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님들은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러시아 함대를 격파했다.그 닝겐은 이순신을 연구했다.뭐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순신에게서 뭘 배운 거지?

실제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까 배운 것도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그 나름의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우리는 이순신의 작전을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현대전에서 전함끼리 교전을 한다고 할 때 적의 배가 진행하는 방향에 90도로 배를 놓는다고 하죠.전함은 배 길이를 따라서 포를 늘어놓기 때문에 포를 측면으로 발사할 때 가장 많은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요.배의 전면으로 발사하면 발사할 수 있는 포의 수는 최소한이 돼요.

그러니까 적의 배가 우리 배에 전면을 향하게 하고 우리 배는 적의 배를 옆구리에 놓게 하면 우리는 최대한의 화력으로 적을 공격하고 적은 최소의 포로 공격을 해야 하는 거예요.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거죠.

이를 알파벳으로 표현해서 T자 대형이라고 해요.우리 배와 적의 배가 90도 각도로 만나는 것.일본에서는 한자로 정(J)자 전법이라고 하는 거고,도고 제독은 북향하는 러시아 함대를 정자 대형으로 맞서서 두들겨 패주게 되는 거죠.이 기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요.

이순신의 트레이드마크는 학익진인데 학익진은 학의 날개 모양 진법이라는 뜻이예요.육상에서 포위진으로 쓰는 진법을 해상전에 도입한 거라고 해요.실제로는 V자 대형이예요.

만일 우리의 판옥선이 V자 대형을 하고 있는데 적들이 그 V자 한가운데 들어오면 우리의 판옥선은 최대의 화력을 적들에게 십자포화로 두드릴 수가 있게 돼요.게다가 왜선은 화력이 빈약한 상태이죠.

이순신은 이 학익진을 펴기 위해 적들에게 소수의 배를 보내서 유인을 하게 하죠.왜선은 속도가 빨라요.그러니까 우리가 도망가면 금방 잡힐 것 같죠.그래서 이 유인 부대는 도망치면서 적 함대를 끌고왔어요.그리고 이 함대가 넓은 바다로 나오자.섬 뒤에 숨겨두었던 배들까지 넓은 바다로 나오면서 V자 대형을 만들었어요.

적함대는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V자 대형 안에 갖혔고,판옥선의 총통세례를 받게 된 거예요.일본 전함은 우리 배의 옆구리에 배를 붙여야 올라타서 칼을 휘두를 수가 있는데 조선의 판옥선은 총통 때문에 옆구리 접근이 가장 위험한 배예요.일본군으로선 뽀족한 방법이 없는 거죠.

이순신은 이 학익진과 유도전을 반복해서 썼고 왜적은 이에 걸려들었죠.

일본군이 원균의 군을 기습해서 도륙을 냈던 것과는 달리 이순신은 적을 격파하고 나면 함대를 충분히 물려서 대비를 했기에 왜군은 대항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어요.

근접전에 강한 적이 우리 배에 올라 타는 것을 못 하도록,가능한 한 배에 붙지 못 하도록 하고,화포 공격을 집중해서 격파해 나간 거죠.

도고가 이순신을 연구하지 않았을 수 있어요.그러나 분명한 건 이순신은 화포를 너무도 잘 알았고,이를 적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수군을 조련시켰다는 사실일 거예요.

T자 대형,V자 대형 학익진은 본질이 아주 흡사하다는 게 분명해요.

우리는 이를 통해서 전쟁의 승리를 위해선 의지력과 함께 화력이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되죠.조선은 화기의 강국이었고 이걸 운용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있었으니까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거죠.

점단 자주포 없이 소총만으로 전쟁을 이길 순 없잖아요?현재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었다는 거예요.

조선의 화포가 없었으면 이순신도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