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방이 뻥튀기 해먹기 제일 좋다는 30대 초중반 무경력 국비생이고

첫 플젝부터 5년차로 파견됐다

말은 안 했지만 솔직히 이미 들통은 다 났다고 생각한다

팀원분들 짬밥이 20년인데 나 같은 놈들 얼마나 많이 보셨겠냐

그래도 시키는 일은 일정 안에 해오니까 안 자르고 눈 감아주시는 거고

그 분들도 내가 뻥튀기인거 눈치채고 쉬운일만 던져주시니까 나도 하루하루 버티는 거겠지..

투입 직전 오키, 프갤, 구글, 유튜브 등에 SI 뻥튀기 엄청 검색하고 엄청 불안에 떨었었다

이 글도 곧 묻히겠지만 또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가 검색해서 찾아내는 일이 생기겠지

만약 그런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지금 내 상황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남기는 글이다

일단 SI는 대부분 망분리 환경이라 노트북 검색이 안 된다

검색용 태블릿PC 싸구려 10만원짜리라도 하나 사서 들어가라

핸드폰 화면으로 에러코드 하나하나 쳐서 찾고 있으면 효율도 안 나고 업무 중 카톡하는 거 같아서 눈치 보인다

그리고 질문을 최대한 참아라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개발자는 질의응답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미덕인 직업이라지만

0년차 뻥튀기가 질문을 하는 수준이라는 게 다 뻔하다

그 당시 시점에서 너무 어렵고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질문을 했던 문제들이

2주일만 지나도 감이 잡히며 이딴걸 왜 질문했을까 하며 얼굴이 빨개진다

'질문을 한다 = 사무실 바닥에 똥을 싼다' 라고 생각하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진 참아라

그럼 모르는 건 어떻게 하느냐?

개발 진행 중인 TOBE 코드, 또는 기존에 운영에서 사용되고 있는 ASIS 코드,

둘 다 없으면 개발 문서, 또는 ERD 등등 어딘가에라도 작은 힌트들이 곳곳에 쌀알단위로 흩어져 있다

물론 업무시간에 이런 것만 찾아보다가 정작 내 개발일정을 못 맞추면 최악이고,

점심시간 쓰는 건 기본이고 야근을 하든 아침에 1시간 일찍 나오든 해서 남는 시간에 스스로 파악 및 분석을 해야한다

이렇게 해볼 거 다 해본 다음에 질문을 해야 사무실 한복판 분변 같은 수준의 질문이

적어도 실외에 싸서 보기엔 여전히 똥이지만 냄새가 남들한테 번지지는 않는 수준이 된다

"나는 원래부터 오류는 스스로 해결했고 기술구현도 혼자서 다 하니까 별 걱정 없겠네?"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가 말하는 건 기술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업무적인 어려움이다

이건 현업에서 1주라도 뛰어보지 않고 로컬호스트 개발만 해봤다면 절대 공부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지식이다

설비시스템에서 SCC시스템을 통해 지시를 내리고

SCC시스템은 POP시스템을 통해 설비를 분류 후 제어하고

각각의 설비는 실적 정보를 전송하고

돌아온 실적 정보는 다시 POP로 들어온 후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시스템에 뿌려지고...

각각의 프로세스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프로시저 호출과 복잡한 JOIN 및 수 많은 서비스 클래스를 오고가며 이루어진다

자바, 스프링, SQL을 아무리 공부하고 아무리 잘해도 시스템을 모르면 코드를 단 한 줄도 짤 수 없다

그 잘난 구글과 챗지피티도 특정 회사의 업무 시스템에 대해선 답변을 못해주거든

앞서 말한대로 ASIS, TOBE, 산출물, ERD 등을 눈알 빠져라 뒤져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엄청 고민하다가 스스로 어려운 일 해냈다고 생각해서 뿌듯한 경우가 있다

정말 우습고 남들은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바보같이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야 말았던 적이 있다

PM분도 "오 이걸 벌써 다 했어?" 라고 해주셨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네 여러 프로세스가 중첩이 돼있어서 좀 애먹었습니다ㅎㅎ" 하고 생색을 내버리고야 말았다

시간이 지나고 복기해보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어렵게 해냈다고 생각하는 건 실제로는 내가 아직 0년차이기 때문일 뿐,

5년 뒤의 내가 이 일을 맡고도 어려워했을까?

어려워봤자 0년차인 나도 해냈는데, 이런 잡업무나 준다고 부끄러워 하겠지

이 이후로 아무리 앞이 안 보이는 업무를 받아도 어렵다는 얘기는 속으로만 하고 밖으로는 안 꺼내려 하고있다

물론 이 글을 적고있는 시점의 나도 분변 수준의 폐기물인건 마찬가지지만

내가 다시 첫 투입 시기로 돌아간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을 실수들이 계속 아른거린다

앞으로도 계속 실수를 하겠지만 적어도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자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