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처럼 샤워를 한다. 또한 언제나 처럼 수건과 비누를 챙기고 문을 잠근 다음 방을 나선다. 그런데, 아뿔사, 기숙사 방 열쇠가 아니잖아. 열쇠를 잘못 들고 온 것이다. 나는 잠시동안 어떻게 할 까 고민하다가 일단 샤워를 했다. 최대한 오랫동안 샤워를 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온 후 나는 별 수 없이 방 앞을 맴돌아야 했다. 중간에 가 있을만한 곳도 없었다. 아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지금쯤 돌아와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걷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는 이 일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인간을 믿지 못해서인가? 사람을 믿었다면, 나는 한시간 가량 아무 것도 못 하고 - 실제로 아무 것도 못 한 것은 아니었지만 -  멍청하게 있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기는 기숙사. 이불까지 훔쳐 가는 곳이다. 나의 방안에는 지갑과 PDA 등 내 나름대로는 귀중품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핑계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원인은 타인들에게 있다. 실제로 맞은 편 방, 그리고 주위의 방 사람들이 왔다갔다하였다. 그 중에는 반복해서 마주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면 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나는 현대사회의 매마른 인간성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이 일은 같은 방에 사는 형이 1시간 후에 도착함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세 줄 요약 1. 열쇠를 잘못 가지고 나왔다. 2. 1시간 동안 문 앞에서 기다렸다. 3. 1시간 후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