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에 관해선 따라큐의 책임이 없다
피추가 땅바닥에서 자던 것은 단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엄밀히 따지면 '그 따라큐만 아니었다면 이런 난간 없는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지지 않았을텐데'라고 불평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건 크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허리가 아픈건 짜증났긴 했지만 그보다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지금 피추가 창문도 하나 없는 처음 보는 시설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피추가 있는 곳은 세면대와 변기와 침대, 그리고 철창이 달려있는 문 하나밖에 없는 방이었다
철창 밖으로는 한카리아스 한 마리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마지막 기억은 따라큐가 따라준 술을 마신 것이다
피추가 술에 약한 편이긴 하나 소주 한잔으로 기절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피추가 대학을 중퇴한 원흉인, 오티때 주량도 모른채 실컷 퍼마시다가 난동을 부린 사건에서도 한두잔까지는 버텨냈다
"야, 한카리아스"
"왜?"
"지금 몇시야?"
맨정신이라면 보통 여기가 어딘지를 먼저 물어보는게 합당하겠지만 방금 막 일어난 피추에게는 그런걸 생각할 정신은 없었다
"그건 못 알려줘"
"왜?"
"규칙이 그러니까"
"이곳 규칙이 뭔데"
"그것도 못 알려줘"
"규칙 때문에?"
"그래"
피추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동정이야?"
"너 같은 창녀는 안먹어"
"나 처녀인데?"
"어차피 곧 뚫릴거야"
한카리아스의 말 한마디에 피추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대강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카리아스가 규칙에 대단한 사명감이 없다는 것도
"어쨌든 시간은 못 알려준다?"
"그래"
"규칙이 뭔지도?"
"그래"
"이렇게 부탁해도...?? 형아...♡"
피추는 자신의 전략이 안통하는걸 알게되자 즉시 다음 플랜으로 넘어갔다
"안된다고"
말투는 단호했지만 철창으로 보이는 표정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사실 미인계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쓸때 더 잘통한다
거의 모든 포켓몬들은 여자아이를 먹는데에 큰 도덕적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설이 있지만 확실한건 대부분은 선천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포켓몬들의 심리에 후천적인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치는건 확실하지만 그게 어디까지 본성을 덮어버리는지는 아직 정확히 규정하기에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어쨌든 선천적인 거부감은 남자아이가 덜 한 것은 확실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제발 그만해. 지금은 오전 11시 10분이야. 이제 됐지?"
결국 한카리아스는 피추의 유혹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회피해버렸다
한카리아스가 이성의 끈을 놓고 방으로 들어와 피추 내장이 완전히 찌그러지고 터져 버릴 때까지 박아대는 것도 꽤 볼만하긴 했겠지만 어쨌든 이 지루한 공방전을 더 이상 안봐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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