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하게 시간을 누려온 탕아라거나

혹은 난봉꾼이라거나 마음 속 진공을 안은 채

유랑하는 빙충맞은 망나니라거나

하는 조선의 해이한 존재가 거나하게 취해

마을의 태곳적 그러니까 옛부터 존재하던

부엉이의 다리를 도끼로 찍은 까닭에

부엉이는 절뚝거리며 출분하였다.

그 연후 촌락의 물시계가 오야를 가르킬때면

'우흥'하며 우는 부엉이 소리가 하릴없이 뒤울려서

그런 소리에 마을 주민들이 질겁했고

마을의 분위기는 갈수록 을씨년스러워져

지방의 관아에서 부엉이의 다리를 절단한

사내를 냅다 불러 힐책하기 시작했고

사또 예하에 있는 형방의 최종결정 아래

참형에 처해졌다

목이 떨어지자 마을에선 '우흥'소리가 멎었고

이듬해가 오고 또 다음 이듬해가 올때도

어김없이 소리가 멎은 그 날마다 민초들은

이따금씩 선선한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억새밭에서

자신의 가솔들과 곶감과 약과 몇 개 올려두고

부엉이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하는 것이었다.

부엉이는 천년 신령스러운

아니 만년 영묘한 대령의 권화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마을의 노비라던가 민초라던가 선비라던가

그들은 제 일상을 수복했고 부엉이는 잊혀졌다.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