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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3편 - 아라시야마 호즈강 뱃놀이
[시리즈] 간사이 여행기 · 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1편 - 출국, 히메지성 · 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2편 - 아리마 온천 여행기 쓰기 전에 한번 소개했던 컨텐츠지만, 아무래도 여행기는 시간 순으로 쓰는 게 좋다는 많은 갤럼들 의견이 타당하다 생각해서 지우고 다시 쓰는 글. 여담이지만 썼던 글 또 쓰려니까 기시감 엄청 든다....이번 교토 여행에서 제일 재밌었던 컨텐츠를 꼽으라면 이 호즈강 뱃놀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절과 신사가 가득한 교토에서 아라시야마의 존재의의를 꼽으라면, 아무랴도 자연 풍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딱 그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액티비티라고 생각해. (사실 엄밀히는 액티비티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배에 가만히 앉아있는거라....) 그래서 호즈강 뱃놀이가 뭐냐? 교토 가메오카에서 출발해 아라시야마까지 약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의 코스를 배타고 내려오는 체험임. 아라시야마 가면 도게츠교 있는 카츠라 강 있지? 거기까지 내려와서 하차하게 됨. 배 내려서 걸으면 바로 앞에 유명한 응커피가 있음. 코스 시간이 1시간 반에서 2시간인 이유는 물 상태에 따라 물이 적고 급류구간 유속이 느려지면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하고, 비 한창 퍼부은 뒤에 수위도 올라가고 급류도 빨라지면 1시간 30분만에 끝나기도 하기 때문임. 대략적인 코스 길이는 매표소에서 모니터로 그날그날 띄워줌. 나는 가을이라 그런지 물이 많은 시즌은 아니어서 1시간 50분 뜨더라. 코스는 대략 이러하고, 사진으로 봐도 잘 안 와닿는다면 구글에서 가메오카역에서 아라시야마까지 이어지는 강줄기를 보면 됨. 엄청 구불구불해서 재밌음. 비용은 인당 4,100엔 정도. 예약해서 가면 더 싸다고 해서 클룩에서 예매했는데 2인으로 12만원 결제됐어... 노쇼, 지각시 환불해주는 옵션 추가하면서 8,000원 정도 추가된 거 빼면 인당 55,000원 정도인 셈인데 니게 어떨게 4,100엔보다 저렴한건지 덤탱이 처맞은 것 같다. 다들 가격 잘 알아보고 예매하자. 여하튼 인당 4천엔 정도 가격대라고 보면 된다. 싼 편은 아니긴 한데, 코스가 뭐 15분 30분 배타고 찍 싸는 것도 아니고 2시간 정도 타는 데에 4만원이면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보는 편임. 흔한 컨텐츠도 아니고 이색적인 체험비용으로서 정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클룩 기준으로는 첫 타임이 10시쯤이고 마지막 배는 오후 2시 30분 쯤이 끝임.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가 한정적인 점이 다소 아쉬움. 하지만 2시 30분 거 타면 4시 30분 하차니까, 딱 어두워지기 직전에 마지막 코스가 끝난다는 느낌이어서 납득은 간다. 아이를 데려간다면 80cm 이상 아동부터 탑승 가능한 점을 주의해야 함. 그리고 뱃놀이 사공 분들이 일본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어서 토크를 해주시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어나 한국어로는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 또는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탑재해야 입담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음. 아무리 재밌대도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나 되는 코스를 계속 흘러가는거라 급류구간에선 제법 스릴있다 해도 잔잔해서 지루해지는 시간마다 사공분들 개드립 듣는 재미로 타는 거거든. 서양 사람이 맘ㅎ아서 그런지 드립 5개 치면 2~3개는 짧달막한 영어로 번역해서 쳐주고 하긴 하는데 일본어를 못한다면 영어라도 해야지 안그러면 사실상 토크 재미는 못 건져서 돈값 못할거라 생각되네. 호즈강 유람선 탑승장은 JR 산인 본선으로 교토역에서 28분 걸리는 가메오카역에 위치해 있음. 도롯코 타는 사람들은 도롯코 타고 넘어와서 뱃놀이로 아라시야마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도롯코 탑승 시에는 하차역에서 탑승장까지 거리가 꽤 있는 것 같아. 아무튼 JR 산인 본선 가메오카 역에서 뱃놀이 탑승장은 도보 7분 정도 거리에 있고, 가는 길에 교토 상가 FC 구장인 상가 스타디움과 스타벅스를 만날 수 있다. 축구 좋아하면 한번씩 들러볼만 할 듯. 나는 EPL팀인 맨시티랑 국뽕픽 토트넘을 좋아해서 J리그 팀은 잘 모르지만 직장 동료 중에 J리그 좋아하는 분이 사진을 보고 자기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며 신기해하더라. 박지성 선수 뛰던 구단이기도 해서 (당시 있던 구장이랑은 다른 신 구장이긴 하지만) 국내 축구팬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겠다. 매표소에서 예약내역을 보여주면 간단한 확인절차 후 승선신고서 작성 후 시간을 안내받을 수 있다. 승선 신고서에는 주소랑 이름 적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한글로 적어도 된다고 하네? 그래서 서울시 OO구 OO동 하고 한글로 적었어. 나는 아침 10시 첫타임을 예약했는데 교토역에서 가메오카 가는 산인 본선 배차가 생각보다 텀이 길더라. 결국 앞차 놓치고 다음거 타고 지각해서 10시 반쯤 도착했다. 원래 규정상은 지각 또는 노쇼 시엔 얄짤없다고 써 있어서 지각으로 탑승 못할경우 환불해주는 옵션까지 추가를 했는데, 다행히 바로 다음 타임인 11시 반으로 탑승 안내를 도와주셨어. 보통 지각해도 다른 시간에 탑승 가능하게 해 주는 분위기인 것 같아. 클룩 리뷰 보니까 아예 일찍왔더니 앞 시간대거 안내받고 탔다는 사람도 있었고, 서양인들 리뷰에는 아예 당일 일정 밀려서 노쇼하고 다음날 뒤늦게 찾아갔는데도 태워줬다는 사람 등 지각했는데도 잘 태워주더라 하는 리뷰가 꽤 있음. 시간대마다 배 인원수는 한정되어 있긴 해도 각 시간대에 한 척만 달랑 출발시키는 게 아니라 4~5척 정도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시키기에 사람이 많아도 계속 태워서 가긴 하더라. 물론 그래도 예약했다면 예약한 시간에 제때 찾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규정상은 일단 지각 및 노쇼 시 환불 불가이니까, 지각해도 태워주는 기조가 있다 해도 규정 외이고 만약 안태워주면 따질 수도 없잖아? 규정은 그게 맞는거니까. 난 정말 천만다행이었던 것 같음. 아무튼 티켓을 받고 대기하다 보면 안내방송으로 몇번 몇번 탑승자들 나오라고 하는데, 가서 배정받은 줄에 가서 기다리면 조끼를 매고 탑승한다. 액티비티(?)라서 비오면 어쩌나 했는데 비가 와도 막 폭우 이런거만 아니면 캐노피 달고 정상출발 한다고 함. 어지간한 악천후 아니면 괜찮은 모양이야. 여담이지만 유튜브에서 보니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에 보트 뒤집히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승객 28명 전원 무사, 아이 구하려던 직원 포함 2분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한동안 영업 안하다가 영업 재개한지는 얼마 안 된 모양이더라. 아 그리고 배에는 먹거리, 마실거 (술 포함) 지참해서 타도 된다고 해. 오히려 사공 분들이 계속 술 같은거 가져와서 마셔도 되는데 다들 가져오셨냐고 음주가무를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에 가깝더라. 도착하기 10분 전쯤에 먹거리를 파는 수상 매점이 나오긴 하는데, 그때 쯤이면 이미 코스 대부분 지난 후이기도 하고, 그런 데는 일단 가격도 비쌀테니까. 그리고 매점도 무조건 들렀다 가는 게 아니고 매점 배가 출근했는지 아닌지 랜덤박스더라고. 뱃놀이 직원 분들이 하는 게 아니라 별도로 배 끌고 나와서 파는 노점상 같음. 그러므로 술 같은 거 미리 사서 마시며 운치를 즐기는 걸 추천함. 일단 난 매점 못만났음. 잔뜩 기대하고 100엔 동전 야무지게 챙겨갔는데 아쉽다. 물이 엄청 많이 튀진 않는데, 급류구간에 물이 어떻게 튈 지는 모르는거니까 그런 경우를 대비해 방수 천막이 깔려있어 급류구간에 물 튈거같다 싶으면 철권에서 가드 올리듯 천막 잡아올려서 방어하면 된다. 난 영상이랑 사진 찍기 바빠서 천막 집을 손이 없다보니 아예 안올렸는데도 소매 몇방울 물 튄거 말곤 생각보다 젖을 일 없었음. 선착장에서 출발해 급류구간이 나오기 전까지 15분 정도는 매우 잔잔한 구간이어서 사공 분들이 열심히 노 저으면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심. 그리고 이 구간에 오리나 거북이를 엄청 많이 볼 수 있어. 굽이진 계곡 구간에 들어서면 그 때부터가 진짜 본격적인 뱃놀이인데, 생각보다 속도감 있고 재밌어. 솔직히 도톤보리에서 타는 정도의 뱃놀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는데 급류구간에선 진짜 익사이팅한 느낌도 제법 나고 괜찮더라. 게다가, 스릴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배를 타고 흘러가며 마주치는 풍경 자체가 참 좋았음. 산과 하늘로 둘러싸여 강물을 흘러가는 체험이라니 낭만 미쳤음. 역시 관광객 상대하는 프로들이라 그런지 국적불문하고 통할만한 개드립을 정말 자주 치신다. 저렇게 치켜들면서 엑스칼리바~ 이러기도 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아주 진심이셨음.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음. 오리나 기러기, 거북이는 진짜 수두룩빽빽하고, 운이 좋으면 원숭이나 멧돼지, 사슴이 물 마시러 내려오는 거도 볼 수 있다고 하네. 그리고 사공분 피셜로는 2주 전이 단풍 절정으로 아주아주 이뻤다고 한다. 지금도 충분히 눈에 차도록 이쁜데 단풍 절정때는 얼마나 이뻤을까. 배를 타고 가다보면 이렇게 강가를 지나는 토롯코 관광열차를 마주치는데, 그러면 사공 분들이 손을 열심히 흔들어달라고 함. 진짜 너무 신나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흔들어 달라더라. 그래야 저 분들도 보고 타러 온다고 ㅋㅋㅋㅋㅋㅋ 손 흔들어주면 도롯코 열차에서도 사람들이 손을 막 흔들어줌. 아래는 배에서 찍은 영상들. 용량 문제로 카카오톡에서 한번 데쳐서 온거라 화질 좀 떨어지는 건 양해 부탁. 사공 분들이 총 3분 타시는데 아무래도 2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노 젓고 방향 조절하고 이러면 힘들다 보니까 3분의 1지점마다 로테이션하면서 앞뒤로 자리 바꾸시더라. 자리 바꿀때도 지금 어느정도 왔다고 한번씩 알려주시기도 함. 지루해질 거 같은 타이밍마다 열심히 토크를 해주시는데 이게 또 만담 느낌 나고 재밌음. 한분한분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보는데 삿포로 사람, 후쿠오카 사람도 있고 폴란드, 프랑스, 싱가폴 등 국적도 참 다양했음. 한국인은 우리 둘밖에 없었고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두세명이 다고 생각보다 국적은 황밸이었던 듯. 아라시야마 거의 다다른 구간에서는 이렇게 아라시야마쪽에서 타는 베들도 마주치게 됨. 얘넨 멀리 안나가고 아라시야마 근처에서만 빙빙 도는 거 같은데 외국인들이라 그런지 흥이 넘쳐서 리액션이 초특급 혜자더라. 절이나 신사 보는 교토여행에 질린 사람들이 자연풍광 보러 비와코나 아라시야마로 많이들 몰리는데, 아라시야마 사람 많고 대나무숲 기대보다 별로라며 만족스럽지 못한 평을 받을 때도 많은데, 이런 액티비티로 아라시야마를 방문해보니 사람에 치일 일 없고 정말 괜찮은 것 같다. 단점도 굳이 꼽자면 꽤 있긴 함. 배타는 시간이 꽤 긴 만큼 사람따라 쉽게 질릴 수도 있고, 가격대도 나름 센 편이고, 일본어 못하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고, 개인적으론 일찍 닫는 관광지가 많은 교토에서 10시~2시 반이라는 시간 선택 폭은 어지간히 볼거 다 본 사람들 아닌 이상 매력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2회차 이상이라면 진짜 해볼만한 컨텐츠라고 생각해서 적극 추천해본다. 아라시야마에서 몽키파크도 가긴 했는데 사진이랑 동영상 제한 때문에 4편에서 우지랑 같이 올려보도록 할게.
작성자 : 호랑신고정닉
교토가 메인디쉬인 간사이 여행기 1편 - 출국, 히메지성
저번주 4박 5일로 간사이에 다녀왔어. 사실상 12월 하순이지만 늦은 단풍 덕에 단풍명소에서도 좋은 사진 많이 건졌고 날은 추웠지만 좋은 리프레시가 된 여행이었어. 고베에서 1박 하며 히메지성과 아리마온천을 돌고, 교토에 3박을 주고 그동안 교토 다녀오면서 못본 곳, 안 해본 거 그리고 두번 세번 가도 좋았던 곳들 위주로 여유있게 둘러 봤음. 사실 출국 다음날이 히메지성이었지만 저녁 비행기로 넘어갔기에 실질적인 첫날일정이 히메지성이었음. 대한항공 일반석으로 갔는데, 첫날 오후 2시 쯤 공항 2터미널 도착하니 마티나 일반 라운지는 줄이 너무 길어서 갈 수가 없더라. 댄공이라 일단 기내식이 나온다지만, 일본노선 기내식은 맛있게 먹은 적이 손에 꼽는지라 별로 기대도 안 되고 해서 아끼고 아끼던 마티나 골드 라운지 이용권 두장을 썼음. 일단 골드는 일반라운지처럼 줄서서 안 기다려서 쾌적하고, 라운지 내부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음. 볶음밥도 폭립도 맛있고 와인이나 맥주도 계속 마실 수 있었는데... 와인은 저가형 와인들이라 그런지 딱히 맛있진 않아서 생맥주로 계속 마셨어. 입맛이 저렴한 편이라 그냥 캔맥주나 생맥주만 마셔도 맛있어서 이게 나은 것 같다. 그리고 기대 안 했던 그대로의 기내식 ㅋㅋㅋㅋ 해산물이라는데 진짜 드릅게 맛없더라... 먹다 남기고 그냥 맥주 달라고 해서 계속 마셨음. 저녁비행기라 도착하고 일정도 없어서 술 진탕 마셔도 좋아쓰! 파스텔톤의 하늘을 감상하며 무사 도착. ... 했으나 무수한 서양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입국심사대를 점령하고 뭔가 안됐는지 심사대 직원들 붙잡고 5분 10분씩 실랑이 벌이느라 입국심사 딜레이가 무지막지하게 길어져서, 진짜 입국심사 통과하는데만 1시간 20분정도 걸린 것 같다. 새치기도 당했음 서양인들한테. 가만 보니까 비짓재팬웹을 안했거나, 잘못 기재했거나, 가족 단위가 한번에 해야 할 것을 따로 하거나 반대로 개개인이 해야 할 것을 한번에 뭉뚱그렸거나 해서 막힌 것 같더라. 즉석에서 옹기종기 쭈그려앉아 와이파이 잡고 VJW 하고있더라고. 간사이공항 1터미널에 도착해서, 항상 하루카 특급 타고 교토로 가던 여느 여행들과는 다른 동선을 채택함. 간사이공항에서 고속페리로 고베공항으로 이동하는건데, 도착해서 입국장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고속페리 매표소가 있음. 여권을 제시하면 외국인 한정으로 페리 가격이 500엔 밖에 안해서 매우 저렴하게 고베까지 이동할 수가 있다. 게다가 카드결제도 가능.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면 페리 탑승장까지 운행되는 무료 셔틀을 이용할 수 있음. 무료 셔틀로 10분 정도 가면 선착장인데 셔틀시간이 배 출발시간이랑 맞춰서 배차되어 있어 오래 기다리거나 하는 일은 없음. 고베공항 도착해서도 선착장에서 포트라이너 타는 고베공항역까지 또 무료셔틀로 5~10분 정도 이동해야 함. 간사이공항 도착층 -> 페리선착장 (10분, 무료 셔틀) 간사이공항 -> 고베공항 (30분, 고속페리 500엔) 고베공항 선착장 -> 고베공항역 (5~10분, 무료 셔틀) 고베공항역 -> 산노미야역 (18분, 포트라이너 280엔) 이 순서로 좀 번거롭긴 하지만 간사이공항에서 산노미야역까지 딸깍딸깍의 연속으로 780엔에 이동할 수 있어. 총 시간도 1시간여 정도로 길지 않은 편. 페리 타는건 홍콩 이후 처음인데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속도도 빨랐음. 타는 분들 대다수가 한국인이었는데 옆자리 한국인은 와이파이 연결 안되니까 갤럭시 100배 줌 땡겨서 저 티비 옆에 와이파이 표시 붙어있는거 뒤적거리면서 비밀번호 찾으시더라. 그리고 우리나라 뉴스가 왕창 보도되었음... 이게 외국에서 접하니까 뭔가 자극적으로 다가오고 새롭더라. 우리나라 사정 다 알고 있는데도 타지에서 이렇게 보도되는 자료 보고있자니 진짜 전쟁나기 3초전인 나라처럼 느껴지는 게 좀 있긴 했어. 일부러 편파나 자극 보도 하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 우리 나라 일이라고 좀 무감각해진 거였을까? 고베공항역에서 포트라이너로 산노미야로 이동함. 여긴 포트라이너 단일노선만 쓰는 플랫폼이라 그런지 스크린도어 잘 깔려있음. 도착해서 숙소는 이쿠타신사 바로 앞, 산노미야 역에서는 도보 5~7분 정도 거리였는데 호텔 옆에 한식 식당이 있더라. 신기해서 찍어봄. 산노미야의 어딘가 수상한 마네키 알바 (친절해요) 산노미야의 솔직한 첫인상으로는 신주쿠나 나고야 사카에 이상으로 질서없는 거리라는 느낌이었어. 사카에는 질서없진 않고 정신없다 정도 느낌인데 여기는 ㄹㅇ 정신도 없고 질서도 없는 마굴같은 느낌. 길거리 쓰레기도 많고 게다가 일본, 중국 사람들인데도 투블럭이나 한국식 화장이 엄청 많아서 빼박 한국사람같다 싶은 애들이 다 중국인 일본인이네? 하고 놀랐던 기억이. 중국사람은 다 옆머리 뒷머리 바짝 밀고 앞머리 삐죽한 가리봉동 컷 한것만 봤지, 한국 아이돌식 투블럭 가르마펌 한 애들은 ㄹㅇ 처음 봤다. 게다가 고베규 레스토랑이 즐비해있어서 거리 어디에서나 위장을 자극하는 기름진 소고기 냄새가 엄청 올라와서 참기 힘들었다. 근데 신기한건 아침 되니까 길거리 쓰레기나 양아치들 싹 사라지고 질서정연한 사람들, 맛있는 빵집들이 늘어선 깔끔한 거리로 바뀌더라. 정말 야누스적인 거리였다고나 할까. 그냥 입국과정도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이 거리에서도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까 아는 맛으로 내 정신을 조율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을 느껴서 비프카츠니 뭐니 알아봤던 곳들 다 제쳐두고 마츠야, KFC, 이치란을 순서대로 방문함. (사실 그냥 졸라 늦어서 비프카츠집이 닫아버렸음) KFC는 진짜 좆 같았고 이치란이랑 마츠야는 아, 딱 아는 그맛. 근데 사실 KFC를 제일 기대했었거든. 똥 밟아서 마상 줫나 입음 ㅅㅂ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 + 자기 전 마지막 한 캔으로 다사다난했던 입국날을 뒤로 한 채 침대에 누웠음. 다음날 호텔을 나가자마자 이쿠타신사에 들렀음. 진짜 호텔 나와서 도보 3초 거리에 있었기에 들렀다 간다는 말이 딱 제격인 수준의 동선이었다. 아침으로는 이스즈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 먹었음. 빵 뭐 먹을지 하나씩 골라 담고 있는데 현지 아주머님들이 뒤늦게 들어와서 아무 망설임 없는 절제된 동작으로 초코 쏙쏙 박힌 베이글을 열댓개 담아서 포장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와 저게 진짜인가보다 하고 따라서 샀는데 그냥 초코칩 박힌 살짝 딱딱해진 베이글맛이었음 이상하다 보통 이러면 정답이었는데.... 아무튼 빵 집어먹고 산노미야 역에서 신쾌속으로 히메지역에 하차. 역에서부터 보이는 웅장한 히메지성이 압권. 날씨가 다소 아쉬웠지만, 구리구리한 수준은 아니었고 뜸뜸히 푸른 하늘이 드러나기도 해서 이정도면 감지덕지라는 마음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 상황 때문에 찍을 때마다 날씨가 GOAT와 semi JOAT를 오가는 느낌....? 히메지성은 규모가 정말 크다. 코코엔을 차치하더라도 성 전체가 정말 요새 그 자체라는 느낌. 1600년대 성 건축기술이 가장 절정이던 시기에 지어졌다니까 그럴만도 한 것 같다. 국보 5성 중에 이누야마성을 제일 인상깊게 봤는데 히메지성도 진짜 만만치 않게 좋았음. 흰색의 외관이 아름다워서 백로성으로도 불린다는데 정말 그 이름값만큼 아름다운 성이었음.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제일 처음으로 등재된 문화재인데, 지금의 일본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아주 많아서 별 감흥 없을테지만 그 처음이 되었다는 건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뛰어나다는 거겠지? 역사적 가치나 규모 등을 생각했을 때 왜 히메지성이 성 중에 최고로 꼽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히메지성은 또 현대적인 복원 없이 원형을 잘 유지한 성으로도 꼽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세계대전 때 히메지시에 폭탄 뒤지게 쳐맞는 와중에도 이 성에 떨어진 폭탄만큼은 불발탄이어서 소실되지 않고 남았다나. 이 정도면 신이 한번 생존하라고 1코인 넣어준 거 아닐까? 히메지성은 천수각까지가 6층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누야마성과는 다르게 천수각이 막 발코니처럼 되어있는 게 아니라 창 밖으로 내다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음. 이게 보통인가? 성이라곤 이누야마랑 여기밖에 안 와봐서 데이터가 부족하다. 나가는 길에 유자나무도 있더라. 유명한 우물 히메지성 입구에서 무수한 사진 요청을 받던 사무라이 아재. 이거 찍고 뒤돌아서 횡단보도 건너려는데 초록불 켜지니까 저 아저씨 갑자기 칼 치켜들고 전진하라!!!! 하면서 횡단보도 성큼성큼 건너가시더라. 주변 사람들 다 현웃 터짐 ㅋㅋㅋㅋㅋ 곳곳에 닌자들도 있긴 했는데 저 사무라이 아재 횡단보도 퍼포먼스때문에 싹 잊혀짐 ㄹㅇ.... 코코엔도 티켓 끊었는데 아리마온천 일정이 남아서 둘러보기엔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패스하고 나왔음. 티켓은 귀국해서 다른 친구한테 고이 넘겨줬다. 어차피 못 쓸 테지만.... 물론 방문한 김에 코코엔도 보고 안도타다오가 지은 히메지 문학관도 보고 오토코야마 배수지 공원도 보고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셋 다 못본 김에 다음을 기약하는 게 맞지 싶음. 다시 올 이유라는 건 남겨둘수록 좋은 거니까. 다음은 1일차의 두번째 일정인 아리마온천인데 사진 정리 서둘러서 후딱후딱 여행기 마저 올려보겠음!
작성자 : 호랑신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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