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세계에선 요즘 짱께 키보드로 야단이예요.또 몰려다니는 거죠.

기계식 키보드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행을 한 게 그렇게 오래 된 것은 아니예요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그건 일부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거든요.

그러던 게 일반인도 기계식 키보드에 매달리게 된 건 멤브레인 키보드가 지나친 경쟁으로 품질이 극악하게 나빠진 것도 한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나님이 키를 교체하러 가 보니 나님이 쓰던 삼성키보드 수준의 멤브레인 키보드는 눈에 띄지 않았죠.그러니까 값이 내려온 기계식 키보드에 눈이 가게 된 거예요.키감은 역시 기계식이 뛰어나니까.

몇 년 전 우리나라엔 중국제 오테뮤 스위치를 쓴 값싼 키보드가 들어왔어요.가격이 워낙 쌌으니까 시중에 쫙 풀렸죠.그런데 품질이 개판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또 한국 닝겐들이 죽창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한국인들 무서워요.

이런 스위치들은 대체로 유명한 체리스위치 짝퉁이라서 이름도 그 스위치 특성에 따라 광고가 됐죠.청축 갈축 적축 등 체리의 키감이 기본이 됐어요.체리의 대체축인 거예요.

키보드 마니아들 사이에선 나쁜 소리를 잡겠다고 스테빌을 윤활하고 키스위치를 윤활해 달고 통울림을 잡겠다고 완충제를 깔아넣고,별별 튜닝을 하게 됐어요.

어느 순간 키보드를 두드리면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나게 됐는데,이게 너무너무 히트를 쳤어요.영어권에선 이 소리를 똑(thock 혹은 thocc)라고 표기를 하더군요.

짱께들이 인건비가 싸니까 이 똑 한 소리를 내는 키보드를 팔기 시작했어요.

그 악명 높던 오테뮤사에서 나온 개선 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공장 수준에서 윤활을 했다고 광고를 하는군요.

나님은 그 몇 년 전 악명높은 오테뮤 키보드를 사서 쓰고 있어요.완충제가 약해서 통울림이 있고,루브가 없어서 철심소리가 찰찰 찰지죠.

엊그제 한밤중에 뻘글을 쓰면서 스테빌 윤활을 했다고 적은 적이 있죠?글을 지워버렸지만.그 시간에 나님은 스테빌 철심에 윤활을 하고 지롤 발광이었으니까.

스테빌 윤활은 사용자가 꼭 해야 하는 줄 알고 있었고,둔감한 나님은 그것 없이 써왔던 거에요.

나님은 오테뮤 갈축이예요.체리 갈축 짝퉁이죠.

며칠 전 새로 짱께 키보드를 샀어요.철심소리가 거의 안 들리고 키 스위치의 소리도 윤활이 된 듯 털털거림이 안 느껴져요.키 소리는 '똑'하다는 바로 그것이예요.

이 키보드는 짱께 경제가 안 좋아서 덤핑 수출을 한다는 의심이 있어요.가격이 착하거든요.

똑 하는 소리는 대단히 좋지만 그 소리가 마냥 마음에 드는 건 아니예요.닝겐의 못된 감각은 그 찰찰거리는 철심소리나 텅텅하는 통울림이니 털걱털걱하는 스위치 부딪히는 소리 등이 섞여 나오는 소음이 좋을 때가 있어요.게다가 서양 닝겐이 무쉬 무쉬하다고 표현하는 그 멤브레인의 먹먹한 고무 반동도 즐거움일 때가 있어요.그리고 때로는 팬터그래프의 얄팍한 소리가 그립기도 하죠.

그러니까 너님의 감각을 믿으세요.남이 좋다니까 죽창들고 나서서 혁명가를 부르고 몰려다니지 말고,너님의 감각을 믿어보세요.

닝겐의 취향에 따라서 키보드는 걍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해요.

체리키는 멤브레인에게 밀려서 시장에서 사라져가던 키예요.그게 부활이 됐고,그 짝퉁 키가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고....

키보드 조립 마니아들에 의해서 새로운 키스위치가 발굴되고,그게 유행을 타고,끝이 없죠.

시대 착오적인 면도 있다는 거예요.너무 몰입하지 마세요.산은 산이고 키보드는 키보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