 소설에 대한 임팩트를 전해준 책을 만났으니 바로 이명훈 작가의 단편소설집 <수평선 여기 있어요>이다.
8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낸 이명훈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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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명훈은 나이로 보면 나보다는 한참 선배이다. 그야말로 가장 처절한 시절에 대학 생활을 보냈고, 사회에 나와 밑바닥 인생부터 선생까지 수많은 사회적 고행을 통해 소설가의 바탕을 이루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이번에 나온 <수평선 여기 있어요>이다.
다작의 작가는 아니다. 이제 소설집으로는 세 번째 책이다. 그것도 무려 20년 만에 나온 책이니 작가로는 상당한 발효의 과정을 거친 듯하다. 아무쪼록 발효 과정이 없다면 맛도 없고 영양도 없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잘 발효된 단편 소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 먹물 잡부의 눈길
2) 십 분 남았다
3) 절대로
4) 빨간 농장
5) 그놈의 스토리
6) 만년설
7) 24시간 김밥집
8) 모독 교환 사회
작가는 모 인터뷰에서 이 8편의 소설이 모두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대부분 각 단편의 화자들은 어둡다. 사회로부터는 한 꺼풀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사회의 중심, 주변부에서 느끼는 아픔이 각 소설에 깊숙이 베어져 있다.
읽는 내내 그 주인공의 입장에 서게 된 내가 보였다. 마치 동기화된 듯 그의 아픔과 그의 생각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불현듯 중년을 넘은 사람들의 삶은 모두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에서 소수의 사람만이 성공한다면 나머지는 실패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패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회 아닌가?
소설집의 제목에 등장하는 <수평선>은 어떤 의미였을까? 수평선과 지평선 그 닿을 수 없는 거리 혹은 허상.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그 자리. 수평선은 자칫 헛된 것을 쫓는 우리 사회에 작은 울림을 주는 단어처럼 보인다. 수평선보다 여기가 더 존중되어야 그 수평선도 지평선도 모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머리가 복잡해지면 한 번쯤은 소설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 소설 중 이명훈 작가의 <수평선 여기 있어요>도 한번 선택해 보면 어떨지 싶다.
<책 정보>
제목 : 수평선 여기 있어요
장르 : 단편집
작가 : 이명훈
출판 : 북마크
가격 : 16,000원
<susi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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