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조선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소실과 같은 사고에 대비해 책을 여러 권 찍어 보관했다. 초반에는
춘추관과 충주·전주·성주 사고(史庫) 4곳을 운영했으나, 임진왜란(1592∼1598)으로 전주 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는 모두 소실됐다.
오대산사고본 중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깊은 산속에 사고를 설치했다. 그중에서도
산세가 다섯 개의 연꽃잎에 싸인 듯하다는 강원 오대산의 사고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의 주요 행사를 정리한 의궤(儀軌), 왕실의 족보 등과 같은 주요한 기록물을 보관했다.
오대산 사고에 있던 실록과 의궤가 기나긴 '타향살이'를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실록이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10년 만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오대산사고본 원본을 원 소장처였던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실록과 의궤를 보관·전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을 설립해 11월 11일(토) 오후 2시 개관식을
시작으로 11월 12일(일) 정식 개관한다.
조선시대 지방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과 의궤는 당대 기록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일제강점기인 1913년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2006년과 2017년에 실록이, 2011년에 의궤가 각각 국내로 환수되었다. 현재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환수된 의궤는 82책이 전해진다.
실록과 의궤는 국내로 환수된 이후 줄곧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 소장되어 오다가, 원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의
오랜 염원에 따라 문화재청이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에서 소장, 관리하게 되었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하였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해 사용하게 되었으며, 총 면적은 3,537㎡로, 지상 2층 규모이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12일 개관하는 실록박물관은 실록의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며, 실록과 함께 오대산사고본 의궤 원본도 전시된다. 박물관은
관련 유물 1,207여 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되었다.
이번에 우선 개관하는 공간은 상설전시실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실록과 의궤의 편찬과
분상(分上)부터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반출된 후 110년 만에 본래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면서, 국외 반출 문화유산 환수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 1부 ‘깊은 산속에
품은 조선왕조의 역사, 오대산사고’에서는 조선왕실의 기록물
생산과 보관, 외사고의 역사, 오대산사고의 입지와 운영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외사고 전각에 걸었던 <실록각(實錄閣)>·<선원보각(璿源譜閣)> 현판 등을 전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영상, 그림, 사진, 지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오대산사고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 2부 ‘조선왕조실록, 역사를 지키다’에서는 태조부터 철종대까지의 472년간의 기록인 실록의 편찬과정을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중종실록>, <선조실록>, <효종실록> 과 함께 살펴본다. 오대산사고본은 1913년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되었다가 1932년,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돌아왔다. 이 중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이다.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의 정족산사고본 정본을 함께 전시하여 조선시대 실록편찬의 중간과정과 교정부호 체계도 확인할 수 있다.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오대산사고본 선조실록, 조선(161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오대산사고본 효종실록, 조선(1661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 3부 ‘조선왕조의궤, 왕조의 모범을 보이다’는 조선왕조의 행사 보고서인 조선왕조의궤의
편찬과 분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의궤에 찍었던 인장인 <유서지보(諭書之寶)>와
활자본 의궤의 도설을 찍어낸 <연화대무의궤도설판(蓮花臺舞儀軌圖說版)> 등을 오대산사고본 <[영조]묘호도감의궤[英祖]廟號圖鑑儀軌>,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 <경운궁중건도감의궤(慶運宮重建圖鑑儀軌)> 등과 함께 볼 수 있다.
또한 오대산사고본 <철종국장도감의궤(哲宗國葬都監儀軌)>, <대례의궤(大禮儀軌)>를 관련 유물과 함께 전시하여 태조, 철종, 고종이 조선의 왕으로서 겪은 삶의 순간을 느낄 수 있다.
영조묘호도감의궤
보인소의궤
경운궁중건도감의궤
[철종]국장도감의궤, 조선(1865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대례의궤, 대한제국(1898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대례의궤 ‘황제지보 도설’ 부분, 대한제국(1898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이외에도
로비 공간에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의 반출에서 환수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영상 자료로 소개하여 환수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개관식 하루 전인 10일에는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옮기는 이운행렬
재연행사와 축하 공연이 있을 예정이며, 개관식이 열리는 11일에는
고유제 등 풍성한 행사가 펼쳐진다. 개관일인 12일에는 실록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소정의 기념품도 증정한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11~4월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하며, 내년 5~10월부터는 관람시간을 오후 5시 30분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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