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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갤문학) 콩나물 블루스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1.02.24 02:39:39
조회 120 추천 0 댓글 0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마도 직장인들은 아직은 자고 있을 시간일거다.
아마도 어떤 사람은 오래 전 이별한 연인의 흐릿한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겠고 어떤 사람은 대통령에게 번호를 받고 있을게지.
저마다 꿈의 가장자리 쯤에서 마지막 감미로움을 즐기고 있겠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분주하다.
정돈되지 않고 여기저기 매달린 백열전구 불빛은 상인들의 입김을 유난스럽게도 비춘다. 겨울이다.
그곳의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자리이 중년의 여인이 투박스럽게 앉아 있다.
나물을 다듬는다. 나물을 보지 않는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이따금 흐트러진 가판대를 정리한다.
그 앞으로 또 다른 중년의 여인이 다가간다.

그느어매: 선족엄마 여기 콩나물 2천원어치랑 북어 한마리만 담아줘


선족엄마: 이른 아침부터 술국 끓이는 거야? 무슨 일 있어? 남편이 요즘 술을 자주 마시네~

그느어매:  아들이 요즘에 비투코인인가 뭔가를 하는데 허구한 날 떡상이라면서 용돈 타령을 하지 뭐야? 그런데 선족엄마 떡상이 뭔줄 알아?

선족엄마: 저 옆집 돼지엄마한테 물어봐 떡집하니까 잘알거야

그느어매: 아이고 그래 가는 길에 꿀떡도 좀 사가야겠네 고마워 선족엄마

선족엄마: 여기 두부 하나 가져가

그느어매: 아이고 됐어

선족엄마: 괜찮아 하나 가져가서 남편 맥여

그느어매: 고마워 또 올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돈을 받아 돈을 펴고 복대에 집어 넣는다. 꽤 두둑하다. 천원짜리 지폐들 끄트머리에 만원짜리도 제법 들어있다.

선족엄마: 이거면 우리 아들 콤퓨터도 사줄 수 있겠네. 작년부터 그렇게 콤퓨터 노래를 불렀는데.. 그러고 보면 변변히 가르친 것도 없고 해준 것도 없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갔네 그래. 그런데 상면대학교라고 했었나? 제대로만 가르쳤어도 서울대 수석으로 갈 놈인데 엄마가 해준게 없어 미안해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는 모른다.
바쁜 아침이 지나간다. 조금 느긋하고 따듯한 점심이 지나가고 선족이 엄마는 다시 분주해진다.

선족엄마 : 용산이라고 했었나 어디보자 용산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서 1호선역에서 바로 가면 되겠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역시 모른다.
돈바구니에 담긴 지폐들을 모두 쓸어담는다. 복대가 아침보다 더 두둑하다. 최신형 컴퓨터를 살기에 부족함은 없어보인다.

장소는 용산. 아주 옛날 남편과 용산에서 데이트를 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른다. 미친듯이 붐비던 인파와 길거리를 누비던 호객꾼들이 가득했던 그 장소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죽어버린 듯도 하다. 매장 대부분은 폐업을 했는 모양이다.

시장에서 20년을 구르며 이미 장사에는 이골이 난 선족엄마는 매장을 둘러보았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를 사는 일은 선족 엄마에게는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용팔이: 어서오세요
선족엄마: 최신형 컴퓨터를 살려고 하는데요
용팔이: 손님 맞을래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선족엄마는 다음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곳 직원은 드라이기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드리운다.

선족엄마는 본능적으로 가선 안된다는 걸 직감했다.


그 다음 매장으로 향했다.
선족엄마: 최신형 컴퓨터 사러 왔는데요
용팔이: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오자마자 얼마냐니 시장 상인 20년의 눈썰미로 상도덕이 없는 직원인걸 눈치챈다.
다음 매장으로 발길을 향한다.


웬 여자아이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그림을 걸고 있다.
올때부터 길거리가 너무도 죽은 듯 했고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아서 여고생까지 나와서 장사를 하는구나. 너무나도 안쓰러운 마음에 이 가게에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족엄마: 여기요

이상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선족 엄마는 다음 매장으로 향한다.

선족엄마: 저기요
용팔이: 어서오세요

여태까지 다른 매장과는 다르게 너무 친절하다. 얼굴은 마치 소고기만 먹고 산 사람처럼 얼굴에 화색이 돈다. 왠지 말쑥한 외모가 마음에 든다.

선족엄마: 최신형 컴퓨터 사러 왔어요 i7이요

다른 엄마들 답지 않게 컴퓨터 지식이 꽤 풍부한 선족엄마는 힘을 주어 i7을 강조했다.
매장 직원은 아주 잠세 생각하다 이내 대답한다.

용팔이: 아 샌디브릿지 i7 찾으시는구나
선족엄마: 네 i7이요

용팔이는 작은 박스에서 샌디브릿지를 꺼내 i7 글자를 확인시켜준다.
뭔가 모르게 신뢰가 간다. 그런데 컴퓨터가 너무 작다. 손바닥보다도 작다. 선족엄마는 꽤 똑똑한 편이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다른 부품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선족엄마: 그리고 다른 부품도 주세요
뭐를 사야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모르는 척은 하면 안된다.
놀럽개도 용팔이는 너무나 능숙하게 나머지 부품을 설명해준다.
눈치가 좋다.

용팔이 :메인보드는 이게 좋을거에요 asrock인데 돌보다 튼튼해서 지은 이름이구요 램은 삼성꺼 아시죠? 우리나라 최고 기업 삼성이에요

정말이다. 삼성이다.

용팔이: 그리고 혹시 어느 분이 사용하세요?
선족엄마: 아들이요
용팔이: 그럼 게임 많이 하시겠구나
선족엄마: 네 이놈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에요 그래도 대학교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갔지 뭐야 오호호홍
용팔이:아드님이 어디 대학교에 다니세요?
선족엄마: 상면대학교에요

용팔이는 가슴속 깊은 곳부터 끓어오르는 웃음을 최대한 억누른다. 그는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이런 개인적인 감정 따위로 장사를 망치지 않는다. 그러나 상면대학교는 정말 웃겨서 죽을 것 같다.

선족엄마: 이거면 되나요?
용팔이(34세, 고졸): 그리고 가장 중요한게 그래픽카드인데...
선족엄마: 뭐뭐 있나요?
용팔이(34세, 고졸): 아드님이 게임 좋아하시면 요즘에 게이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3080시리즈에요
선족엄마: 얼마에요?
용팔이(34세, 고졸):195만원 입니다

선족엄마는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졌다.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선족엄마: 다해서요?
용팔이(34세,고졸): 그래픽 카드만요
선족엄마: 다하면..얼마..에요?
용팔이(34세,고졸):최신형 i7에 삼성램에 asrock 그리고 파워는 마이크로닉스라 300만원 나오네요


계산기를 탁탁 두들기더니 숫자를 보여준다.
큰일이다. 복대에 가득찬 돈으로도 절대 사지 못할 가격이다. 아니.그래픽 카드 하나만 사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다.

선족엄마: 조금 더 저렴한건 없나요?
용팔이(34세,고졸): 어느 정도 가격대로 보실까요?

선족엄마: 70만원...

의외로 직원은 아무런 기색 없이 흔쾌하게 이 가격대에서 살 수 있는 컴퓨터를 골라준다

용팔이(34세,고졸):견적 내봤는데요 아무래도 i7은 조감 부담스러우시니까 조금 저렴한 i5그래도 샌디브릿지 자체가 워낙 좋아서 다른 i7보다 더 좋아요 램은 특별히 삼성램 드릴게요
메인보드는 바이오스타라고 이것도 엄청 좋구요
마지막으로 그래픽카드 이게 정말 좋은 gtx 1030이란 모델이에요 그리고 파워는 천궁이라고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선족엄마: 그럼 그걸로 주세요

컴퓨터가 꽤 크다. 왠지 보자기를 가져와야 될 것 같아서 챙겨온 보자기가 너무 유용하다.
컴퓨터가 꽤 무겁지만 아들이 싱글벙글 할 생각에 콩나물 한바구니 무게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발걸음이 가볍다. 아들의 웃는 얼굴이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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