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병원 천장이 아닌, 낡고 허름한 목조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곳은 어디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수술하고 있었는데...'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다. 피부의 감촉이 다르고, 손도 작아졌다. 거울을 보니 낯선 얼굴이 비쳤다. 기절할 뻔했다. 나는 분명 현대에서 촉망받던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런데... 전생한 걸까?

이곳은 중세 유럽을 닮은 가상의 세계였다. 내가 전생한 몸의 주인은 '레이몬드 드 바르토'라는 가난한 귀족 가문의 막내아들이었다. 아버지는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집안 형편은 최악이었다.

가문에는 나 외에도 가족이 몇 명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애정을 쏟아주는 이는 친누나, 셀린느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선천적으로 얼굴에 흉터가 있어 사교계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우울해하던 그녀의 모습이 나의 의사 본능을 깨웠다.

'이 세계에 성형외과가 없겠지? 그렇다면 내가 만들면 되잖아!'

누나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나는,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다. 마취약을 만들기 위해 약초를 연구했고, 도구를 직접 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누나를 깊이 잠들게 한 후 수술을 감행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수술을 마쳤다. 다음 날 누나는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게… 정말 나야? 레이몬드, 이건 꿈이 아니지?"

"그래, 누나. 이제 당당하게 살아."

누나는 곧 사교계에 나가게 되었고, 그녀의 미모는 곧바로 귀족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셀린느 아가씨, 대체 어떤 화장품을 쓰신 거죠?"

"비법이 있나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그리고 곧,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외모에 자신이 없는 귀족들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몰래 병원을 차렸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이 세계 최초의 성형외과가!'

나의 손끝에서 아름다움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나와 가문을 영광으로 이끌게 될 것이었다.