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포켓몬스터는 티비에서 방영해준 만화가 아니라

영판 블루버전 게임이 먼저였음(피씨로 했음)

형이 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는 데 진심 존나 재밌는 거임

그래서 나도 내 세이브 파일 따로 해서 했는데

내 첫 포켓몬은 이상해씨였음

그래서 지금도 이상해씨 계열을 좋아함

형은 파이리로 했었는데, 1탄 웅이를 존나 힘들게 깨는 거임

그래서 나도 걱정했었는데 

이상해씨 덩쿨채찍 한방으로 꼬마돌이랑 롱스톤 보냈을 때 쾌감 지렸음

그리고 상록숲에서 피카츄 두마리 잡았을 때 기분 좋았음

근데, 어느날 아빠가 컴퓨터 용량이 이상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막 지웠는데

ㅆ발 고작 3메가 밖에 안하는 포켓몬스터를 지워버린 거임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을 지키지 못하니까 ㅈㄴ 화나고 원통하더라

그렇게 포켓몬 잊어버린 채 고3 끝나고 잉여처럼 살았는데

포켓몬 파이어레드 버전이란 게 있데?

그래서 해봤는데 스토리 나름 밀만 하더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실전 포켓몬이라는 걸 알 게 됨

개체값, 노력치, 성격 << 이 개념들을 그 때 알게 된 거지

ㄹㅇ 신선한 충격이었음. 그래서 vba 에뮬로 속도 ㅈㄴ 높이고 

알을 한 수백개 깟을 거임. 내가 리자몽, 보만다 개체값 잡으려고

근데 시발 그게 되겠냐. 걍 시간 ㅈㄴ 갈다가 집어치웠지

그 때 생각했 던 게 "아 시발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해커 하나 고용해서 이 게임 개체값 ㅈㄴ 좋은 것들로 맞춰야지"

이 생각 했음

그리고 최근데 에디터란 것도 알 게 되고, 컴퓨터랑 모바일로 포켓몬 돌리는 법도 알 게 돼서

진짜 걍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저새끼 나이쳐먹고 뭐해"

라고 할 지 몰라도, 난 이게 내 불우하고 욕구불만이던 어린 시절을 보듬을 수 있는

일종의 의식임

걍 재밌기도 하고 

만족감이 느껴짐

살 푹 패인 곳을 

찰흙 같은 걸로 채워넣는 만족감이랄까

이 결핍감은 아마 평생 가겠지만

그 때마다 내 방식대로 이 패인 마음을 보듬을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