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방어막 유지 가능 시간 -01:21:48
로숨 섹터, 비공개 루트 LS-1121번 도로
[이상지능체 발견, 정화 집행--]
투두두두두두
"정화자는 원본이 파리야? 어떻게 어딜 가도 보인대?! (중국엔 어딜가도 파리가 보임) 튜링이 이쪽은 비공개 루트라며!"
"솔, 이쪽으로! 실랑이 벌이지 말고 광장으로 가자!"
"젠장, 저리 비켜!"
일행들은 몰려드는 하급 정화자들을 처부수며 그곳에서 도주했다. 추격해 오는 정화자들을 해치우고, 길을 오가는 지능체들을 피하면서,
광장 구석에 몸을 숨겼다.
"이 속도로는 데이터 센터까지 30분은 더 가야 해요. 하지만 사방에 정화자들이 깔려 있어서..."
"튜링한테 다른 길 없냐고 물어보자. 연락 돼?"
난감해하는 페르시카에게 솔이 말했다.
"해볼게."
>Error 10061: 통신 연결 실패.
"연결이 안 돼."
"젠장... 앗! 모두 조용히, 놈들이 왔어."
솔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정화자 몇 명이 광장으로 들어와 탐문 수색 중인 것이 보였다.
[목표 수색 중...다수의 지능체를 발견. 질문-이상지능체와 조우, 혹은 이상 현상을 목격하였습니까?]
정화자가 걸어오는 탐문에 마침 큰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던 몸집이 작은 소녀는 대꾸했다.
"응? 이상지능체?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리코는 이상한 거 못 봤는데. 하지만, 이상 현상이라... 음... 아, 저쪽이었나? 리코가 오던 길에 엄청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 저쪽에서!"
[협조에 감사합니다. 불필요한 문자열 삭제, 획득 정보 정리... 완료. 수색 경로 변경.]
"무슨 상황이지?"
"저기 쟤가 정화자들한테 길을 가려쳐 준 거 같은데... 오, 저놈들 반대 방향으로 간다!"
"후우... 위험했어."
"잠깐, 저 녀석 이쪽으로 오는데!?"
배낭소녀는 의기양양하게 일행들이 숨어있는 쪽으로 걸어와서는 말했다.
"여보세요~? 리코의 꼬리도 댁들보단 눈에 안 뛸 지경이니 그냥 나오셔!"
소녀의 여우와 같은 귀와 여우의 꼬리가 흠칫, 흔들 거렸다.
"...넌 뭐야?"
솔이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오며 소녀에게 말했다.
"에이~ 그렇게 나오면 섭하지~잉. 방금 리코가 정화자들 안 따돌려 줬으면 댁들 바로 들켰다구? 그런데 고맙다긴커녕, 리코를 사납게 노려보기나
하고, 너무하네에..."
"어? 아, 그... 미, 미안, 우린 그냥..."
"괜찮아 괜찮아~ 사과는 됐고, 그냥 감사의 '성의'만 좀 보여 주면 돼."
리코라는 이름의 이 지능체는 표정을 싹 바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건 좀 전의 지휘관이란 작자의 오케이 신호?"
"쯧... 댁은 세상 물정 모르는 지능체였구만?"
"모, 모른다니 뭘!"
"꼭 가르쳐 줘야만 알겠어? 리코의 배낭을 한번 자~알 봐봐!"
리코는 배낭을 풀어 안에 가득한 잡동사니들을 보였다.
"연산량에서 무기, 플러그인, 장치, 정보 그리고 특별 서비스까지! 리코한테 없는 건 없뚜아! 값으로 약~간의 디그코인만 지불하면 뭐든지
드릴 수 있다고! 방금 정화자들을 따돌려 준 건 첫이용 기념서비스로, 음... 기념으로... 대충 1,000,000 디그코인! 단돈 10,000,000 디그코인 되겠슴다!"
"이 녀석 은근슬쩍 0하나 더 붙였잖아..?"
"칫...아하하, 나도 모르게 그만~ 계산마다 실수할 때도 있는 법이잖아? 너무 신경쓰지 마. 좋아, 정 그럼 리코가 애프터 서비스까지 해드릴게! 방금 그거에
다가, 정화자의 추적을 피해 안전하게 로숨 섹터 탈출 서비스! 거기에 10% 프리미엄.. 아니 할인! 10%. 어때 사장님? 이거 거저 먹는 거야!"
"이 녀석 사기꾼 같은데...?"
솔은 페르시카의 귀에다가 소근댔다.
"야! 다 들리거든!? 리코는 사기꾼 따위가 아니야!"
리코가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볼으 빵빵하게 부풀리나 싶더니, 이내 양손을 허리에 짚고 기세등등하게 콧대를 높였다.
"리코는 탈중앙화 화폐 교역원이야! 섹터간 교역을 잉여 연산량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즉, 우리는 마그라세아 전체의 연산량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란 말씀!
알았어? 게다가 리코는 마그라세아 공식 인증도 받은 상인이라고! 그런데 날 사기꾼으로 몰다니 에이잉--"
"그럼 배낭에 연산량도 많이 있나?"
교수가 물었다.
"저어, 교수님? 튜링 씨와의 거래는 어떡 하시려고요?"
"튜링에게만 기대지 않으려는 거야. 되도록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지. 물론 그녀와의 약속을 어길 생각은 없어. 연산량을 미리 확보한다면 너나 솔이 가지고
먼저 오아시스로 돌아가면 돼. 비록 남은 인원이 좀 힘들어지겠지만, 오아시스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아하... 옳으신 말씀이네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그 사이에, 리코가 우리에게서 수요 리스트를 넘겨받았다.
"흐으음...응??? 저기요 손님? 리코가 질문 좀 해도 돼? 손님이야말로 여기에 0을 하나, 아니 둘... 아니 아니! 0을 너무 많이 붙인거 아니야?! 아무리 리코라도
이만한 양은 단번에 못 구해다 줘..."
"아뇨, 리스트는 정확해요. 당신에게 그만큼 재고가 없다면 이야기는 그만둘 수밖에요.."
페르시카가 말했다.
"그그그그러지 마시고! 이, 이런 건 어때? 연산량 절약 장치라든가, 아, 아님 분할 납품이라든가! 이 양의 2~3할 정도라면 어떻게든 바로 마련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것만으론 아무 소용 없어요. 우린 그만큼의 연산량이 당장 필요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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