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하 「저기, 선배…」
하치만 「응? 갑자기 뭐냐?」
부실에 들어서자 마자 봉사부 소속도 아닌 잇시키 이로하가 마중도 아닌 것이,
나의 앞 길을 막아선채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보인다.
뭔가, 평소와 다르게 분위기가 다른데…
이로하 「전부터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하치만 「어, 응…」
수줍어하는 잇시키를 한 번 내려다 보고,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눈을 회피한다.
그러자 건너편에는 책을 읽고 있는 유키노시타,
그리고 이쪽을 보며 긴장한 듯 주먹을 쥐고 있는 유이가하마가 시야에 들어온다.
평소와 다른 봉사부의 공기를 읽게 된다.
그리고 이내 잇시키가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게 되는데…
이로하 「사실 우리 학교 남학생 중 선배가 제일 미남이에요!!」
하치만 「……」
하치만 「엉?」
어디보자, 오늘 4월 1일 아니지?
얘가 대뜸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래?
그렇구나. 얘 뭔가 나에게 미안할 짓이 생겼구나.
돈인가? 내 물건이라도 박살냈나?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하치만 「아, 음… 뭐… 너 혹시 뭐 잘못…」
이로하 「10초…! 10초되었죠? 유이 선배?!」
하치만 「응?」
유이 「아하하…」
이로하의 부름에 제 자리에서 약간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으며 웃는 유이가하마.
그걸 보고 확신했다.
하치만 「아, 알겠군…」
이로하 「죄송해요! 사실…」
하치만 「쪽팔려 게임이었습니다~라고 하려고 했지?」
이로하 「아니?! 눈치채고 계셨나요?!」
하치만 「이런 거 옛날에도 자주 당했으니까. 게임 타겟으로서는 아직 굳건한 위치에 있구만.」
이로하 「뭔가 서글픈 입지네요.」
하치만 「뭐, 그 중에서는 너무 처음부터 눈치채기 쉬운 것들이 많아서 그닥 타격은 없었지만」
‘드르륵’
잇시키 때문에 착석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그러자 이제서야 옆의 유이가하마가 인사를 걸어온다.
유이 「힛키, 야할로, 미안, 이로하와 게임하다가 그만… 」
하치만 「아마 잇시키가 먼저 제안했을테지. 그리고 그 게임에 이겨버린 건 너였고. 역시 먼저 제안하는 녀석이 당한다니까.」
유이 「아하하… 뭐, 어쩌다보니… 벌칙을 주긴 줘야는데,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어서, 아하하.」
하치만 「그냥 잇시키가 부끄러워 할만한 거 하면 되지. 벌칙이 나에게 미남고백이 뭐냐. 데미지가 없잖냐.」
이로하 「하지만 충분히 부끄러웠는데요. 없는 사실을 내뱉는 것은 생각외로 고역이라고요?」
하치만 「없는 사실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잖냐.」
바로 뒤따라와 원래 있지도 않던 잇시키의 임시가변석에 착석한다.
심지어 언제부터인가 방석까지 생겨버린 가변석…
유키노 「유이가하마 양, 이거 전해주렴.」
유이 「응. 힛키, 차~」
하치만 「오우, 땡큐.」
잠잠코 있던 유키노시타가 찻잔을 유이가마하를 통해 내게 건넨다.
유이 「힛키는 쪽팔려 게임 해본 적 있어?」
하치만 「아, 물론이지. 반강제적으로.」
유이 「헤에, 의외네.」
하치만 「하지만 4번 게임해서 4번 다 진거 생각해보면, 역시 그녀석들 짜고치는 거였다. 지금도 녀석들이 낸 패를 기억할 정도니.」
이로하 「슬픈 얘기네요.」
하치만 「하지만 한 번 하고 나니, 백신주사를 맞은 것처럼 부끄러움을 못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재미없는 반응에 녀석들도 더는 내게 게임을 같이 하자고는 안하더라.」
원래 게임의 목적은 상대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는 것이다.
부끄러워하거나, 당황스러워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며,
가까이에서는 비극이요, 멀리서는 희극이요, 하는 식으로 관객이 되어 즐기는 것이지.
하지만 그 가까이에서의 배역이 자신의 비극을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재미없는 다큐멘터리일뿐.
유키노 「부끄러움을 못 느끼게 되었다니, 그런 것치고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은 자주 본 것 같은데.」
유키노시타 양이 내 잘난 패시브 스킬에 불편하신 지 태클을 걸어 온다.
하치만 「물론 갑작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당황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작위적인 부끄러운 상황에 대해, 미리 알고만 있다면 그다지 부끄럽지가 않다.」
유이 「헤에… 대단해…」
유키노 「유이가하마 양, 현혹되지 마렴. 그냥 허풍이야.」
하치만 「허풍 아니거든. 예를 들면 여기서 쪽팔려 게임을 해서 10번을 해도 부끄럽지 않게 수행해낼 자신이 있다.」
이로하 「뭔가 쓸모없는 자신감이네요.」
하치만 「그만큼 멘탈 단련을 많이 했다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고.」
유키노 「하찮은 단련이구나.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치만 「흥. 그럼 한번 시험해볼래?」
유키노 「어머, 도전이니?」
하치만 「응???」
순간, 아차 싶었다.
평소같으면 ‘내가 그런 걸 왜 하니’라고 할텐데, 지금 유키노시타의 눈은 대어를 낚은 낚시꾼의 눈을 하고 있다.
하치만 「아, 그게…」
유키노 「좋아. 승부야. 네가 얼마나 부끄러운 상황을 버텨낼 지에 대한 시험. 3번의 시련 속에서 모두 성공하면 네 말대로 인정해줄게.」
하치만 「…너는 시험에 안 들어갈 거냐?」
유키노 「나는 내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대해 별로 코멘트하지 않았는 걸.」
하치만 「그럼 조건을 하나 더 얹겠다. 1시간. 1시간 동안 네가 걸어오는 시련에 다 응해주마. 대신 너도 참가해라. 내가 다 버텨내면 네가 벌칙을 받는 거다. 벌칙은… 그래, 서로 원하는 거 하나 해주는 거.」
유키노 「…좋아. 받아들이지.」
이로하 「갑자기 왜 두분이서 대결을 하게 된 걸까요.」
유이 「나, 나도 하면 안돼?」
유키노 「미안하지만 이건 히키가야 군과 나의 일기토야. 너희는 끼지 마렴.」
유이 「히잉…」
그렇게 유키노시타와의 부끄러움 참기 대결이 열리게 되었다.
X X X
하치만 「그래서…? 왜 방과후냐?」
유키노 「학교에서는 제한적인 것도 있고, 그리고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이곳이 최적이라고 생각해.」
하치만 「최적의 장소가… 쇼핑몰?」
그렇다.
지금 우리가 모인 곳은 흔한 쇼핑몰.
오랜만이구만. 예전 유키노시타와 함께 온 적이 있었지.
그때 이곳을 누비고 다닌 유이가하마의 사브레도 있었고…
하치만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유키노 「오늘 갑작스러운 일정 탓인지 다들 볼일이 있다고 하네. 유이가하마 양은 하야마네와 선약이 있는 것 같고, 잇시키는 히라츠카 선생님에게 붙잡혀 같고.」
하치만 「그녀석들다운 불참사유네.」
유키노 「자, 1시간동안 내 시간에 어울려줬으면 좋겠어.」
하치만 「아, 뭐… 그래.」
대강 짐작이 간다.
여기는 방과후 소부고교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곳.
아마 첫 공략방법은 날 짐꾼으로 부려먹으며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유키노 「일단, 여기부터.」
하치만 「아, 그래… 응?」
어느 진열대 앞에서 멈춘 유키노시타.
그것은…
유키노 「여기 구멍이 났거든. 새로 하나 사야해.」
유키노시타의 손가락은 치맛자락 아래의 니하이삭스.
평소에 신고 다니는 검은 니하이삭스에 난 구멍.
그리고 그 구멍에서는 하얀 살색이 티나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녀석, 감히 은밀한 부분을…
앗.
유키노 「……흐음. 눈길을 안 돌리네.」
위험했다…!
순간 눈을 돌릴 뻔했어…!
시작하자마자 아웃당할 뻔…!!
유키노 「네 시련을 미리 말해줄게.」
하치만 「응?」
유키노 「1시간동안 넌 내 남자친구처럼 당당할 것. 고로 눈길을 피하는 순간, 부끄러운 걸로 간주하겠어.」
아니아니, 남자친구래도 부끄러운 건 눈길 피하거든요!?
걔들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부끄러움을 견뎌내는 게임이니까, 당위성은 뭐 어차피 상관없지만!
유키노 「일단, 새로 하나 시착해볼텐데, 보고 감상평을 들려주렴.」
하치만 「아, 알았다…」
여기서 거부하면 ‘설마 부끄럽니?’ 소리가 날라올 게 뻔하니…
유키노 「저기, 이 사이즈로 한번 신어봐도 될까요?」
점원 「네, 탈의실은 저쪽…」
유키노 「아 괜찮아요. 여기 앉아서 할게요.」
점원 「네에~」
이녀석…
여기서 날 시험하려 들려고…!!
유키노 「그럼 벗어볼까…」
한 쪽 다리를 올려 니하이삭스의 윗자락을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밑으로 밀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하얀 맨다리.
유키노시타의 교복차림에서의 맨다리 차림은 거의 처음보는구만…
유키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마.」
하치만 「지금 변태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보고 있거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본능적으로 고개에 계속 힘이 들어간다.
돌아가지마라, 돌아가지마라.
그래, 이렇게 합법적으로 여고생 다리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 없다고!
…라지만, 내 안의 아싸력 때문인지 계속 매너모드가 작동하려고 한다…!!
참아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유키노 「그렇게 뚫어라쳐다보니 변태같네.」
하치만 「훗. 어쩔 수 없잖냐.」
유키노 「흐음. 아, 다 벗었다. 이번엔 신을테니, 이번에도 똑같이.」
하치만 「내가 보기에는 똑같은 사이즈, 모델 같은데 굳이 시착할 필요가 있나…」
유키노 「그래도 불량품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렇게 발을 니하이삭스에 집어 넣은 후, 천천히 하얀 살을 덮기 시작한다.
밀어 올릴 때마다 접히는 다릿살…
니하이삭스의 압박력 때문에 가늘어보여서 그렇지, 이렇게 보니 이 녀석도 제법 살집이…
유키노 「어머,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니?」
하치만 「앗. 미, 미안….이 아니라…!!」
아앗, 이번에도 무의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돌릴 뻔했다.
하지만 버텨냈기 때문에 유키노시타의 요망한 미소도 볼 수 있었다.
유키노 「잘 버티는 구나.」
하치만 「이 녀석, 잘도 중간중간 비수를 찔러 오는 구만.」
이쯤되면 이건 나와 그녀의 싸움이 아니라 내 자신 무의식과의 싸움 같다…
유키노 「다 신었다.」
어느새 다 신고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 치맛자락을 살랑살랑거리며 니하이삭스의 앞뒤를 확인한다.
그 모습도 지켜보고 있자니, 거울에 비친 표정 관리가 아슬아슬한 내 몰골이 영 아니구만.
유키노 「이거 3짝 살게요. 계산해주세요.」
점원 「네~ 이쪽으로 오세요.」
3짝씩이나 사는 거냐… 어쩐지 매일매일 똑 같은 걸 신고온다 싶더만…
유키노시타의 옷장에 대체 몇 짝이 있을 지 궁금하다.
유키노 「자, 다음으로 가자.」
하치만 「그래그래…」
유키노 「예상외네. 1라운드에서 패퇴할 줄 알았는데.」
하치만 「흥. 날 뭘로 보고, 이정도로 무너질 정도였으면 승부 성사따윈 없었을 거라고.」
유키노 「그렇구나. 조금 출출한데, 저기서 뭐 좀 먹을까.」
하치만 「뭐… 괜찮다면야.」
흐음…
이번에는 음식점에서 ‘아앙~’ 같은 걸로 도발하려는 건 아니겠지?
이미 1라운드가 강력해서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X X X
이외로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평범하게 각자 먹을 거 먹고, 평범하게 가게를 나왔다.
유키노 「아무 일도 없어서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네?」
하치만 「정말, 독심술이라도 쓰는 것이냐고…」
유키노 「왜, 내가 식당에서 앙~이라고 하면서 도발걸어올 거라고 생각했나보지?」
하치만 「그 말씀대로입니다…」
유키노 「자, 다음은 저쪽으로 가자꾸나.」
하치만 「네에네에.」
어쩐지 유키노시타, 너무 즐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얘가 이런 캐릭터였나?
다음 행선지는 그다지 식당으로부터 멀지 않았다.
바로 옆옆 가게…
아니, 여기는…?!
유키노 「뭐하니, 어서 들어오지 않고.」
하치만 「음… 그래.」
속. 옷. 매. 장.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진심이냐?! 유키노시타?!
승부를 위해서 너무 많은 걸 버리는 게 아닙니까?
아니, 이건 오히려 네 쪽이 부끄럽지 않은 거냐?
유키노 「괜찮지? 뭐, 어린 애도 아니고 이제 곧 성인인데.」
하치만 「뭐, 그렇지… 아예 안 와본 것도 아니고…」
유키노 「아, 코마치 양이 있구나… 과연… 그걸 생각못했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코마치랑 절~대로 같이 못 오거든!!
물론 코마치가 팬티 차림으로 거실을 활보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오빠와 여동생이 같이 속옷을 사러 오지는 않는다고!!
하치만 「그, 그래서? 뭘 살거냐?」
유키노 「속옷 매장에 왔으니, 속옷이지. 약간 말이 떨리는 거 같은데?」
하치만 「아니, 전혀. 오히려 아까보다 난이도가 쉬운걸.」
유키노 「그러니? 아, 이거 예쁘네.」
브래지어 하나를 집어드는 유키노시타.
하늘색 레이스와 함께, 정 가운데에 리본이 달린 디자인의 브래지어.
유키노 「이거 어떤 것 같니?」
브래지어를 자신의 하복 교복셔츠 위에 대면서 내게 보여준다.
제발, 그렇게 순수하게 물어보지 말아주라…
괜히 상상되잖아.
유키노 「아니면 평소대로 흰색을 할까…」
수수한 흰색도 들어본다.
양 쪽을 저울질하면서 고민에 빠지는 유키노시타.
예전에 얘 탈의했을 때 봤던 브래지어가 흰색이었지…
보통은 흰색을 쓰나?
유키노 「네가 골라볼래?」
하치만 「…내가?」
담담한 척, 담담한 척.
유키노 「어느게 좋아보이니?」
하치만 「……이거, 하늘색…」
유키노 「히키가야 군은 하늘색을 좋아하구나. 둘다 살래.」
하치만 「이녀석…왜 물어본 거야」
유키노 「이런 건 어떠니…?」
하치만 「응?」
어흠…
검은색… 거기에 쥬얼리가 여기저기 박혀있는 화려한 스타일.
어른이 입는 느낌이 풀풀 나는 그러한 색이다.
유키노 「이런 색… 나한테 어울리려나?」
하치만 「……」
유키노 「침묵은 치트란다. 대답하렴.」
하치만 「아, 음… 괜찮지 않을까?」
일단은 무조건 긍정으로 맞춰주자.
유키노 「이런 진한 걸 입으면 교복 셔츠 위로 비치잖니. 그렇게 속옷이 보고 싶은 거구나? 변태가야군.」
하치만 「아니거든…!」
이 녀석, 100% 노렸다! 100%!
게다가 너 가끔 조끼입잖아!
후우, 점점 정신이 지쳐간다.
아직 수십분이 남았다… 게다가 여기까지 왔다면…
유키노 「히키가야 군.」
하치만 「응…?」
유키노 「이 팬티는 어떠니?」
끈. 팬. 티.
이 녀석, 이쯤되면 고문이라고…!!
조금 짙은 파란 색 팬티... 보다는 어째 그냥 헝겊때기 갚은...
유키노 「남자들에게 로망아니니? 이런 끈 달린 거.」
손가락으로 끈을 잡아당기면서 도발을 걸어온다.
누, 눈을 돌리면 패배다.
제대로 응시하며 응해야한다.
하치만 「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있는 게 아니겠어? 옛날에 비해 수영복도 이런 끈 종류가 늘었고.」
유키노 「과연. 그러면 히키가야 군은 이런 종류 어떠니?」
하치만 「음…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유키노 「그러니? 그럼 질문은 바꿔볼게.」
하치만 「바꾼다고?」
유키노 「만약 히키가야 군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이런 속옷 입는 거… 좋아해주려나…?」
두근…!!
여자친구라…
생각해보 적은 없지만…
만약, 유키노시타 같은 여자친구가, 내가 지구를 구해서 생긴다면…
하치만 「물론이지. 여자친구의 모든 걸 좋아해줄 수 있다.」
유키노 「흐음… 그렇구나. 히키가야 군에게는 끈은 오케이구나.」
하치만 「뭐, 어차피 볼 일도 없을 테고.」
유키노 「가까운 시일 내에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하치만 「……」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무슨 의미지?
갑자기 거기서 그 얘기가 나올 여지가 있나?
마치 자기가 보여주는…
유키노 「곧 태풍철. 히키가야 군이 좋아하는 판치라를 실컷 볼수도 있겠네.」
하치만 「아니거든.」
후우… 참아라 참아…
순간 츳코미를 날릴 뻔했다.
유키노 「물론 그때쯤이면 다들 안에 속바지를 입었겠지만서도. 나도 입을 거고.」
흐음… 평소에는 팬티구나.
틈새 정보를 수집했다.
유키노 「……근데, 좀 작으려나.」
하치만 「……」
치마 위로 팬티를 대본다.
그러니까 그런 건 탈의실에서 하라고…
유키노 「뭐, 입다보면 늘어나겠지. 이걸로 사야겠다.」
하치만 「그래…」
휴, 드디어 끝나는구나.
하이삭스, 브라, 팬티… 이거 이상으로 날 당황시킬 건 없겠지…
제법 상상치도 못한 걸로 공격해오다니… 역시 무서운 여자다.
유키노 「히키가야 군.」
하치만 「응?」
유키노 「미안, 나와 계속 붙어다니느라 화장실도 못갔네. 잠시 시간 줄 테니까 다녀오렴. 난 계산하고 있을게.」
하치만 「아, 그래. 고맙다. 안그래도 사실 한번쯤 물어볼까 말까 생각 중이었는데.」
유키노 「대신 너무 늦게 오지는 마렴. 8분 휴식시간 줄게.」
하치만 「고맙다. 그럼.」
8분씩이나?
그럼 10분도 안 남게 된다고.
유키노시타도 사실상 승부를 던진 듯하다.
후후후…
빠른 걸음으로 남자 화장실에 입성.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하치만 「흐읍…. 후우우우우우……..!!!」
거울을 보며, 심호흡 한 번 발사.
살다살다 별 꼴을 다 경험해보는 구만…
여자친구도 아닌데, 속옷매장까지도 같이 오다니…
하지만… 유키노시타도 너무 패턴이 뻔했다.
니하이삭스 건 때, 이러다 속옷매장에도 가는게 아냐? 라고 상상해보았기 때문이다.
X X X
하치만 「다녀왔다.」
유키노 「정확하게 맞춰왔네. 1분이라도 늦었으면, 이 게임 1분 연장하려고 했는데.」
하치만 「꼼수를 써봤자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다고.」
유키노 「그럼, 슬슬 돌아갈까.」
하치만 「볼일은 다 끝났냐?」
유키노 「뭐, 그럭저럭. 끝까지 방심하면 안되겠지만, 제법 훌륭하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게.」
하치만 「흥. 포커페이스 쯤이야. 애초 시체 같은 얼굴 소리 듣는 나라고.」
유키노 「자랑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가자, 이쪽이야.」
하치만 「짐 들어줄까.」
유키노 「아니 괜찮아.」
하치만 「그래…」
‘저벅저벅저벅…’
……
그저 우리는 말 없이 걷기만 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아 걸었다.
그런데…
이 녀석…
가터벨트는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것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착용하고 있네?!
어느새인가, 스커트와 니하이삭스 사이의 공간에 살색만 있어야할 절대영역의 공간에,
웬 검은 끈이 니하이삭스를 붙잡고 있다.
유키노시타, 내게 나름 긴 시간을 준것도 기습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었냐…!
하치만 「응? 잠깐, 우리 아까 이쪽에서 왔었나?」
유키노 「이쪽이 지름길.」
하치만 「뭐, 그러냐…」
길치가 지름길이라고 하니 못 믿겠다만…
유키노 「이 위로 올라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야.」
하치만 「어, 응…」
의외로 길을 잘 찾아왔네…
그리고 고맙게도 계단이 아닌 에스칼레이터가 있다.
꽤 오래 걸어서 인지 에스칼레이터가 보통 반가운 게 아니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제법 사람 수가 많았다.
그것도 한 줄로 타는 에스칼레이터에…
유키노시타가 먼저 타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툭.’
유키노시타가 든 짐가방을 자신의 뒤에 내려놓는다.
이에 나는 결국 한 칸을 건너 뛰어 서서…
?!
어라? 이 눈높이.
유키노시타… 노린 건가…!!
한 줄밖에 안되는 에스칼레이터에서 한 칸을 띄고 나란히 서니,
내 눈높이가 위험하다…!
게다가 유키노시타 녀석, 손거울로 내 동태를 확인하기까지…!!
이건 정말 위험하다.
어째서 유키노시타, 너는 고작 이 승부를 위해서…!
네 속옷을 건 것이냐!!!
심지어 가터벨트 속성까지 추가되어 이 뒷태는 무진장 위험해!
아, 그래.
아까 속바지 발언을 생각해보면, 내가 자리 비운 사이에 속바지까지 사서 이 승부에 대비했을 수도 있다.
그래그래.
이 세상 어느 여고생이 자기 팬티를 걸고 승부를 하겠는가.
덕분에 침착해질 수 있었다.
피하지 않는다.
승부다! 유키노시타…!!
‘탓’
유키노 「…제법이네. 이것까지 통과할 줄이야.」
하치만 「역시였나… 정말 소름돋아서 뭐라 말이 안나오는군… 이렇게 수단방법을 다 가리지 않다니…」
유키노 「나도 놀랐어. 이렇게 당당한 변태가야 군일줄은.」
하치만 「생각해보면 이겨도 변태가야라는 칭호가 굳어져 버리는 건데, 비용이 너무 큰 승부구만.」
유키노 「앞으로 5분. 마지막 승부수도 통하지 않다니…」
하치만 「포기해라. 고작 여고생 섹시어필로 흔들리지 않는다.」
유키노 「그러네. 밖에 나가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어봐야겠어.」
짐 가방을 든 채로 밖으로 나가는 문을 몸으로 밀려는 유키노시타.
하치만 「야야, 내가 밀…」
순간,
‘휘이이이잉~!!!’
유키노 「꺄악.」
갑자기 불어 닥치는 강풍.
바깥은 어느덧 어두움과 함께 비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 날씨가 아슬아슬하긴 했는…?!
아앗?!
유키노 「아, 안돼…!!」
갑작스러운 폭풍세례로 소부고교의 명물인 짧은 스커트가 자기 구실을 못하고 격렬하게 휘날린다.
그러다보니…
가터벨트와 함께…
유키노시타의… 속옷… 그것도 아까 산 끈달린 팬티와 엉덩이가 적나라게 내 앞에 공개된다.
아무리 그녀가 치마를 정리하려고 해도 쉽게 정리는 되지 않고…
그녀의 정말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결국 승부고뭐고 등을 돌려 시선을 피해주었다.
……
그렇게 몇 초…
바람이 잠잠해지자, 나 역시 몸을 돌려 유키노시타가 있는 쪽을 슬쩍 본다.
그녀는 헉헉 거리며 치맛자락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내 내 쪽을 발견한다.
유키노 「히키가야 군…!」
하치만 「윽…」
쳇… 결국 내가 졌구만…
유키노 「정말이지... 대단했네…」
하치만 「아니 뭐…」
유키노 「어서 이리 가까이 오렴.」
하치만 「응?」
유키노 「또 강한 바람이 불지도 모르니… 가까이 붙어서 가자는 거야.」
하치만 「아, 그, 그래…」
유키노시타가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고 해서 간 다음,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바로 뒤에 밀착.
아까처럼 치마 들썩이는 걸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날 방패로 삼는 것이다.
유키노 「우산있지?」
하치만 「응.」
유키노 「네걸로 피렴. 네게 클 테니까.」
하치만 「그, 그래…」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어, 함께 쓴다.
마치 방금 야한 장면으로 인한 어색함도 없이.
그나저나,
가까워…. 그리고 야릇한 향도 나고…
뭐이렇게 가까이 밀착하는 거냐.
크윽.
그때,
유키노 「응? 내 승리네.」
하치만 「응?? 아, 그렇지…」
유키노 「뭔가 허무한데, 고작 이런 걸로 무너지다니.」
하치만 「고작이라니… 그 어느 것보다 임팩트가 컸구만…」
유키노 「응? 임팩트??」
하치만 「응? 왜?」
유키노 「…나는 지금, 네가 고개를 돌려서 승부가 결정난 걸 얘기하는 건데.」
하치만 「응?! 어라?」
유키노 「넌 지금 무슨 얘기를… 아.」
아, 그렇구만…
지금 이렇게 가깝게 붙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구나.
눈치,
채지 못했다.
유키노 「아… 아까 태풍… 치마가 뒤집어 졌을 때… 뒤돌았나 보구나…」
하치만 「어… 그랬다… 내 패배는 그때 얘기인줄 알았다만…」
유키노 「몰랐어. 내 상황 수습에 급급하다보니… 네 상태는 전혀 확인하지 못했거든. 확인했을 때는 내쪽을 보고 있었고…」
하치만 「…잠깐. 그렇다는 건, 내가 쭈욱 네 엉덩이를 보고 있었다는 걸로 알고 있었다는 게 아니냐?」
유키노 「응. 그런 줄 알았어.」
하치만 「이거 원, 얼마나 변태로 찍힌 거냐…, ……풉.」
유키노 「후훗.」
우리 둘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하치만 「물론 순간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빠르게 등 돌렸다고.」
유키노 「아직 신사력이 남아있었네. 후훗.」
하치만 「하지만 너야말로 너무 야한 거 아니냐, 그렇게까지 승부에 집착한 이유가 뭐야?」
유키노 「…글쎄? 왜 였을까?」
하치만 「…그래서? 벌칙은 뭘로 할거냐?」
유키노 「으음…」
유키노 「오늘 산 속옷을 시착해볼 테니 보고 감상문 쓰기는 어떠니?」
하치만 「제발 봐주라… 오늘도 죽는 줄 알았다고…」
유키노 「후훗. 원한다면 한 번 더 같이…」
하치만 「됐거든!」
<끝>
다음편은 고수위 팬픽을 쓸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못 올라오는...
내일 월요일이라니...
-에필로그-
유키노 일기장
XX월 XX일
‘내가 왜 그랬을까… 죽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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