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컴본갤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번장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3060을 하나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카드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미개봉 상품입니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번장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려본다. 번개톡을 보낸 사람은 실물 사진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사겠소."
하고 주소를 내어 준다. 그는 '사겠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매물을 도로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당근마켓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3060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작업 면에서는 2080급인 그래픽카드가 맞소?" 하고 묻는다.
동네 사람들도 관심등록하여 바라보더니,
"이 카드를 되팔이하려고 구했어?" 하니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채굴하려고 사왔다는 말이냐?"
"누가 3060을 채굴하는데 씁니까? 이더리움 값이 떨어졌다는 소식 못 들었소?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당근마켓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3060을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RTX ON 스티커가 떨어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상자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자취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책상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3060을 12년된 삼보컴퓨터 케이스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디서 얼마에 3060을 구했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3060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되팔이하려 구한게 아닙니다. 게임하려고 산 것도 아닙니다. 3060을 이제와서 게임하려고 삽니까? 750ti로 오늘까지 존버했습니다. 1660이 출시되어도 참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80만원을 8nm 공정의 RTX 3천번대 그래픽카드와 바꾸었습니다. 특가가 올라와도 황회장님을 믿고 이 카드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존버해서 겨우 3060을 샀단 말이오? 그 카드로 무얼 하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저.. 3천번대 그래픽카드 오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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