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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문학]컴갤러의 하루 1~5 합본. txt

불로초를찾아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9 14:30:55
조회 109 추천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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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자리를 뒤척이다 햇빛에 더 이상 누워있을 수가 없어 기상한다.


눈을 뜨자마자 폰을 켜보면 전날 보던 컴갤이 뜬다.


새로고침. 또 어떤 병신들이 글을 쌌을까


아직은 별 내용이 없다.


하품을 하며 컴퓨터를 바로 켜본다.

칙칙한 단칸방에서 유일하게 화려하게 빛나는 본체의  LED.


7800x3d, 4090

나의 유일한 자랑이자 스펙이다. 

새벽 편의점 알바를 통해 맞출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시작은 롤이었다. 가지고 있던 구형 노트북으로는 더 이상 롤을 돌릴 수 없어

컴갤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것 저것 알아보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오늘은 무슨 어그로를 끌어볼까.. 아니다 이미 병신들이 인암대전을 벌이고 있다 ㅋㅋㅋ


황족 암드 유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13-14세대 좆창난 떡락 인텔유저들을 농락하니 두 시간이 그냥 지나간다.


슬슬 배가고파지니 냉장고를 열어본다.


국물만 남은 김치통과 반정도 남은 스팸뿐.


오늘 점심은 부대찌개다.

편의점에서 몇개 가져온 컵라면을 까서 김치국물, 스팸을 넣고 끓이면 이게 천국이자 야스다.


맛있게 먹으면서 이게 야스지! 한번 소리치자 옆 방에서 조용히 하라는 듯 쿵 주의를 준다.

급 소심해진 나는 설거지 거리를 대충 싱크대에 쌓아놓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배가 불러진 뒤엔 자동반사적으로 롤을 킨다.


아니 탑 저 병신은 뭐하는 거지?


서폿년은 왜 나대지?


이번 판도 망했다. 다 저 새끼들 때문이다.

착잡한 마음에 담배 곽에 손을 넣어보지만 담배가 없다.

쓰레기 통을 뒤져 혹시 장초가 있는지 찾아본다.


다행이다. 몇 모금 짜리는 하나 있다.

창문을 열고 밖을 응시하면 몇 모금을 빨아본다.

후 - 하늘이 회색빛이다. 복잡하게 거미줄마냥 늘어진 원룸촌의 전깃줄 위로 보이는 하늘은

늘 회색빛이다.


씨발. 담배연기 때문인가?

오늘은 왠지 위안이 되지 않는다.

본체 속에서 화려하게 빛을 바꾸는 조명


나도 조명을 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남들 처럼 대기업도 가고


좋은 차도 사고


예쁜 여친도 사귀고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고싶었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 본체 LED만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미처 개지 않은 이불에 다시 엎드려 얼굴을 묻어본다.

눈물이 나자마자 이불에 스민다.


침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중독자마냥 컴갤을 다시 켰다.


최근에 있었던 알리 대란에 탑승해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글카를 구입한 나는


어그로를 끌기 시작했다.


"병신들 ㅋㅋ 나는 여기서 일찌감치 정보 얻어서 쿠폰 먹였지 ㅋㅋㅋ 정보가 생명이다 ㅋㅋㅋ"


ㄴ 니가 하루종일 집구석에서 컴갤할 시간에 내가 버는 돈이 훨씬 많아서 몇만원 차이 의미없음 ㅋㅋ



내가 하루종일 집구석에서 컴갤한다고? 저런 개새끼. 지가 뭘 안다고? 병신같은 새끼


하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또다시 ㅈ같아진 기분을 달래려 담배곽에 다시 손을 넣다 아차

다 떨어졌지


어쩔 수 없이 집 근처 편의점으로 슬리퍼를 끌고 향한다.

하하호호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닌다. 마치 그들의 세계만 컬러풀한 채색감이 있고


나와의 사이엔 선이 그어져 있어

나의 세상만 회색빛인듯 했다.


어지럽다.

편의점에 들어가 계산을 하는둥 마는 둥 담배를 사고 나온다


"저기요! 아저씨!"

씨발 어지러운데, 가야하는데 왜 부르는거야?


"카드 가져가셔야죠!"

카드를 낚아채듯 받아 골목으로 숨었다.


아이들이 없는 낡은 놀이터의 미끄럼틀에 앉아 담배불을 붙인다.

서울에 올라올 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이것 저것 이루고 싶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마치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중간의 존재


가끔 어머니가 연락을 해오지만 할 말이 없어 받지 않은 적도 있다.

"아들 잘 지내? 밥은 잘 먹고 있지?"

"아 뭐 내가 애야 어련히 알아서 하지"

"엄마는 항상 니 걱정 뿐이다."

"나는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마 엄마 건강이나 잘 챙겨"


전화를 끊고 나면 또 한참은 우울하다.

마치 죄인이 된 기분으로.


내 나이 38, 사랑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아니, 지금도 사실 나는 사랑하고 있다.


저녁에 잠시 하는 피시방 알바.


매일 항상 45번석에 앉는 여대생이 있다.

대학생인줄 어떻게 아냐고? 과잠에 그렇게 써져 있다.

"한양대학교 경영 22"


그녀는 아마 왕십리에서 제일 예쁠 것이다.

아니, 서울 올라온 뒤로 그녀보다 예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6시 쯤에 와서는 자리에 앉아 항상 라면을 하나 시키는 그녀는 알까.

내가 몰래 소시지 등 각종 토핑을 무료로 추가해 준다는 사실을.


이렇게 나는 조용히, 조금씩 그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스토커가 아니다. 하지만 종종 그녀가 뭘 하는지 궁금해 슬쩍 관리 창으로 눈을 돌려보면

주로 유튜브, 무신사 등 웹 서핑을 하는 듯 하다.


게임이라도 하면 몰래 아이디를 확인하고 게임친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약간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녀는 매일 한 시간 정도를 보내고 홀연히 사라진다.


더 이상의 마음 앓이는 없다. 

오늘은 고백을 하려고 한다.


아마 그녀도 그 동안의 정성에 감동했는지, 상냥한 눈 인사를 하고 45번석으로 간다.

심장이 쿵쾅 쿵쾅 뛴다.


오늘은 왠지 그녀가 라면을 시키지 않는다.

배고프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늘은 뭘 할까? 나도 모르게 슬쩍 관리화면을 들여다 본다.

유튜브로 메이크업 관련 영상을 시청 중이다. 귀엽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녀가 7시쯤 나갈 것을 알기에, 나도 그때에 맞춰 나가기 위해 오늘은 특별히 다음 알바생에게 일찍 와달라 부탁을 했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궁시렁 댔지만 몇만원 주겠다는 말에 금새 기분이 풀려 그러겠다고 한다. 하여튼 MZ 세대 놈들이란.

아 그녀도 물론 MZ세대지만 요즘 보통의 녀석들 과는 다르다.


이런 저런 상념에 휩싸인 사이 그녀가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교대자도 와서 말을 건다. "형 무슨일로 그래요? 돈은 확실히 줄거죠?"

"준다고 새꺄. 야 조용히 해봐. 나 지금 간다."

"아 왜 욕이에요, 돈 꼭 줘야해요! 안주면 사기죄로 신고합니다!"


되먹잖은 헛소리를 뒤로 하고 조심스레 그녀를 따라 나갔다.

가을의 왕십리 저녁은 선선했다.


벌써부터 술이오른 학생들이 보인다.


쿵쾅쿵쾅 나의 심장은 뛰고 그녀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바로 뒤까지 숨이차게 쫓아가 말을 건다

"저기요..!"


그 순간 학생들 무리에서 나온 어떤 남학생이 그녀와 포옹을 하고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그러다 벙찐 나를 문득 발견하고 그녀에게 묻는다.


"소영아 이분 아는 분이셔?"


그녀는 나를 텅 빈 눈동자로 공허하게 훑고는 말한다.

"아니"


"그럼 빨리가자 소영아, 오늘 맛있는데 예약해놨어~"


친구로 보이는 학생들이 짖궂은 농담을 한다.

"오~ 둘이 100일 기념 뜨밤 보내는 거야??"


정신이 흐려진다. 무작정 왕십리의 골목들을 헤매며 걸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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