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에 신청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하 경찰 사건 압수수색·구속영장) 건수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검찰이 직접 청구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하 검찰 사건 압수수색·구속영장) 건수는 오르락내리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초기 검찰 수사가 활발하다가 중기로 접어들며 잠잠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찰 압색영장, 2년간 13만여 건 증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사건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2022년 39만2342건, 2023년 45만1014건, 지난해 52만9830건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비 2023년에 15.0%, 2023년 대비 지난해 17.5% 증가한 수치다. 경찰 사건 구속영장 청구 건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2만1153건, 2023년 2만4360건, 지난해 2만6214건을 기록했다. 경찰은 압수수색·구속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은 법원에 청구한다. 현행법상 검사만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단계로 영장 신청과 청구가 이뤄진다. 2022년 5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찰청법이 개정됐다. 검사의 수사개시권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됐다. 자연스레 경찰이 직접 손대는 사건이 늘면서 경찰이 신청해 검찰이 청구하는 영장 건수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사건 영장은 등락    반면 검찰 사건 영장 청구 건수는 등락했다. 검찰 사건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2022년 4134건, 2023년 5565건, 지난해에는 5085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전년 대비 34.6% 증가했다가 지난해에는 8.6% 감소한 것이다. 검찰 사건 구속영장 청구 건수도 2022년 1435건, 2023년 1906건, 지난해 1717건으로 나타났다. 압수수색 영장과 마찬가지의 등락 흐름을 보이며 2023년에 32.8% 늘어났다가 지난해에는 9.9% 줄었다. 이와 같은 등락 흐름에 대해 이창현(62·사법연수원 19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보통 정권이 바뀌면 1~2년 차에는 수사를 많이 하다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사건이 줄어든다”며 “윤석열 정부 초기 검찰 수사 사건이 상당히 늘었기 때문에 지난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당시 한동훈(52·27기) 법무부 장관은 2022년 9월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공직자·선거·방위산업 범죄 등을 중요 범죄로 포함시켰다.  이에 직권남용, 마약유통, 범죄단체 조직 범죄 등을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당시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을 조정하면서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만큼 수사도 활발했다”고 말했다.          2022년 5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며, 경찰이 신청해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구속영장이 꾸준히 늘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아리셀 화재 사고 때 경기남부경찰청이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보완 수사 등을 이유로 검찰이 반려한 비율은 24.9%(8695건)다. 2023년 25.1%(8168건), 2022년 23.3%(6413건)로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의 반려율도 2022년 11.4%(5만586건), 2023년 12%(6만1789건), 지난해 12.3%(7만4063건)로 늘었다.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 검토를 거쳐 청구된 영장의 발부율은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보다 높았다. 경찰 수사 단계의 구속영장 발부율(경찰 수사 단계 영장 청구 대비 발부 건수)은 2022년 81.9%, 2023년 80.0%, 지난해 77.3%였다.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2022년 72.5%, 2023년 72.8%, 지난해 69.6%였다. 올 1월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63.1%로, 130건의 영장을 청구해 82건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같은 기간 경찰 수사 단계의 발부율은 76.7%다. 지난해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율(경찰 수사 단계 영장 제외)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서부지검으로 47.8%(11건 발부)였다. 서울중앙지검은 53.0%(96건 발부)로 뒤를 이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사건은 난이도가 경찰 사건보다 훨씬 높다 보니 발부율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찰은 절도, 보이스피싱, 성폭력 등의 민생범죄를 주로 다루지만 검찰은 대형 경제 범죄, 부패범죄 등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과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은 모두 감소 추세를 보였다. 김정철(49·35기)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데 과거보다 신중해진 것 같다”며 “불구속 수사 원칙이 조금씩 법원 심사 결과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영장 청구 건수가 감소하고 경찰의 직접 수사가 증가한 것은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이런 추세가 인권 신장과 공정한 수사 시스템으로 확립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검찰은 이를 법률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했다.

www.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