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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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파된 지형지물, 흩날리는 불티는 안구에 비문과 같다. 주위 온통 비명소리가 폭죽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큰일이다! 샌드박스 배리어가 뚫렸어!!  정화자가 쳐들어온다!"

"젠장, 저놈들 우릴 모두 죽일셈이야, 도망쳐 빨리!!"

펑!

"아악! 다, 다리가... 도와줘, 나 걸을 수가...!"

폭사된 레이저 줄기로 무너진 벽면에 다리가 깔린 인형은 소리쳤다. 근처에 있던 다른 인형이 돕기 위해

달려왔다. 

"야 너 미쳤어?! 그러다가 너까지 당하고 말아!"

도망치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또 다른 인형이 소리쳤다.

[이상 지능체 다수 감지. 정화 프로세스를 실행.]

하급 정화자들의 눈이 동공을 가릴 정도로 노랗게 빛을 뿜었다.

"제길! 일단 내가 놈들의 주위를 끌게."

도주하던 인형은 벽면에 깔린 인형과 그를 꺼내려고 시도하고 있는 인형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도로 위로 올라갔다.

"야이 정화자 놈들아! 내가 여기있다!"

정화자들의 무기가 즉시 그를 향했다.

[정화 집행]

투타타타타 퓨슝!

"으아아 안돼!"

수많은 탄환과 레이저들이 그를 덮치기 직전 어디선가 쏜살같이 인영들이 튀어나와 그를 막아섰다. 

거대한 묵빛 초합금 방패... 탄환들은 그것 앞에서 무용지물처럼 가로막히고 튕겨나갔다.

"휴우, 아슬아술 했다."

방패를 앞세운 백발의 소녀가 웃는듯 마는듯 한 표정으로 내뱉은 한마디였다.

"차!"

또 다른 소녀 금발의 뒤로 동여맨 소녀는 양손에 검을 든 채 방패소녀의 옆에 내려섰다.

"모두! 교수님의 지시대로 움직여! 크로크는 정면에서 방어! 솔은 다른 애들의 대피를 엄호해!"

갈색머리를 풍부하게 늘어뜨린 가운을 입은 이지적인 여성이 단정히 지시했다.

"라져!"

폭우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크로크라는 이름의 소녀가 방패로 막아내는 가운데, 금발의 소녀 솔은 전투 능력을

상실한 인형들을 데리고 신속히 현장을 벗어났다.

"페르시카 씨다... 페르시카 씨가 왔어!"

조금전 폭격으로 먼지가 될뻔했던 인형은 울먹였다.

"이제 살았다...!"

페르시카라는 가운을 입은 여성은 그에게 다가가 상냥하게 손을 내밀었다.

"늦어서 미안해, 걸을 수 있겠니?"

"제 친구가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질 못해요..."

"걱정마, 남은 연산량이 있으니까 바로 치료해 줄게."

따스한 빛이 다친 인형의 다리를 감싸자,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이제 괜찮지? 하지만 응급처치니까 얼른 지휘부까지 대피해. 의료진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알겠어요...!"

인형들은 그곳을 떠나려 하다가 페르시카를 되돌아 보며 말했다.

"페리시카 씨....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응, 약속해." 페르시카가 미소지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